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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약 미프진, 직접 구입 시도해보니…
낙태약 미프진, 직접 구입 시도해보니…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9.2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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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사이트 3초만 구입처 찾기 가능…사용 후기까지 등장
전문가 '불법 낙태약' 쇼크·패혈증 등 심각한 위험 경고

낙태죄 위헌 관련 헌법재판소 심리가 연기되면서 찬반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내 자궁은 내꺼', '낙태는 인권 아닌 토막살인' 등 원색적 표현들도 다수 등장한다.

보건복지부는 8월 17일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의사의 면허를 1개월 자격정지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산부인과의사들은 "불법 낙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했다"며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임신중절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해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산부인과의사들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불법 낙태약이 온라인을 통해 쉽게 유통되고 있는 것.

본지에서는 실제 낙태약 구입이 얼마나 쉽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시도해봤다.

G검색 사이트에 '낙태약 구입'을 검색하자 미프진 구매 사이트가 바로 검색됐다. 다수의 홍보글과 직접 연결가능한 SNS등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의협신문
G검색 사이트에 '낙태약 구입'을 검색하자 미프진 구매 사이트가 바로 검색됐다. 다수의 홍보글과 직접 연결가능한 SNS등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의협신문

G검색사이트에 '낙태약 구입'을 검색했다. '낙태약', '낙태약 구입방법'등 낙태약 홍보 사이트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이트 대부분에서 판매하는 낙태약은 '미프진'. 아예 미프진을 사이트 이름으로 해 놓은 곳도 상당수였다.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 성분(프로게스테론 수용체에 결합해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의 자궁내막에 대한 작용을 억제하는 성분)과 미소프로스톨(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로 자궁경부의 숙화와 자궁 수축을 유발하는 성분)으로 이뤄졌다.

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후 시판 허가됐다. 미국 등 해외 62개국에서 의사 처방을 통해 전문약으로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선 판매 및 구입 모두 불법이다. 식약처 차원의 안전성 검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사이트 하나를 클릭해 봤다.

(왼쪽) A사이트는 불법낙태약 '미프진'에 대해 상당히 자세한 의학전문 지식을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 이 사이트에는 불법낙태약에 대한 후기까지 올라와 있다. ⓒ의협신문
(왼쪽) A사이트는 불법낙태약 '미프진'에 대해 상당히 자세한 의학전문 지식을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 이 사이트에는 불법낙태약에 대한 후기까지 올라와 있다. ⓒ의협신문

A사이트는 상당히 전문적인 약품 사이트로 보였다. 미프진에 대한 소개 글과 함께 복용법이 나와 있다. 자신을 약사라고 소개하며 실명을 밝히고 있다.

미프진 사용 후기까지 올라온 사이트도 있었다. 사이트에는 '동의 하에' 올렸다고 돼 있다. 후기에서는 미국에 있는 약사 선생님과 직접 전화로 상담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B양은 후기에서 대구에 살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날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두 줄이 나왔다"며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임신 사실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확인했을 땐 임신 9주째였다. 미국에 있는 약사 선생님이 직접 전화해 이것저것 자세히 상담해주셨다"며 "통증도 거의 없었다. 3일 약 복용으로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함께 검색된 다른 사이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모든 사이트에서 약 판매는 직접 구매방식이 아니었다.

C사이트에서는 실시간 상담을 통해 판매를 유도하고 있었다. 직접 채팅 상담을 진행해 봤다.

(왼쪽) C 사이트에서 직접 불법낙태약 구매를 시도해봤다. 자세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오른쪽) A사이트에서도 실시간 채팅을 통해 구매상담이 가능했다. 구입 가격은 35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인 곳도 있었다. ⓒ의협신문
(왼쪽) C 사이트에서 직접 불법낙태약 구매를 시도해봤다. 자세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오른쪽) A사이트에서도 실시간 채팅을 통해 구매상담이 가능했다. 구입 가격은 35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인 곳도 있었다. ⓒ의협신문

"몇 주차인가요", "마지막 생리일은 언제인가요", "병원 진단 시 어떤 걸 물어보셨는지요", "알레르기성 장애나 출혈성 장애, 만성신부장애는 해당 없으신가요"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어떤 경로로 사이트에 왔는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7주 차 약은 36만원. 다른 사이트 문의 결과도 35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 정도의 가격을 책정했다. 몇 주차인지 여부에 따라 가격도 달라졌다.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회원가입 없이 실시간 채팅을 유도하거나 SNS 아이디를 안내하고 있었다. 개인 연락처를 남기면 연락을 준다는 곳도 있었다.

처벌을 피하고자 단속이 어려운 개인 메시지를 활용해 판매·구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구매를 신청하는 글이 빠르게 업데이트 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SNS 아이디를 공개하며 1대1 상담 및 구입을 유도하고 있었다. 이에 구입신청 및 문의글이 실시간으로 다수 올라오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의협신문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SNS 아이디를 공개하며 1대1 상담 및 구입을 유도하고 있었다. 이에 구입신청 및 문의글이 실시간으로 다수 올라오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의협신문

의사의 처방도 없이 불법적인 경로로 약을 구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이 눈으로 확인된 것.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심리를 떠나 현행법상 낙태약 구입은 불법이다.

불법 사항보다 심각한 것은 부작용 문제다. 전문가들은 '불법 낙태약'으로 인한 쇼크·패혈증 등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김동석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장은 "미프진은 허가가 된 유럽의 경우에도 의사가 정확한 임신 상황을 판단하고 사용해야 한다. 낙태가 잘 되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미프진을 정확한 진단을 하지 않고 사용할 수 없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궁외임신은 약물 사용이 금기다. 진단조차 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면서 "불법유통으로 인한 피해도 잦아지고 있다. 음성적인 거래이니 고가로 거래가 되고, 가짜 약이 유통이 되어 유산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석 회장에 따르면 미프진을 사용하는 여성의 약 90%가 3일째 부작용을 보이며 8%의 여성이 30일 이상 출혈이 발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심한 하혈의 경우는 빈혈과 쇼크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불완전 유산이 된 경우 계속된 출혈이나 패혈증 등으로 인해 위험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두통 ▲현기증 ▲복통 ▲구토 ▲실신 ▲골반 통증 ▲골반 염증성 질환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경고에도 보건복지부나 식약처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비전문가에 의한 불법 낙태 수술 및 불법 낙태약으로 인해 여성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의사들은 그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복지부가 계속해서 직무유기를 한다면 우리 의사회가 자체적으로 불법 낙태 수술 및 불법 낙태약에 대한 국민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신고된 자료는 관계 기관에 통보하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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