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구상권·손배소송 방침에 관련 제약사·업계 반발
제약계 "무리한 법적용…판매중지·회수 과정 손실 눈덩이"
정부가 발사르탄 사태에 대해 관련 제약사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입장을 밝히자 관련 제약사 및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사르탄 사태 수습 경과를 보고하고 관련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발사르탄 사태로 인해 떠안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손실분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구상권 청구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법 제58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구상권 조항인 동법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사태에 따라 해당 제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의료기관 방문 때 본인부담금을 면제했으며, 처방료와 조제료 등으로 지급된 건보재정 손실에 대해 관련 제약사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무리한 법적용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적법한 원료를 사용했고 유해성 여부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며 안전관리에서도 뚜렷히 드러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제약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판단에 따른 조치에 대해 왜 제약사가 책임을 떠안아야 하냐는 불만이다.
제약계는 정부와 제약사 모두 발사르탄 원료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함유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강변했다. 사태 이전엔 NDMA를 검출할 만한 공인된 시험법이 없었고, 시험성적서 항목에도 NDMA는 들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NDMA 검출 위험성을 의약품 제조·수입 과정에서 인지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 제조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판매중지·회수 조치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으며, 식약처가 2015년 이후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하면서 문제가 된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까지 판매가 중지돼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문제가 된 고혈압약의 재처방·조제 규모는 34만여명에 추가 지출 비용은 수십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도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한 요양기관 재처방·조제 급여청구가 심평원에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손배소송과 관련 대상·금액·범위 부분 등을 현 단계에서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백 곳 제약사에 대한 개별 청구금을 산정하고 건보공단 비용 가운데 손해배상 범위를 특정하려면 내년 초에나 소송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손배 소송을 이끌어갈 건보공단은 식약처의 유해성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해성 평가를 근간으로 소송 여부·대상·금액 등을 정할 예정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유사사례 발생 시 환자 본인부담금 면제를 유지할 지에 대한 여부와 문제 의약품을 전량 회수해 확인한 후 문제가 없는 품목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중지를 해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또 문제 의약품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요양기관 손실 방지 방안도 마련했다. 문제 의약품보다 가격이 높을 경우 제약사에 반품·환불하더라도 약가 차액만큼 요양기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