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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아냐? 아님 말고!'…피해는 병원 몫

'사무장병원 아냐? 아님 말고!'…피해는 병원 몫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3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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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 후 공단 요양급여 지급 정지…망할 수밖에"
1·2심 모두 무죄선고에도 병원은 이미 폐업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사무장병원이라며 내부고발 당한 요양병원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지급 정지 처분으로 인한 경영 악화로 결국 폐업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서울고등법원은 5월 31일 의정부지방법원이 해당 D요양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의료법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위반으로 기소된 의사A씨와 B씨에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그대로 유지, 검사측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검사측이 상소를 포기하면서 최종 무죄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1987년부터 경기도에 C의원 등을 설립·운영했다. 2000년 A씨는 C의원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B씨를 알게 됐다. 2007년에 사건의 D요양병원을 개설하면서 B씨에게 병원 행정부원장의 직위를 주고 병원을 운영해왔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2007년 8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마치 A씨가 단독으로 D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사무장병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105억원을 부당하게 편취했다며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위반혐의로 A씨와 B씨를 기소했다.

법원은 D요양병원 개설과 관련 "투자약정서나 동업약정서 등 수익분배 약정이 있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D요양병원은 A씨가 개설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B씨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원 업무에 대해 B씨가 A씨에게 보고 및 결재를 받았다는 병원 관계자들의 진술 ▲직원 채용 시 A씨가 직접 면접을 하고,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직원 징계·해고 등의 문제에서 A씨가 병원장으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한방과 도입·의료기기 구입 등 병원 재정에 대한 최종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물리치료시 배치 변경등 운영 주요사항에 대해 A씨가 권한을 행사한 점을 들어 "A씨가 병원장의 직위에서 인사 및 재정 등 병원 업무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가지고 병원을 운영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원 자금과 관련해서도 "자금조달 및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B씨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였다고 볼만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본 사건 수사 시작의 결정적 이유였던 한의사 E씨의 내부고발에 대해서도 '추측에 의한 진술'이며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씨는 2014년 1월부터 1년간 D요양병원에서 근무한 한의사다. 2015년 D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사 E씨는 경찰진술조서를 통해 'A씨가 로봇이나 마찬가지로 매달 1천만 원을 받아간다는 말을 F로 부터 들었다', 'D요양병원이 A, B씨가 함께 투자해 설립한 병원으로, 지분으로 수익을 배분한다는 이야기를 G, H로부터 들었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의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이 정한 요건을 갖춰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E씨의 진술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심지어 F씨는 법정에서 E씨가 언급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한의사 E씨가 이 사건 병원의 설립 경위 및 병원 운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진술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자료 등을 찾기 어려운 점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들을 토대로 추측에 의한 진술을 하고 있는 점 ▲E씨와 A,B씨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점 ▲E씨가 근로계약 해지통보를 받고 근무를 그만둔 점 등을 볼 때 "진술 부분을 신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기각되면서 '무죄'판결은 그대로 유지됐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다.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해당사건 D요양병원은 폐업한 상태로 알려졌다. 건강보험공단은 D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이라며 요양급여비용 지급 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역사회에 악소문이 퍼지면서 환자들이 줄기 시작했고, A씨는 어쩔 수 없이 병원을 폐업했다.

최근 정부는 특별사법경찰 도입 등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활발하게 마련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민주평화당)은 21일 '사무장병원' 개설자와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을 기존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2배가 증가된 10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늘리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7일 '2018년도 제2차 부당청구 요양기관 신고 포상심의위원회'에서 요양급여비용 총 151억 원을 거짓·부당 청구한 25개 요양기관의 신고자들에 총 11억9000만 원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의결 사항을 밝혔다.

반면, 사무장병원에 대한 허위 신고에 따른 피해에 대한 보상책은 전무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병원의 몫이다.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은 A씨는 의료&복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사전 조사도 하지 않고 안일하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과 검찰은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죄가 없어도 내부고발이 되면 병원은 망할 수밖에 없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신변 보호나 포상도 좋지만,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은 전무한 게 현실"이라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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