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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정신질환자 사건 "입 아프게 경고했다"
계속되는 정신질환자 사건 "입 아프게 경고했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1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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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문턱 높고, 퇴원해도 갈 곳 없어...정신의학계 "수년 전부터 예견"
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장 "정신건강복지법 개정해 입원 장벽 낮춰야"
정신질환자의 폭행·살인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사진=pixabay) ⓒ의협신문
정신질환자의 폭행·살인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사진=pixabay) ⓒ의협신문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폭행·살인 사건은 1년 전 정신질환자의 입원장벽을 높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시행(2017년 5월 30일 시행) 이전부터 정신건강의학계가 수도 없이 우려하며 예견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조현병 환자의 폭행·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일 환자가 망치를 들고 찾아가 의료진에 상해를 입힌 사건(의협신문 7월 10일자 보도, 이젠 '망치'까지…또 터진 진료실 폭행)에 이어, 8일에는 경북 영양에서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조현병 증세를 보이는 20대 여성이 길을 가던 70대 행인을 흉기로 찌른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던졌다.

정신건강의학계는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배경에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신건강복지법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2016년 5월 29일 공포됐으며, 1년 후인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주요 골자는 정신질환자가 계속 입원을 하려면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하며, 2명 중 1명은 국공립 및 지정 진단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로 제한했다.

입원요건도 강화했다. 정신질환자의 개념을 대폭 축소하고, 입원 요건을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인 동시에 '자·타해 위험이 있는 자'로 규정, 두 가지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

신경정신의학계는 "복잡해진 절차로 인해 계속 입원 규정을 지킬 수 없어 치료를 받아야 할 정신질환자를 퇴원시킬 수밖에 없다"며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김지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장 ⓒ의협신문
김지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장 ⓒ의협신문

김지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장은 "법 제정 당시 신경정신의학계는 입원 문턱을 높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면서 "정신건강복지법이 최근 일어나는 정신질환자들의 범죄와 원인·결과 관계로 단정 짓긴 어렵지만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민 회장은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 행정적·절차적으로 입원 문턱을 높이면서 환자들이 자·타해 행위를 끼칠 상태가 돼야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입원 문턱을 높이다보니 병원 밖에서 범죄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정신질환자들이 조기에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다보니 범죄사건 발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정신질환자들은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신질환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회적인 낙인'이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응급·행정 입원 등 강제입원 규정이 있지만 경찰이나 119구급대 조차도 응급·행정 입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어디까지, 언제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입원이 있다면 심사를 통해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입원 문턱을 낮춰 정신질환이 심화되기 전에 입원 치료 개입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병원에 단순주취자를 정신질환자라고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 김 회장은 "제도 자체가 정확히 안착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응급 입원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해 정신질환자의 입원은 어렵게 됐음에도 퇴원 환자에 대한 지원은 열악하다"면서 "환자의 거주지 문제로 인해 보건소나 지자체가 달라 서로 떠넘기기를 반복하고 있어 원활한 퇴원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처음 1~2년은 보호자가 관리할 수 있다고 해도 만성화가 될 경우 보호자가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해 상당히 버거워한다"고 밝힌 김 회장은 "환자가 퇴원할 시기가 되더라도 갈 곳이 없어 퇴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환자가 퇴원했을 때 갈 수 있고,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경제적·사회적 문제로 인해 갈 곳이 없는 정신질환자들이 퇴원하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면서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재활시설을 확충하고,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인력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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