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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 기저귀만 의료폐기물서 제외? 요양병원들 분통
요양시설 기저귀만 의료폐기물서 제외? 요양병원들 분통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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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보다 요양병원 환자 감염성 질환 더 안전…일반폐기물 포함 필요성 제기
요양병원 관계자, "의료폐기물량 줄인다는 환경부 지침 혼란만 부추겨" 지적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의협신문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의협신문

급증하는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의료폐기물 소각 처리시설이 부족해 노인요양시설에서 감염과(의료행위가 없는) 무관한 기저귀를 사업장일반폐기물 소각 처리시설에서 폐기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입법예고 됐지만, 노인요양병원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또 노인요양병원에 근무하는 환자 대부분이 감염성 질환과 무관하고, 간단한 드레싱 등 의료행위를 했더라도 감염 위험이 없는데, 환경부가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을 발표해 기저귀 등 일반의료폐기물 처리를 놓고 노인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은 2013년 14만 4000t에서 2017년에는 20만 7000t이 발생해 5년 사이 43.7%인 6만 3000t이나 급증했다.

반면 의료폐기물 소각 처리시설은 지자체나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설치를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증설이나 신규 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의료폐기물 소각 처리시설은 전국 13곳(수도권 3곳, 충청권 3곳, 호남권 2곳, 영남권 5곳)밖에 되지 않아 급증하는 의료폐기물 처리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무엇보다 2017년 기준으로 의료폐기물은 20만 7000t이고, 이 가운데 일반의료폐기물은 16만 3000t(약 79%)으로 위해의료폐기물(4만 2000t), 격리의료폐기물(2000t)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양을 차지한다.

게다가 일반의료폐기물에는 포장재·플라스틱·종이류 등 일반폐기물이 혼합 배출되고, 특히 의료폐기물이 아닌 링거병·수액팩 등은 안의 내용물을 모두 비운 후 사업장일반폐기물 또는 생활폐기물로 배출할 수 있는데, 이조차도 일반의료폐기물에 함께 배출되면서 물량을 증가시키는데 한몫하고 있다.

폐기물 분류체계
폐기물 분류체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경부는 지난 7월 19일 기저귀 등 일반의료폐기물을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분류하는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의 주요 내용은 노인요양시설에서 배출되는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한 것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지침을 보면 ▲폐백신, 폐항암제, 폐화학치료제와 혼합·접촉되지 않고, 혈액 등과 접촉되지 않은 수액병 등은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지 않으며, 발생량·배출시설 여부 등에 따라 사업장일반폐기물 또는 생활폐기물에 해당 ▲노인요양시설에서 진료·처치 등 의료행위와 관련해 배출되는 배설물이 함유된 일회용 기저귀는 일반의료폐기물에 해당하나, 의료행위와 관련 없이 일반 치매 노인의 대·소변 처리를 위해 사용된 기저귀는 의료폐기물에서 제외(다만, 설사·구토·혈변 등 감염병 의심 노인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은 의료폐기물로 처리) ▲신생아실에서 나온 건강한 아기의 배설물이 함유된 일회용 기저귀는 일반의료폐기물에 해당(다만, 진료·처치 등 의료행위와 관련 없이 신생아의 대·소변 처리를 위해 사용된 기저귀는 의료폐기물에서 제외) ▲병원(요양병원 포함)에서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환자에서 발생하는 혈액·채액·분비물·배설물이 묻은 기저귀나 생리대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되나, 의료행위와 관련 없거나 단순 내원객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우에는 의료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환경부는 일반의료폐기물을 분리만 잘해도 2020년까지 의료폐기물을 2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환경부는 7월 25일 자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도 입법예고 하면서 의료폐기물 감소 의지를 보였다.

시행령 개정안은 ▲불필요한 의료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감염과 무관한 일회용 기저귀는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했다.

또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의 처리용량 한계로 처분되지 못하는 의료폐기물이 방생하는 경우 일반의료폐기물에 한해 의료폐기물 이외의 지정폐기물 소각시설 또는 사업장일반폐기물 소각시설에서 처리를 허용하고 있다.

환경부는 "의료폐기물은 매년 증가추세에 있으나 이를 위탁 처리하는 소각시설은 전국에 13곳에 불과해 소각시설 용량 부족시 대체처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즉, 일반의료폐기물에서 감염과 무관한 기저귀 등을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분류해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의 처리용량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감염 위험이나 위해성 정도가 낮은 일반의료폐기물도 사업장일반폐기물 소각시설에서 폐기할 수 있도록 해 의료폐기물 급증으로 인한 소각처리 부담을 줄이고자 한 것.

그러나, 환경부의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과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기저귀 관련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앞으로 일선 현장에서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에서는 '의료행위'와 관련이 없는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한다고 했는데, 간단한 드레싱을 한 환자에게서 나온 기저귀 모두를 감염성 위험이 높은 것으로 봐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 시행령에서는 '감염과 무관한 일회용 기저귀'라고만 되어 있고, 자세한 설명이 없어 이 또한 의료현장과 환경부의 시각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모호한 내용에 대해 요양병원 한 관계자는 "노인요양시설에서 나오는 기저귀나 노인요양병원 등에서 나오는 기저귀는 큰 차이가 없다"며 "노인요양시설에서 나오는 기저귀를 먼저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 대부분이 감염성 질환과 무관한데, 간단한 드레싱 등의 처치를 한 것까지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보게 된다면 요양병원에서 나오는 기저귀는 앞으로도 의료폐기물로 계속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의료폐기물을 줄여보겠다고 환경부의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 웃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침과 시행령·시행규칙의 애매한 조항 외에도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기저귀 등이 의료폐기물에서 제외되면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와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업체는 물량 감소로 과부하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는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에 들어가는 많은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의료폐기물을 사업장일반폐기물(사업장 생활계폐기물·사업장 배출계폐기물) 소각시설에서 폐기를 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조례가 달라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넘어온 기저귀를 생활폐기물로 받아줄지 의문이고, 지자체와 일반 시민들이 혹시나 감염된 기저귀가 포함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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