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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오해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오해
  • 강석하 kang@i-sbm.org
  • 승인 2019.05.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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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약 사용을 기피해 물의를 일으킨 '안아키'를 비롯해서, 현대의학의 산물인 의약품에 대해 부작용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며 중요한 요소들을 놓친 경우가 많다. 

독감백신의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길랑-바레증후군이 있는데,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때 매스컴에 자주 등장했다. 여러 나라에서 실시된 연구에서 독감 백신이 100만명 당 한 명 정도의 길랑-바레증후군을 일으키며, 인플루엔자 감염이 길랑-바레증후군을 일으킬 확률은 백신에 비해 몇 배나 높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인플루엔자 감염은 사망이나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도 간과하면 안 된다.

'콜레스테롤약'이라고 불리는 스타틴에 대해 어떤 한의원에서는 "간독성을 비롯해 근육통이나 백내장·급성 신부전·당뇨 등의 부작용을 비롯해 대장암, 폐암·유방암·위암 등의 여러 가지 암이 발생될 확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라며 자기들이 개발한 한약을 먹으면 부작용 걱정이 없다고 광고했는데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2016년 JAMA에 발표된 연구에서 40세 이상의 심혈관질환을 겪은 적이 없는 7만 1344명의 피험자를 포함하는 19개 임상시험 연구의 결과를 종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스타틴계 약물 사용은 플라시보 대조군에 비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뿐만 아니라 그 외의 사망위험까지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보고되지 않았으며, 부작용으로 인해 임상시험 참여를 중단하는 비율은 위약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 (위약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약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겼다고 오인해 임상시험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고용량의 스타틴 사용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나타난 연구가 하나 있었지만, 다른 여러 연구들과 종합해서 분석했을 때에는 당뇨병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신약이 허가되는 과정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보통 수백 명에게 안전성을 확인하지만, 드물게 발생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의약품이 시판된 뒤에도 부작용 발생을 조사하고 위험성이 발견되면 허가를 취소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비만치료제 리덕틸(성분명 sibutramine)이 있다. 시판 후 조사에서 심혈관계질환 발생이 플라시보 대조군에서는 10.0%였는데 리덕틸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11.4%로 약간 높다는 결과가 나와서 퇴출됐다. 

현대의약품에 대해서는 대규모의 정밀한 부작용 연구가 흔하며 드문 위험성이 발견되면 대중에게 소개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사용하는 약들은 최소한의 조건인 3단계 임상시험을 통과한 이후로 안전성 평가를 계속 받으며 허가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것을 위험하니 피해야겠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질환에 대해 위험성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기대효과가 큰지는 전문가인 의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각종 대체요법이나 국내의 한방 치료들은 부작용에 대한 실태 조사나 연구가 드물다. 봉침 또는 봉독약침의 경우 한의대 교수들이 치명적인 부작용 사례를 종종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는지는 집계된 데이터가 없어서 알 수 없다. 암 치료제처럼 부작용이 크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이 훨씬 높다면 사용이 정당화될 수 있겠지만 봉침은 잘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서 효능을 입증한 적이 없다. 

다이어트 한약에는 마황이라는 한약재가 주로 사용되는데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FDA는 발표된 연구들과 부작용 사례들을 종합해서 마황 사용으로 기대할 수 있는 어떤 이득보다도 위험성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한의대 교수들은 장기적인 안전성을 평가할 연구결과도 없이 비만치료 목적의 용량을 설정했다. 

일부 한의사들은 그보다 두세 배나 높은 양의 마황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 같다. 한의사들의 인터넷 카페에 어떤 한의사가 자신의 다이어트 한약 처방을 소개했는데 교수들이 설정한 최대치보다도 두세 배 높은 용량이었다. "권장량만큼만 사용하면 식욕억제가 전혀 안 돼서"라는 이유를 댔다.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은 없었고 다들 비법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반응이었다. 환자들은 자신이 복용하는 다이어트 한약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부작용 조사를 안 하니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른다.어떤 대체요법들은 부작용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험성이 아무리 작아도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그보다 크다는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하면 손해다. 검증된 치료법을 제쳐두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매달리다가 질병이 악화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도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정황을 고려하지 않고 의약품 부작용 보도나 헛소문에 휘둘리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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