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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가 다른 의원서 수술하면 합법? 불법?

개원의가 다른 의원서 수술하면 합법? 불법?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1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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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1심(합법)·2심(불법)…최종 판결 대법원 몫으로
"개방형병원도 하는데...개원의 간 협진제도 마련해야"

전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다른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안과 수술을 시행한 의사에 6월 22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사진=pixabay) ⓒ의협신문
전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다른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안과 수술을 시행한 의사에 6월 22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사진=pixabay) ⓒ의협신문

자신이 개설한 의원이 아닌 다른 의원에서 의료행위를 한 사건을 두고 1심(합법)과 2심(불법)의 판결이 엇갈렸다. 최종 판단은 대법원 몫이 됐다.

전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다른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안과 수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의사는 대법원에 상고, 최종 판결을 받아보기로 했다.

A의사는 J시에 B안과의원을, C의사는 S시에 D안과의원을 각각 운영했다. 병원 봉직의사로 일하다 3개월 만에 D안과의원을 개설한 C의사는 경험이 많은 A의사에게 1주에 2회 D안과의원에서 진료해 달라고 요청했다. A의사는 2014년 7월 5일부터 10월 31일까지 D안과의원에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정기적으로 방문, 58명의 환자에게 안과 수술을 시행했다. A의사는 D안과의원에서 C의사의 수술을 참관하면서 안구에서 절개한 각막 절편을 떼어내는 의료행위를 했다. A의사는 다른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의료법은 의료행위와 의료업을 구분하고 있는 점 ▲업은 직업과 같은 말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해 종사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점 ▲의료인이 다른 사람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돼 보수를 받고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업 영위로 볼 수 없는 점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는 점 ▲의료인이 의료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의료행위를 계속, 반복한 것 외에 의료행위를 통한 성과가 그 의료인에게 귀속됨이 요구되는 점에 무게를 실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항소심)에서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필요성에 구체적인 판단 없이 의사가 특정 시기 다른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일률적으로 진료하게 하는 것은 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불법"이라며 1심 판결을 파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법이 의사가 '개설·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의료기관이 영리를 위해 환자를 찾아다니며 불필요한 진료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해 환자에게 적정한 진료를 받게 하려는 취지인 점 ▲국민 건강의 보호·증진을 위해 의사가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의료 행위에 전념하도록 장소적 한계를 설정한 것이 의료법의 의도인 점 ▲의료인은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는 게 원칙인 점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는 규정은 환자에 대한 최적의 진료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전문성이 뛰어난 의료인을 초빙해 진료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한 점에 무게를 실었다.

"A의사는 D안과의원에서 계속·반복적으로 의료행위를 했고, A의사가 D안과의원에서 진료할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판단없이 반복해 일정 기간에 내원한 환자를 상대로 일률적인 안과 수술을 집도했다"고 지적한 항소심 재판부는 "사실상 의료업을 영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A의사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해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의원급 의사들 사이의 의료행위 교환 사례가 증가하면서 개원가에서는 경우에 따라 의원급 사이에서도 협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의원급 의사들 사이의 의료행위 교환 사례가 증가하면서 개원가에서는 경우에 따라 의원급 사이에서도 협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의원급 의사들 사이의 의료행위 교환 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개원가에서는 실제 진료 현장을 감안해 의료인이 자신의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진료할 수 있도록 진료 장소 제한 범위를 현실에 맞게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의원급 사이에서도 협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의료법 제39조 제1항(의료인은 다른 의료기관의 장의 동의를 받아 그 의료기관의 시설·장비 및 인력 등을 이용하여 진료할 수 있다)과 의료법 제39조 제2항(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에서는 의료시설 등을 공동이용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시설 등의 공동이용'에 대해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전문성이 뛰어난 의료인을 초빙해 진료하는 것도 허용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의료행위 장소의 범위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과 시설·장비·인력의 공동이용과 필요한 경우 다른 의료기관 의료인에게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39조를 놓고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자원을 비용효과적으로 이용하자는 취지에서 '개방병원제도'를 마련, 개원의사들은 자신의 환자와 함께 병원이나 종합병원을 방문, 장비와 인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 판례에서는 '일시적이거나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보조적인 의료인의 지위에서 진료'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난 6월 아래층의 소아청소년과의원장이 위층에 있는 산부인과의원을 방문해 신생아를 진료하고, 자신의 병원(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기록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건 당사자인 소아청소년과의원장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거나, 같은 지역구에 있는 경우에도 산부인과의원의 요청이 있을 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E소아청소년과 의원장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처벌만 할 것이 아니라 법을 명확히 다듬어 개원가 간에 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하거나 협진 제도를 활성화 는 것이 환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면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개원가 간 협진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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