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이유로 병역 연기 안 돼" 헝가리 의대생 '패소'
"학업 이유로 병역 연기 안 돼" 헝가리 의대생 '패소'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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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학교·6년제(의과대학) 사유 연장은 '28세'까지만
법원 "형평성 훼손·사기 저하 등 공익에 악영향" 판단
ⓒ의협신문
법원은 외국학교 수업을 이유로 국민의 의무의 병역을 연기할 수 있는 연령을 28세까지라고 보고 있다. (사진=pixabay)

헝가리 의대 재학생이 기초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병무청에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 신청을 거절당하자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전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최근 외국 의과대학 재학을 사유로 A씨가 제기한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신청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병역의 형평성을 훼손하고 군의 사기를 저하시켜 병역자원의 적정한 유지 및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소송을 기각,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헝가리에 있는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올해 만 29세. 징병검사에서 2급 현역병 입영대상자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의 경우 28세까지 병역 연기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병역법 제60조(병역판정검사 및 입영 등의 연기) 제1항에 따라 2017년 12월 31일까지 입영을 연기해 온 상황.

입영일이 다가오자 2017년 11월경 A씨는 헝가리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해 "이미 2학년 등록금을 납부했다. 기초과목인 해부학을 수강할 때까지 연장을 원한다"며 2018년 12월 31일까지 1년 더 국외 여행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2017년 12월 12일 A씨에 "병역법에 따라 6년제 과정(의과대학)의 경우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 가능 연령은 27세까지다. 외국의 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 28세까지 허가할 수 있다. A씨는 2018년 만29세로 국외여행 기간 연장 허가가 가능한 연령을 초과했다"며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신청을 불허했다.

A씨는 12월 29일 병무청에 다시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신청을 했다. A씨의 부모는 "2학년 2학기까지의 수업료 및 숙소비용 납부한 상태로 시간적·경제적 손실이 크다. 학업 스트레스와 국외 여행 기간 허가 만료 임박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기존 질환인 호흡기 천식 질환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병무청은 2018년 1월 12일 A씨의 질병·사유가 '항공기 등 탑승이 불가'하거나 '국내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연장허가신청 불허·통지했다.

A씨는 "병무청의 처분이 비례원칙,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재량권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전주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신청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국외여행 기간 허가만료일보다 6개월 후에 입대해도 병역의무이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즉시 귀국해 병역의무 후 복학 시에는 기초과목 재수강으로 국외체류기간이 1년 이상 늘어난다. 시간적·경제적 불이익이 크다"며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사익이 커 비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병역특례 및 군입대 연기 혜택을 주고 있는 점을 들어 평등원칙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 여부는 법원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행 병역법 제70조 제3항에 따른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신청을 하는 경우 병무청장은 병역법 시행령 제147조에 따라 국외여행 기간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

재판부는 "병무청장은 국외 체재 목적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병역의무부과에 지장이 없는지를 판단한다. 판단 과정에서 공익적 요소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어 행정청의 재량판단 여지가 있다"면서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는 규정형식 등에 비춰 볼 때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된 재량행위에 속한다"고 밝혔다.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행정청의 의사는 가능한 한 존중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11두28783 판결, 2013년 11월 14일 선고)를 인용한 재판부는 "국외여행 규정은 재량권 행사의 기준으로 마련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 즉 재량준칙"이라며 "법원은 독자의 결론을 도출함이 없이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미 수업료와 숙소비용을 납부했다는 사유는 국외여행 기간의 허가가 만료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미리 비용을 납부한 A씨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며 해당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천식에 대해서도 "항공기 탑승이 불가능하거나 국내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이 아니다. 국외여행 규정의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병무청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병역의무의 형평성 및 병역자원의 적정한 유지·관리라는 중대한 공익"이라며 "연장 허가신청 허가 시 병역의 형평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군의 사기를 저하시켜 병역자원의 적정한 유지 및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병역의무부과에 지장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헝가리 의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치열한 국내 의대 입시 경쟁을 피해 의사가 되기 위한 차선책으로 입시생·학부모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의대 졸업 후 국내에서 의사 활동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편·입학이 쉽다는 이유에서다.

'외국대학 졸업자의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응시절차' (출처=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의협신문
'외국대학 졸업자의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응시절차' (출처=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의협신문

보건복지부 '외국대학 졸업자의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응시절차'를 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해당 국가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한 경우, 의료법 제5조에 따라 예비시험 및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자료에 따르면 2003~2017년까지 헝가리 의대 졸업생 중 의사 국시 합격자는 11명.

결국 들어가는 문은 넓고, 나오는 문은 좁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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