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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대마 처방권 요구가 '생떼'인 이유
한의계 대마 처방권 요구가 '생떼'인 이유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1.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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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가 떼를 쓰고 있다. "대마는 한약"이라며 "한의사도 대마를 처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생떼다. 합법화된 대마는 '진짜 대마'가 아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한의사의 대마 처방권을 요구했다. 동의보감에 '대마'의 효능이 적혀있다는 것이다.

2018년 11월 '의료용 대마 합법화 법안'이 통과됐다. 대마 그 자체가 통과된 게 아니다. 합법화된 '대마'는 전문의약품이다. 그것도 특정 나라의 허가를 받은 몇 개 제품에 한한다.

스콧 고틀리브 미국FDA 위원장은 '에피디오렉스'(대마 성분 전문의약품)를 승인하면서 "대마초 승인과 동일시 해서는 안 된다. 특정 용도를 위해 특정 CBD(대마 오일) 약물을 승인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헷갈리지 말라는 거다. 동의보감에 '에피디오렉스'나 '사티벡스'의 효능은 나와 있지 않다.

대마 추출 의약품은 뇌전증·자폐증 등 뇌 질환과 신경 질환에 효능이 입증됐다. 뇌·신경 질환자 및 가족들은 치료용 전문의약품이 간절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합법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의약품 복용을 위해 환자는 4단계 이상의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들이 '의료용 대마 오일 구입 절차 간소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이때, 한의협이 슬며시 다리를 걸쳤다. 대마 의약품 처방 장벽을 한의사에게 처방권을 주는 방법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 전문의약품을 한의사가 처방하겠다는 주장이다.

환자들은 의료용 대마를 처방해 줄 병원이나 의사가 부족해서 장벽을 낮춰달라고 한 게 아니다. 복잡한 4단계 절차의 간소화를 얘기한 거다. 질환에 고통받는 환자의 간절함에 '면허 범위 초월'이라는 숟가락을 얹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의계도 알고 있다. 일단 떼를 쓰고 보는 거다. "대마를 치과의사도 처방할 수 있게 하라"며 은근 편을 만들려고도 한다. 면허 범위를 일종의 '땅따먹기'로 보고 있다.

한의협 회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한의사가 역할과 영역의 제한 없는, 포괄적인 의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법이 제한하고 있는 면허 범위를 넘나들겠다는 선언이다.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는 법으로 정하고 있다. 의료법에는 의료행위는 의사만, 한방의료행위는 한의사만 하도록 규정한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의료법에 면허 범위를 규정한 것은 규제가 아니다. 무면허자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장치다.

'땅따먹기'에도 규칙이 있다. 돌을 세 번 튕겨 다시 돌아온 만큼 땅을 가져가야 한다. 한의계의 대마 처방권 요구를 보고 있노라니, 돌이 튕겨 게임판을 나갔는데도 자기 땅이라고 우기던 어릴적 땅따먹기 놀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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