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 태아 사망 1심 금고형...대법원 '무죄' 판결 받기까지
자궁내 태아 사망 1심 금고형...대법원 '무죄' 판결 받기까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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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잘못과 사망 사이 상당 인과관계 '미입증'...검사 상고 기각
금고 8월형 선고 직후 "소신진료 보장하라" 산부인과의사들 궐기대회
2017년 4월 29일 서울역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에서 법원이 금고 8월형을 선고하자 전국 산부인과 의사들이
2017년 4월 29일 서울역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에서 법원이 금고 8월형을 선고하자 전국 산부인과 의사들이 "태아를 단 한 명이라도 살리지 못하면 감옥에 보내도록 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의협신문

대법원이 26일 인천지역 산부인과 전문의 A씨에 대한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 상고심(2018도1306)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에 무게를 실었다.

2017년 4월 6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2016고단2288)에서는 "산모와 피해자를 방치한 과실이 인정되고, 과실과 태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한다"며 A씨에게 금고 8월형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이 분만 중 태아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금고형을 선고하자 전국의 산부인과 전문의·전공의들이 들끓었다. 

"분만 중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태아 사망을 이유로 산부인과 의사를 교도소로 보내라는 판결"이라며 "태아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형사처벌의 사유가 돼선 안된다"고 반발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주최로 2017년 4월 29일 서울역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에 참여한 1000명의 의사들은 국회와 정부에 '의료사고특례법' 을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1월 10일 열린 항소심(2017노1333)에서는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측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의료계의 관심은 대법원으로 몰렸다.

대법원은 "태아의 심박동수 감소를 발견하고 제왕절개술을 시행했더라면 태아의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검사측은 인과관계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인천지방법원 전경. ⓒ의협신문
인천지방법원 전경. ⓒ의협신문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독일인 산모 B씨는 11월 24일 오후 10시경 분만을 위해 A산부인과의원에 입원했다.

2014년 11월 25일 오전 6시 15분부터 오전 9시 6분 사이에 5차례나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증세가 발생했으나 A산부인과 의료진의 대처로 다시 안정을 찾았다.

B산모는 오후 2시 30분경 진통을 시작했다. A의사는 오후 4시 25분경 통증을 완화하는 무통주사액을 투여하고, 오후 4시 30분경 태아의 심박동수를 검사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태아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를 찬 채 20시간 가량 진료를 받다 지친 산모는 잠시나마 감지기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A의사는 산모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했다.

A의사는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6시경 무통주사의 약효가 떨어져 다시 통증을 호소하는 B산모와 태아를 살피는 과정에서 태아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1심 재판부는 A산부인과 의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해 자궁 내 태아가 사망했다며 과실치사죄를 적용, 금고 8월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1심 재판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와 수사보고를 토대로 "태아 심박동수 감소가 5차례 발생한 이후 자연 진통에 의한 자궁수축이 있었고, 이 경우 다시 태아심장박동수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출산이 완료될 때까지 산모 상태와 태아의 심박동수에 대해 보다 세밀한 관찰이 요구된다"면서 "태아 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를 제거 이후 의료진을 통한 지속적이고 빈번한 상태 체크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정상임산부의 경우 진통 1기에 적어도 30분 간격으로 태아심박동을 측정할 것이 의학적으로 권고되고, 무통주사 투여 이후 1시간 30분 가량이나 산모의 상태내지 심장박동수를 검사하는 등 의료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밝힌 재판부는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했다면 빠른 제왕절개 수술 등으로 태아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면서 "산모 및 피해자를 방치한 과실이 인정되고, 과실과 태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산모가 외국으로 출국, 합의를 하지 못한 점도 금고 8월형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서는 피해자 측에서 의료상과실이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사이에 다른 원인이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해서 증명책임을 완화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인과관계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면서 "의사의 진료상 과실이 피해자 사망에 기여하는 인과관계가 있는 과실이 되려면 그에 의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태아 심박동수 감소를 발견한 후 제왕절개수술을 결정했더라도 소규모의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피고인이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선 수술 준비 등 약 1시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태아의 심박동수 감소를 발견하고 수술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태아의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자궁내 태아 사망은 원인불명인 경우가 많고, 이 사건의 경우에는 태아의 부검도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태아 사망의 구체적 원인, 사망시각을 알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잘못과 태아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공소권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유죄를 선고한 1심에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방법원은 2018년 1월 10일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의협신문
인천지방법원은 2018년 1월 10일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의협신문

1심 금고형 판결 이후 선처를 호소하는 5025명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집회를 열어 산부인과의 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선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산부인과의사는 항상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만 그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분만으로 산모와 태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분만 과정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으로 산모나 의사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청천벽력 같은 1심 판결로 그동안 고통을 받은 회원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최근 분만 병의원이 폐업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의 하나가 의사에게 무조건 책임을 묻는 사회 분위기와 과도한 배상판결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 김 회장은 "출산 인프라의 파괴는 결국 산모와 태아의 건강권에 피해가 가는 것"이라며 "산부인과의사는 산모와 태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생명의 수호자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그동안 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해 의협 집행부는 회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탄원서와 법률지원 활동을 펼쳐왔다"면서 "대법원 재판부의 상고 기각은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의협은 전문적인 의료분야에서 잘못된 판결이나 제도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과 법률 문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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