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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증·두려움 줄이고 방광암까지 잡는다
인터뷰 통증·두려움 줄이고 방광암까지 잡는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8.08.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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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방광내시경 도입 후 통증 경감 통해 환자 이탈 크게 줄어
방광암·요도협착·요도결석·방광내 육주화 등 다양한 진단 가능

방광암의 호발 양상이 바뀌고 있다. 60∼80대에 주로 발생하던 방광암은 이제 연령층이 다변화되면서 조기검진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방광암은 진행단계에 따라 비근침윤성(표재성) 방광암·근침윤성 방광암·전이암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경요도방광종양절제술로 종양의 완전절제가 가능한 비근침윤성 방광암이 70%를 차지해 조기 발견이 더욱 절실하다.

과거 조기검진을 가로막는 장애 가운데 하나는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겪게되는 극심한 통증과 이에 따른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방광암 의심 소견인 혈뇨를 눈으로 확인한 후에도 내원을 꺼리는 주원인이 됐다. 일직선 형태의 금속관으로 만들어진 경성 방광내시경은 환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고무재질로 만들어져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연성 방광내시경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되면서 환자의 고통 감소와 진단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가격은 만만찮고 관리가 어려우며 내구성도 떨어지는데다 보험수가는 기존 경성 방광내시경과 같은 연성 방광내시경. 그래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주환 부평세림병원 비뇨의학과장은 "연성 방광내시경은 통증 감소라는 일차적 목적과 함께 환자 이탈을 막고 암 조기발견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며 "내원이나 검사를 주저하다가 방광암 치료 적기를 놓치는 안타까움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주한 부평세림병원 비뇨의학과장
노주한 부평세림병원 비뇨의학과장

방광암 환자의 연령층이 다변화되면서 조기검진이 더욱 중요해졌다. 방광암 의심 증상과 대표적 검진 방법은?

일단 혈뇨 증상이 있을 때 방광암을 의심할 수 있다. 혈뇨는 현미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현미경적 혈뇨와 육안적 혈뇨로 나뉘는데, 방광암의 주증상은 환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육안적 혈뇨다. 육안으로 혈뇨가 확인됐을 때 CT와 방광내시경으로 검사해 방광암 여부를 확인한다. 하지만 암의 크기가 작을 때는 CT에서 놓칠 수 있어 정확한 확인을 위해 방광내시경 검사를 진행한다.

방광내시경이 필요한 질환과 검사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연성 방광내시경 검사 모습
연성 방광내시경 검사 모습

방광내시경은 요도부터 방광까지 쭉 들어가면서 관찰한다. 소화기내과에서 쓰는 위·대장내시경이 장을 따라 검사하는 것처럼 방광내시경도 요도부터 시작해 전립선을 거쳐 방광 내부까지 확인한다. 방광암뿐 아니라 요도협착이나 요도결석, 방광결석, 방광 내 육주화(전립선 비대증이 상당히 진행되면 방광에서 소변이 나가는 길이 좁아져서 방광 변성이 오는 증상) 등도 진단한다. 

방광내시경은 극심한 통증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은 어느 정도인가.

개인 편차가 있지만 연성 방광내시경에 비해 경성 방광내시경이 통증 정도가 더 심하다. 2015년 비뇨의학계의 저명한 저널 중 하나인 <UROLOGY>에 소개된 논문에서 통증 점수를 0에서 10까지 나눠 연성 방광내시경과 경성 방광내시경을 비교한 결과가 있다. 경성 방광내시경을 받은 집단은 연성 방광내시경 검사 집단에 비해 중등도 이상에서 심한 고통을 느낀 환자의 비율이 2∼3배 높게 나타났다. 연성 방광내시경의 '고통 없는 비율(0점)'은 58.7%로, 경성 방광내시경 검사 집단의 24%에 비해 2배 이상이었고, 중등도 고통(4-6점)을 느낀 환자 비율 역시 연성 방광내시경 환자군은 9.3%, 경성 방광내시경 환자군은 18.7%로 나타났다. 경성 방광내시경은 쉽게 표현하면 길다란 쇠꼬챙이를 요도에 집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광암 수술 후에는 6개월에 한번 정기적으로 내시경으로 추적관찰을 해야 하는데, 환자들이 힘들어하거나 통증 때문에 병원을 오지 않고 검사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연성 방광내시경의 성능이나 장점은.

소화기내과에서는 이미 연성 내시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젠 비뇨의학과에서도 연성 내시경이 개발돼 곡선으로 이뤄진 요도부터 방광까지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경성 내시경은 쇠로 된 직선 내시경이 곡선인 요관을 긁으면서 들어가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연성 내시경은 부드럽기 때문에 요관을 따라 휘어지면서 길을 찾는다. 방광 내에서도 부드럽게 휘어지므로 더 넓은 영역을 관찰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검사 영상이 HD 화질로 제공돼 미세종양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사용중인 올림푸스 제품은 독자적인 'NBI(Narrow Band Imaging, 협대역 화상 강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 디스플레이 모드는 암의 영양보급로인 점막표층의 모세혈관과 점막 미세패턴 등을 색조 차이로 강조해 표시한다. 백색광에서 확인이 어려운 조직과 미세 병변을 효과적으로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놓치기 쉬운 암들까지 확실히 진단할 수 있다. 

국내 도입은 언제부터이고 도입률은 얼마나 되나. 해외 상황은 어떤가.

올림푸스 연성 방광내시경
올림푸스 연성 방광내시경

연성 방광내시경이 실제 임상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0년 이내다. 도입은 그보다 오래 됐지만, 의료진의 입장에서 새로운 기구에 대한 부담감이 있거나, 적응기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활성화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전국 도입률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인천지역의 경우 대학병원 포함 현재 10곳 미만에서 사용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은 의료기관의 80∼90%가 연성 방광내시경으로 교체했다. 

연성 방광내시경에 대한 의료진 평가는 어떤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환자의 통증을 대폭 경감 시키기 때문에 더 널리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사 때 통증이 줄어든 만큼 환자 이탈률이 적다. 또 방광내시경의 통증이 두려워 방치하고 있다가 방광암이 전이가 된 상태로 오는 경우도 획기적으로 줄기 때문에 도입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환자들의 반응은 어떻게 달라졌나. 

연성 방광내시경은 환자의 통증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인터넷이나 입소문 등으로 방광내시경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막연한 공포를 갖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그럴 때면 연성 방광내시경은 통증이 덜하다고 안심시킨다. 실제로 연성 방광내시경으로 검사받을 때, 벌써 끝났냐고 묻는 환자가 있을 정도로 굉장히 만족도가 높다. 경성 방광내시경으로 주기적 검사를 받던 환자들 중에는 연성 내시경이 병원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비뇨의학적 의미를 되짚어 준다면. 

연성 방광내시경은 확연하게 통증을 줄여주기 때문에 방광내시경을 기피하는 환자들과 이미 암을 앓던 환자들의 추적 관찰에서도 부담이 덜하고 효율적인 검사를 가능하게 한다. 20년 이후에는 연성 방광내시경만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최신 기기를 들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도전이다. 병원의 협조로 환자들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연성 방광내시경을 도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환자들의 반응이 좋아 의사로서도 기쁘다. 특히 검사를 추천한 환자들이 이탈하지 않고 무사히 검사와 치료를 받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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