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앞 의원 위치한 경우도…"지역보건취약지·역량 재정립 필요"
대공협 '보건(지)소 부근 민간의료기관 분포 조사' 발표
전국 44.19%의 보건소 및 보건지소가 민간의료기관과 인접하고 있다는 조사결과와 함께 지역보건취약지 재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22일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근방의 민간의료기관 분포현황'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의료취약지 개념 재정립과 지역보건역량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초기 보건(지)소는 의료취약지에 배치해 의료사각지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대공협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1360개 기관 중 601곳(44.19%)은 반경 1km 이내에 한의원·치과의원을 제외한 민간의료기관이 존재했다.
광역시 및 특별자치단위를 제외해도 1295개 중 524개인 44.32%로 나타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한결 대공협 학술이사는 "지역사회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역보건취약지의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보건(지)소 근방의 민간의료기관 분포 현황을 조사해 공공과 민간의료기관 간의 진료 기능 중첩 문제를 환기시키고, 지역보건개선을 위해 공공의료자원으로 배치된 공중보건의사의 역량을 어느 부분에 집중시켜야 하는가에 대해 재고코자 했다"며 조사의 취지를 밝혔다.
이한결 학술이사는 "2013년 개발된 지역보건취약지수가 11개 핵심 지표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 보건의료취약성 영역 중 보건의료자원의 가중치가 18%로 과대계상됐다"며 "이는 자원의 양적 지표는 될 수 있으나 질적 지표는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공협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대공협 임원진들이 직접 전국 보건소, 보건지소 분포 자료를 토대로 민간의료기관 분포 현황을 지도상에 상세히 표기해가며 비교 분석해 결과를 도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지)소 1km 반경 이내에 민간의료기관이 가장 많이 위치한 광역 단위는 제주도(68.75%)였다. 광역시 및 특별자치단위를 제외하면 경기도(60.87%)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시군별 분류에서는 서귀포시(85.71%)가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광역시 및 특별자치단위가 아닌 곳에서는 경주시(84.62%)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학술이사는 "시군별 분류 중 지역 내의 모든 보건(지)소 1km 반경 이내에 민간의료기관이 존재하는 지역이 10곳이나 발견됐다. 보건(지)소 1km 반경 이내에 민간의료기관이 3개 이상 있는 경우도 198곳이나 된다"며 "이는 전국 보건(지)소 1360개 대비 14.56%에 달하는 수치다. 민간의료기관이 하나 이상 있는 곳 601개 중 32.95%나 차지한다. 이 지역들을 지역보건취약지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지)소 100m 이내의 경우는 어떨까.
총 124곳 100m 이내에 민간의료기관이 존재했다. 5m 앞에 의원이 위치한 경우도 발견됐다. 차로의 폭이 2.75~3.5미터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길 건너 민간 의료기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
송명제 대공협회장은 "조사에서 보면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지소가 겹치는 지역이 대다수"라며 "과연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의료취약지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번 자료는 객관적으로 진행된 조사의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보건소와 의원급의료기관이 겹치는 곳에서 보건소의 진료기능은 축소하고 공중보건 및 예방 사업에 몰두해야 한다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국민들에게 의료빈틈을 효율적으로 채울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송명제 회장은 "공중보건의사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을 감안해서라도 의료취약지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특법의 취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공협은 이번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근방의 민간의료기관 분포현황'조사를 시작으로, 2018년 하반기에 대대적인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진료적정성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