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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표의 중환자실 방문이 아쉬운 이유는?
여당 대표의 중환자실 방문이 아쉬운 이유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12.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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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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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19일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방문했다.

'정책투어' 일환으로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은 이해찬 대표는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어린이병원 적자 운영에 대해 보고를 듣고, "정부가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해 기대감을 높였다.

여당 대표의 이런 노력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 일행은 병원 관계자들과 간담회 이후 소아 중환자실을 방문할 때 신중치 못한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감염에 가장 취약한 환자가 집중치료를 받는 소아 중환자실을 찾을 때 복장을 새것으로 갈아입거나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온 사회가 시끄러웠는데, 여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이유로 소아 중환자실을 아무런 조치 없이 들어갔다는 것은 환자 가족들에게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환자 가족들은 이해찬 대표 일행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가족들도 함부로 중환자실을 못 들어가는데, 이렇게 막 들어가도 되는가"라며 항의했다.

이해찬 대표 일행이 소아 중환자실을 들어가게 된 이유는 이렇다.

서울대병원 노조원들이 이해찬 대표 일행에게 "영리병원 반대, 어린이병원 급식 직영 전환" 등을 요구하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병동이 시끄러워지자 소아 중환자실 담당 의사가 일행을 보호구 착용없이 들어오라고 한 것. 

이해찬 대표 일행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면 담당 의사가 들어오라고 해도 거절했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해찬 대표 일행을 맞이한 서울대병원 관계자들이다. 감염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소아중환자실 방문을 허락했겠지만 환자 가족의 항의와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시선을 의식했다면 "보호구 착용없이 소아 중환자실 출입은 안 됩니다"라고 했어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환자안전법 제정 이후 환자안전기준을 만들어 안전사고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국가환자안전위원회에서는 '수술실 및 중환자실 등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시설에 대해서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적절한 복장 및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는 환자안전기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정안을 공표하지는 않아 이해찬 대표 일행과 서울대병원 관계자들은 몰랐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환자안전을 무엇보다 잘 지켜야 하는 곳에서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제정신으로 소아 중환자실을 들어간 것이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니느라 수고하는 이해찬 대표에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다. "환자안전법을 만든 곳은 국회다. 스스로가 먼저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돼라"고.

더불어 어린이병원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자 한 서울대병원 관계자들도, 정치인 맞기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잘 지키길 바란다.

어린이병원에 대한 예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해 기대가 컸는데, 한편으로 환자안전에 소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정책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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