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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15만명에 그쳤지만 적지 않은 성과 남겨

국민청원 15만명에 그쳤지만 적지 않은 성과 남겨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8.08.0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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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한목소리로 폭행 처벌 강화 외쳐
복지부·국회·경찰청 등 화답 실효성 주목

의협이 지난 7월 8일 경찰청 앞에서 개최한 의료인 폭행 예방대책 촉구 대회 중 휴대폰을 통해 참가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함께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14만 7885명.

의료계가 주도하던 응급실과 의료기관에서의 의료진 폭행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청원 마감일인 2일 14만 7885명의 청원을 기록했다.

20만 명의 청원을 채우지는 못해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들을 수는 없지만 지난 7월 1일 전북 익산 응급실 의료인 폭행으로 폭발한 의료계의 단합된 목소리는 한 달 내내 이번 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의료계와 대한의사협회가 응급실 의료인 폭행 예방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의료 기사 등 의료인은 물론 언론과 정치권, 행정부, 경찰청 등도 예방책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며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이번 일은 지역의사회 한 관계자의 제보 한 통에서 시작됐다. 본지는 7월 2일 전북 익산 지역 응급실에서 주취자에게 응급실 의사가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받고 언론 중 처음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피해자 단독 인터뷰도 함께 나갔다.

첫 보도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경찰의 초동대처를 비판하는 댓글이 폭발적으로 늘더니 응급실 폭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의료계를 넘어 SNS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일간지와 방송 매체의 취재와 보도가 이어지면서 사건은 단숨에 전국적인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사건 발생 이틀만인 7월 3일 의협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익산으로 내려가 피해 회원을 위로하고 전북의사회 임원과 익산경찰서를 방문해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각 지역의사회 역시 성명서를 연일 쏟아내며 가해자의 원칙적인 처벌을 요구했다.

의협은 8일 의료기관 내 폭력 예방을 위한 범 의료계 집회를 경찰청 앞에서 개최하면서 이슈에 불을 지폈다. KBS를 비롯해 SBS·MBC·JTBC 등 방송사도 의료진 폭행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기사를 보도하며 의료계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검찰과 익산경찰서는 의료계는 물론 전 사회적인 엄중 처벌 요구 목소리에 이례적으로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6일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의협은 이번 의료인 폭행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 차원의 엄격한 응급실 폭행 초동대처 지침을 마련해 달라며 조만간 경찰청장을 만나 촉구할 계획이다.

의협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익산 응급실 폭행 피해 의사를 만나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약속하고 있다.

이미 전남 광주시의사회는 7월 30일 광주지방경찰청장과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제압하도록 하는 협약을 맺었다.

국회의 입법 활동 역시 기민했다.

의사 출신인 박인숙 의원은 7월 13일 의료인 폭행죄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해 기소하도록 하고 벌금 규정 없이 5년 이하의 징역형만으로 강력처벌하는 의료법,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종필 의원도 7월 18일 응급의료를 방해하면 벌금형 대신 10년 이하의 징역을 내릴 수 있도록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윤일규 의원 등도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에 최근 나서면서 2일 현재 의료인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만 7건이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1일 응급실 의료진 폭행범에 대해 자동차를 운행 중인 기사를 폭행한 경우처럼 가중처벌하는 의료법과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와 협의해 법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무 부처의 대응이 정치권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것 아니냐는 의협의 비판을 받은 후의 더딘 대처였지만 의료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건에 미치지 못했지만, 응급실이나 의료기관 내의 의료인 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의료계의 단합된 목소리가 마련됐다. 언론과 정치권, 정부 등이 의료계의 목소리에 공감하며 나름대로 대책을 쏟아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로 남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전북 익산 응급실 폭행 피해 의사 L 씨는 1일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 이후 연이어 응급실 폭행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치권을 비롯해 경찰과 정부가 대책 마련을 약속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기된 대책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자"는 말을 남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이후에도 의료계가 관심을 두고 제기된 여러 대안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이 시민을 상대로 의료기관 의료인 폭행 예방책 마련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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