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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지)소 공보의 10명 중 6명 "억지 진료 강요받았다"
보건(지)소 공보의 10명 중 6명 "억지 진료 강요받았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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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원, 일반의에게 '안과·피부과·응급의학과' 전문진료 요구
대한공보의협의회 "보건기관 기능·역할 맞는 업무 조정해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의협신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의협신문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 10명 중 6명이 억지 진료를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6일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근무자 무분별 진료 및 처방 요구 사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보건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맞도록 진료기능을 축소하고, 업무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한결 대공협 학술이사는 "보건소 및 보건지소 근방 민간의료기관의 진료 기능이 중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목으로 부적절한 진료를 요구받고 있는 사례를 수집했다. 공공의료자원으로 배치된 공중보건의사의 역량을 진료 부문에 집중시키는 것이 옳은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보의가 제보한 70건을 분석한 결과, 일반의의 60%와 인턴 과정을 수료한 공중보건의사 중 61.9%가 "본인의 능력 이상의 진료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8.6%는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환자에게 전원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전원하려 했음에도 환자 측이 강하게 거부하거나 소속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는 등의 사유로 불가피하게 진료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가피하게 진료한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님에도 흉부 엑스레이를 판독하도록 하거나 의료급여 대상자가 약제비 면제를 위해 일반의약품 처방을 강요하며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토혈로 내원한 환자의 경우 응급질환이 의심돼 내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도록 권유했으나 아무 약이나 달라며 거부하기도 했다.

대공협은 "인근에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있음에도 보건사업 실적을 위해 일반의에게 영유아 검진을 맡기기도 했다"면서 "보건의료원에 배치된 일반의에게 안과·피부과·응급의학과 등의 진료를 보도록 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대공협은 "전문 인력의 원활한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목에 맞지 않는 자원을 배치하면서 과연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의 또한 '능력 이상의 진료'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에서 전문의 응답자의 75%가 "다른 전문영역의 진료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대공협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님에도 결핵 검진 영상 판독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답했다"면서 "전시 행정과 선심성 공약의 실현 도구로 전락해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서는 의료 질 관리를 등한시하면서 민간기관에 대해 의료 질 향상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공협은 "의료의 질 평가를 위해 민간의료기관에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반면, 지역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살리기 위해 설치된 보건(지)소 의료의 질은 과연 잘 유지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마다 교체되는 의료 자원으로 진료의 연속성 및 높은 의료 질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진료 제공'을 명목으로 하는 보건(지)소의 기능을 지역 민간의료기관으로 상당 부분 이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송명제 대공협 회장은 "무분별·부적절한 진료는 의료 빈틈을 채우려다 되려 빈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보건기관 본연의 업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업무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 모음은 보건소와 의원급 의료기관이 겹치는 곳에서 보건소의 진료기능은 축소하고, 공중보건 및 교육 사업에 몰두해야한다는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료"라면서 "앞으로 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국민에게 의료빈틈을 효율적으로 채울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대공협은 올해 하반기에 대대적으로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진료 적정성 평가'를 진행, 올바른 보건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모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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