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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의료계판 내가 겪은 최악의 '꼰대'?…"웃지 마. 네 얘기야"
의료계판 내가 겪은 최악의 '꼰대'?…"웃지 마. 네 얘기야"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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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90%, 사내에 꼰대 "있다"…91% 나는 꼰대 "아니다"
선배, 교수부터 환자 꼰대까지…'의료계 꼰대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꼰대'

정의는 다양하지만, 흔히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은어로 사용된다. 아버지나 교사 등을 가리켜 학생들이 만든 은어였으나, 최근에는 상사나 선배 등을 대상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퇴근 시간을 10분 남기고 직원에게 뭔가를 시키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면, 나의 과거 성취를 후배에게 자랑하지 않았다간 밤에 잠이 안 올 것 같다면, 당신은 이미 누군가에게 '꼰대'일 수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 750명을 대상으로 '꼰대' 관련 설문 조사를 했다. 무려 90%가 '사내에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대부분이 '꼰대'를 모시고 생활한다는 것. '나는 꼰대가 아니다'라고 답변한 비율이 91%인 것과는 상반되는 조사 결과다.

가장 많은 꼰대 유형으로 꼽힌 것은 '답정너'스타일이다. 답정너는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의 줄임말로, 본인의 의사를 강요하는 상황·사람에 쓰인다. '답정너'의 예로는 "오늘 약속 있어?"를 꼽을 수 있다. 8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번개' 문화(갑자기 약속을 잡는 것)는 아직도 '답정너' 꼰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칼퇴근'의 꿈을 안고 있던 수많은 직원은 "아뇨 없습니다!"를 외치며 조용히 외투를 벗어놔야 했을 것이다.

의료계에도 한 '꼰대'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 집단이라는 의료인 집단이니 뽐낼 것도, 가르칠 것도 많을 것. 기자는 가까운 의사 3인에게 '꼰대'를 만난 경험을 물어봤다.

A전공의는 '전공의법'개정 후, 한 교수로부터 "세상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로는 "우리때는 한 달 내내 하루 두시간 자는 건 꿈도 못 꿨다", "난 네 나이 때, 잠을 잘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세상 참 많이 좋아졌지. 전공의법도 나오고" 등을 꼽았다.

A전공의는 "전공의법이 개정됐어도, 크게 환경이 달라진 것을 모르겠다. 여전히 수면시간은 부족하고, 업무에 치여 수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상황에서 꼰대 발언을 들으면, 힘이 더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훈화말씀형 '꼰대'를 만난 경험도 나왔다. 훈화말씀형은 '굳이' 묻지 않은 교훈이나 조언을 '굳이·자꾸' 해주는 꼰대 유형이다.

B전문의는 "만날 때마다 '환자를 돈으로 보지 말고, 인술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하는 선배가 있다"고 말했다.

"그분은 서울 한복판에 꽤 큰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신다. 듣기로는, 상당한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안다"며 "인술을 펼쳐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씀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들을 때마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건가 싶어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고 털어놨다.

환자'꼰대'를 만난 경험담도 들을 수 있었다.

C개원의는 "병원에 오실 때마다 예전 의사들과 비교하시는 꼰대 환자분이 있다"고 말했다.

"진찰 후, 내시경검사를 권유한 적이 있다. 환자분은 '예전에는 명의가 많아서 청진기 하나로 다 진단했다', '요새 의사들은 의료인 정신이 없다' 등의 이야기를 쏟아냈다"며 "예전 의사분들이 청진기 하나로 어떻게 다 진찰을 하실 수 있었는지 나도 궁금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온라인상에서 '꼰대 육하원칙'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Who(누가): 내가 누군 줄 알아?
What(무엇을): 네가 뭘 안다고!
Where(어디서): 어딜 감히!
When(언제): 내가 왕년에 말이야…
How(어떻게): 어떻게 감히 나한테!
Why(왜): 내가 그걸 왜?

꼰대의 특징을 정리한 재치있는 발상이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쓰지 말아야 할 문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육하원칙 중, 자신이 많이 쓰고 있는 단골 문장이 있다면, 가만히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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