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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의료기기 사용하고 싶으면 검증 먼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하고 싶으면 검증 먼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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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했다고 면허 침범? 스스로 전문성 부정·면허 근간 흔드는 일"
대법원·의료법학회 17일 공동학술대회 '한방의료행위 범위·한계' 분석

대한의료법학회는 법원의료법분야연구회와 17일 법원 추계공동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하고, 한방의료에 대한 법적 범위와 한계를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의협신문
대법원(법원의료법분야연구회)과 대한의료법학회는 17일 추계공동학술대회를 열고, 한방의료에 대한 법적 범위와 한계를 살폈다. ⓒ의협신문

한의사가 '교육받았다는 이유'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면허의 근간을 흔들고, 스스로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일침이 나왔다.

대한의료법학회와 대법원(법원의료법분야연구회)은 17일 추계공동학술대회를 열어 한방의료에 대한 법적 범위와 한계를 모색했다.

제2주제 좌장을 맡은 김정중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의협신문
제2주제 좌장을 맡은 김정중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의협신문

좌장을 맡은 김정중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두고 있으면서도 면허 범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는 의료법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면허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음에도 의료법에 의해 형사처벌까지 받고 있는 법적 불명확성을 짚은 김 부장판사는 "죄형 법정주의 원칙상 명확성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지만 법조계는 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의료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의료행위에 대한 구분·판단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규원 한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의사의 의료행위와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의 범위와 한계'를 주제로 면허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과 판단의 틀을 제시했다.

정규원 교수는 "의사·한의사 각자의 범위에 따른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면서 "일정한 교육을 받았다고 면허의 범위를 침범하는 것은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법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고 변호사를 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 정 교수는 "의료행위는 계속 변화하고 있어, 미리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면허는 취득했다고 해서 항상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보수교육제도가 있고, 특정한 사정이 있을 때 취소나 정지할 수 있는 규정도 있다"고 했다.

엄격히 구분·관리하고 있는 면허 범위 영역은 '교육을 했다'고 해서 넘을 수 없으며, 준수해야 하는 규칙이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

정규원 한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의협신문
정규원 한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의협신문

정 교수는 의료법이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해석에 맡기고 있는 모호성을 의료판례를 토대로 정리한 '의료행위 요건'을 통해 보완하고자 했다.

의료판례에 따른 의료행위 요건으로 ▲행위 주체(의사 또는 한의사) ▲목적(국민 건강증진·생명보호) ▲의학·기술 합치(합의료법칙, 합한의료법칙으로 구분) ▲사회적 수용성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이중 '의학과 기술이 합치돼야 한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의사의 의료지식·경험은 과학적·의학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의사의 의료행위는 임상의학적 기준 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의사의 의료행위 중에는 없어지는 것도 있다. 과학적 근거한 의료행위는 폐기되기도 한다. 특정 집단에서 오랜 시간 행했다는 것만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정곡을 찔렀다.

사회적 수용성 역시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와 의사의 의료행위로 구분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세대가 변해가면서 환자들은 의사의 의료행위에 주로 의존하는 형태로 변해갔다.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료행위는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하는 영역이다. 새로 발전된 의료기술이 과학적 입증을 거쳐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 요구에 대해 먼저 '한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검증이 우선'이라고 정리했다.

정 교수는 "한의사들이 의사들의 의료기기르 쓰려면 과학적인 검증이 아니라 한의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면서 "각자의 체계 안에서 설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근거를 토대로 사용하겠다고 얘기해야 한다. 의사들이 검증해 놓았다고 해서 한의사들도 쓴다고 얘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합의료법칙성과 합한의료법칙성 양자의 차이가 무엇인가에 따라 구분된다고 본다. 가치관·세계관·인식론적 체계가 다르다"고 언급한 정 교수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학문 체계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의사면허가 있다고 외국에 가서 할 수 없듯이 면허는 검증 여부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통하거나 근거하지 않은 인식체계에 대해 설명·시행하라는 것은 의료전문가의 자존감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배웠으니까 다른 면허 영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면허제도를 포함해 자신의 학문적 토대를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의학이나 의학이 전문영역이기 때문에 설명하라는 것이다. 의사가 한방에 대해 설명을 못하고, 한방도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고 언급한 정 교수는 "내가 가진 한계는 여기이고, 학문 체계 내에서 여기까지라는 사실과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정도의 설명은 환자에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방 의료행위와 의사 의료행위 각각이 합의료법칙성과 합한의료법칙성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다.

박혜리 서울고등법원 상임 전문심리위원 ⓒ의협신문
박혜리 서울고등법원 상임 전문심리위원 ⓒ의협신문

지정토론자로 나선 박혜리 서울고등법원 상임 전문심리위원은 "현실의 이원화된 체계 아래 면허로 인해 허용된 의사의 의료행위와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의 범위가 엄연히 다르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제도에서 한의사와 의사를 '의료인'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 학문의 기원과 역사적인 발달 과정에서의 큰 차이가 상쇄될 수는 없다"고 짚었다.

박혜리 위원은 "우월성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과 밀접한 현대 의학, 그리고 철학적 기반이 강한 한의학의 본질적인 차이"라면서 "사회적인 혼란을 줄이고, 건강 증진과 생명 보호라는 공통된 목표를 이뤄가기 위해 각자에게 허용된 본질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 그 분야를 더 발전시키려는 태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한방의학과 현대의학의 본질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공지능 왓슨'을 예로 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11월 '왓슨'을 "의료 정보와 문헌 등 빅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므로 의료기기가 아니다"고 정리했다.

박 위원은 "식약처의 입장 정리가 의료기기가 아니라고 해서,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해도 왓슨을 이용하는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왓슨이 진단 및 치료 권고안을 내는 원리 자체가 철저하게 현대의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료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한방서적에 근거했다면 전통적인 한방의료행위로 인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현대의학적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위험한 것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이를 한의학을 선택한 환자의 책임으로만 남겨도 되는 문제인지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숙제를 남겼다.

김은철 가톨릭의대 교수(부천성모병원 안과)가 플로어 발언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은철 가톨릭의대 교수(부천성모병원 안과)가 플로어 발언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은철 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교수(대한안과학회)는 플로어 발언을 통해 "세극등 현미경·안압측정기·시야측정기·자동굴절검사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헌재는 2013년 12월 26일 2012헌마551·561 병합 사건에서 ▲세극등 현미경은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된다 ▲관련 법령에서 이 사건 기기들에 대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사용 자체로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 우려도 없다 ▲측정결과는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기기를 사용한 진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정했다. 

"세극등 현미경은 자동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빛의 방향 각도 넓이에 따라 각막 한 곳을 보는데도 100가지 이상의 사진이 나온다"고 설명한 김은철 교수는 "각막질환에서는 각막전문의가 아니면 올바른 진단을 내리기 상당히 힘들다. 측정·판독에는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압측정기에 대해서도 "안압은 일중 변동이 있으며 각막의 두께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고,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의 경우 정상안압에서도 시야의 결손을 가져오기 때문에 시신경과 시야 상태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시야검사는 충분히 수련한 안과전문의 조차 판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면서 "소아에서 잘못된 굴절검사로 안경을 맞추면 사시나 약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안과기기는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지 않으며, 측정을 할 때 유해가 없더라도,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사람이 측정결과를 잘못 판독해 오진하면 실명까지 할 수 있다"면서 "헌재가 결정할 당시 안과학회 측의 전문적 감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짚었다.

토론 좌장을 맡은 김정중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의협신문
박영호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의협신문

박영호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에서 모든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 신체에 유해가 없다면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진단검사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의사들 스스로 자기 목을 죄는 것일 수 있다"고 답했다.

정규원 교수는 "안압측정기를 한방에서 사용하고, 각막의 두께나 압력을 진단하는 것은 한방의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며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원리 자체와 설명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영역에 따른 판단을 해야 한다. 쟀다는 것 자체가 한방에서 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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