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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없는 나라 '축소를 넘어 소멸로'
어린이가 없는 나라 '축소를 넘어 소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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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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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태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소아과학교실)
정지태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소아과학교실)

저출산 뉴스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오래전 이어령 선생이 쓰신 <축소지향형 일본인>이란 책이다. 지독한 저출산으로 이제 우리 사회가 인구감소를 눈앞에 둔 '축소지향형 대한민국'이 됐다. 며칠 전에는 신문에 실린 신간 베스트셀러 '축소사회' 서평을 보았다.

모두들 지금이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말하는데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궁금해져서 주말에 책방이나 들러볼까 한다. 그런데 축소사회 다음엔 또 어떤 사회가 올까 생각하다 혹시 소멸사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50년도 넘는 세월 저편, 골목대장 시절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노래를 신나게 불러제꼈던 기억이 새롭다. 모두가 가난했고 헐벗었던 시절이었지만 골목마다 아이들이 넘쳐났다.

대책 없이 애만 퍼질러 낳으면 가난을 못 벗어난다고. 애를 셋 넘게 낳으면 셋째 출산부터는 보험 혜택을 못 받던 일도 있었다.

지난해 발표된 OECD 보건통계를 보니 우리나라가 세계 최상위권인 것이 몇 가지 보인다. 그중 눈에 확 띄는 것이 합계출산율 최저….

이 기조가 지속되면 노래 가사가 바뀌어야 하리라. '어린이가 없는 나라, 우리나라 망한 나라.'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유엔은 MDGs를 발표했다. 새천년 개발 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는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을 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인데, 상세히 조항을 살펴보면,

▲ 1. 절대빈곤 및 기아 근절 ▲ 2. 보편적 초등 교육 실현 ▲ 3. 양성평등 및 여성 능력의 고양 ▲ 4. 아동 사망률 감소 ▲ 5. 모성보건 증진 ▲ 6. AIDS·말라리아 등 질병 예방 ▲ 7. 지속 가능한 환경 확보 ▲ 8.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쉽 구축 등 여덟 가지 목표를 정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우리나라는 3번과 7번 항목이 미진해 보인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그 시절에 비해 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성 능력을 고양하기 위한 출산과 육아정책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근본적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아기를 여럿 낳아도 사회생활에 손해가 없고, 육아가 힘들지 않아야 한다.

혼자 아기를 낳아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로서 동등하게 대우받는 세상이 돼야 인구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일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들에게 국가는 동등한 건강권과 교육권을 제공하고 차별이 금지 돼야 할 것이다. 십수 년 동안 출산 장려금으로 예산을 퍼부었다는데 확인 할 수 있는 결과는 낙제점이다.

또한 우리 모두 매일 느끼고 있듯이 환경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환경이 나쁘다는 말은 임산부가 나쁜 환경에 노출된다는 말이고, 태아 역시 나쁜 환경 속에서 성장해 오염된 환경 속으로 출생하고, 위험한 환경오염 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자라난다는 말이다.

이는 건강하지 못한 어린이에서, 부실한 청소년으로, 만성질환을 앓는 성인이 된다는 말과 동일하다. 증가하는 환경 위해 인자는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 요인이고, 어린이 건강이 침해받는 사회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국가이고, 이를 신속하게 개선하지 못하는 국가는 소멸 위험을 가질수 밖에 없다. 어린이가 없는 나라…. 또 이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은 많이 했으나, 뾰족한 대책 없이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산국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일등국이기는 한데 소멸가능 일등국이 된 것이다.

그나마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할 터인데, 급격한 환경악화를 연일 경험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저출생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눈앞에서 매일 보고 숨 쉬면서 느끼는 환경 문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대책이 마련돼도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도 않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어린이의 환경 건강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국가를 꿈꿀 수 없다. 말로만 내놓는 화려한 미세먼지 대책은 해가 지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대책이 어린이 환경 건강을 보장하는 일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남북통일이 우선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연적 소멸위험이 더 큰 문제다. 후속 세대가 있어야 나라가 존재한다. 또 그들이 건강해야 한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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