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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단체에 머리 숙인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 왜?
공급자단체에 머리 숙인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 왜?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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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희 공단 급여상임이사 "재정소위, 협상 불가능할 정도로 난감한 '밴드' 제시"
"충분히 소명했지만 가입자 설득 못해"...'협상권 보건복지부 위임' 가능성도 시사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이 29일 서울 영등포 건보공단남부지사에서 열린 대한병원협회와 2차 수가협상에 앞서 병원협상단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사과한 이유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소위원회가 제시한 밴드가 너무 낮아 원활한 수가협상이 어려울 것에 대한 이해를 당부하는 의미였다. ⓒ의협신문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이 29일 서울 영등포 건보공단남부지사에서 열린 대한병원협회와 2차 수가협상에 앞서 병협수가협상단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사과한 이유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소위원회가 제시한 밴드가 너무 낮아 원활한 수가협상이 어려울 것에 대한 이해를 당부하는 의미였다. ⓒ의협신문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계약을 위해 요양기관단체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수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가 공급자단체 대표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강청희 급여상임이사가 사과한 이유는 수가인상에 따른 추가소요예산(밴드)를 결정하는 건보공단 재정소위원회 가입자단체 대표들이 너무 낮은 수준의 밴드 가이드라인을 정해, 원활한 협상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의미다.

강 이사는 "앞으로 수가협상 과정에서 재정소위가 제시한 밴드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의 역할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발언까지 쏟아냈다.

29일 서울 영등포 건보공단 남부지사에서 열린 대한병원협회와 건보공단 간 2차 수가협상에 앞서 강 이사는 "병원협회와 2차 협상에 앞서 사과를 드리고 시작해야겠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갑작스런 강 이사의 행동에 병협수가협상단의 얼굴이 굳어졌다.

강 이사는 병원협회와 협상 직후 이례적으로 출입기자단과 만나, 사과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수가협상 과정에서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이사는 브리핑에서 "수가협상 마감 시한인 오는 5월 31일 열릴 예정인 마지막 재정소위에서도 밴드를 상향조정하지 않을 경우, 건보 가입자와 공급자의 중재자로서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의 역할을 포기하고 보건복지부에 그 역할을 위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에 따르면 재정소위는 지난 23일 2차 회의에서 2020년도 수가협상 관련 밴드를 정했다. 이날 재정소위에서 가입자 대표들은 비급여 급여화에 따른 의료기관 급여청구액 증가와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해 평균 수가인상율 2.37%(9758억원)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밴드를 제시했다.

강 이사는 "그간 (수가협상에 앞서)공급자단체들에게 근거중심 수가인상 원칙에 입각해 (수가인상 필요성을 입증할)많은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 부분에서 병원협회를 비롯한 요양기관단체들이 수가인상 요인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요양기관단체들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2차 재정소위원회에서 (가입자 대표들에게)충분히 소명했다. 그런데도 원치 않는 수치의 밴드가 제시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건보공단이 원활한 협상을 위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난감한 정도의 수치가 나와서 (공급자단체들에게)이해를 구하고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의 수가협상 과정에서 건보공단이 공급자단체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공급자와 가입자 간 원하는 밴드 또는 수가인상률)폭이 줄지 않으면 (건보공단이 중재자로서)수가협상을 진행하는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하는 강 이사와 기자단의 일문일답]
Q.병원협회와 2차 협상에 앞서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럴 정도로 밴드가 예상을 벗어난 수준인가.
=먼저, 건보공단은 (수가협상에서)가입자와 공급자단체 양측과 모두 협상을 하는 위치다. 그래서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간 의료계에 (수가인상 요인을 입증할)근거자료를 갖고 요구하라는 말을 했고, (공급자단체들이)수가인상에 대한 근거자료를 많이 확보해 제출했다. 건보공단도 공급자단체가 제출한 자료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해 자료수집은 많이 된 상태다.

밴드는 사실 지금 오픈할 단계는 아니다. 지난 23일에 재정소위 위원들에게 공급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했다. 그러나 재정소위 위원들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관점에서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재정 위기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 발생하는 적자도 문재인 케어 5개년 계획안에 있는 수준의 적자에 머물 것이라고 충분히 설명했다.

특히 병원협회는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고, 앞으로도 수용할 정책들이 많다는 측면에서 이번 수가협상 결과가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 진행과 맞물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전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유감스러운 것은 병원협회 주장의 타당성이 있는 부분이 많은데, 아직 가입자와의 눈높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2019년도 유형별 수가인상률 평균 2.37% 보다 낮은 밴드가 제시됐나?
=일정한 밴드 내에서 수가 배분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체 유형이 다 만족할 수 있는 수치가 제시안 될 수도 있고, 그랬을 경우에는 전 유형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올 수 있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재정소위에서 가입자를 설득할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전 유형 결렬 또는 의료계 단체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에 의해서 (수가협상이)결렬되는 경우에 과연 건보공단 협상단이 (앞으로)어떤 협상 여력을 갖고 공급자와 협상할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1일 (마지막)재정소위의 최종 밴드 결정에 따라서 건보공단은 협상을 보건복지부로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수가협상 중재자로서 어려움이 크다는 말로 들린다.
=대한한의사협회와 1차 수가협상이 끝나고 (한의협 대표가)인터뷰에서 "(밴드 결정권이 재정소위에 있다는 건보공단의 입장에)건보공단과 협상할 것이 없다. 건보공단은 재정소위의 뒤에 숨지 말고 나와라"라고 한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입자와 공급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밴드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협상의 여지가 없어진다면 앞으로 건보공단이 이런 수가협상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한 가지는 건보공단과 수가협상 결렬 후에 (수가인상률 결정권이)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넘어 갔을 때 페널티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급자단체들이)무성의하게 (건보공단과의 협상에)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수가협상 권한을)보건복지부에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Q. 정부와 건보공단이 의료계에 했던 '적정수가 인상'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지속하는데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하진 않나?
=의사로서 건보공단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의료제도가 국민에게 적정부담을 설득해 의료계에 적정수가를 보상하고, 환자에게 적정진료가 이뤄지도록 선순환 구조로 정착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비급여의 급여화로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서 같이 가는 방법이다. 그런데 가입자가 재정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공급자도 보장성 강화 대열에서 이탈하는 문제가 생기면 앞으로 정책 수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급자가 환산지수 인상 즉, 수가인상을 정책 수행에 따른 사전 조건이나 사후배려 차원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수가협상은 매년 이뤄지는 환산지수 협상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고, 정책 수행에 따른 요구는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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