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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권 진입 사이람자 "위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
급여권 진입 사이람자 "위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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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리얼월드 연구 라선영 교수·타로 사토 교수 대담
라선영 연세의대 교수(왼쪽)와 타로 사토 오사카의대 교수의 위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대담 ⓒ의협신문
라선영 연세의대 교수(왼쪽)와 타로 사토 오사카의대 교수의 위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대담 ⓒ의협신문

진행성·전이성 위암은 치료제 개발이 더딘 대표적인 질환이다. 10여 년 전 HER2 양성 위암 치료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이 등장하며 위암 표적항암제 시대가 열렸지만 이후 많은 후보물질 임상이 실패로 돌아갔다.

릴리의 VEGFR2 표적치료제 사이람자(성분명 라무시루맙)는 정체된 위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다시 한번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높은 위암 유병률을 보이는 한국과 일본의 의료계는 위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사이람자는 2015년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시판 허가를 받았지만 곧바로 보험급여가 결정된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보험급여가 인정되지 않았다. 높은 환자 부담 탓에 실제 국내 의료 현장에서 사이람자 사용량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것.

허가보다는 지난 5월 이뤄진 2차 치료제로서 사이람자의 급여권 진입이 오히려 진정한 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의협신문>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리얼월드 연구를 진행한 라선영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와 타로 사토 오사카의대 교수(항암화학요법 첨단과학부)를 만나 사이람자의 급여 의미와 향후 위암 치료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과 일본은 위암 치료가 곧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위암 치료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높은 유병률 외 다른 요인이 있을까?

라선영 교수: 한국은 선진화된 국가 검진 시스템의 도입으로 조기 진단 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 특히 2년마다 위 전체를 살피는 위내시경을 기본 검사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위암이 발생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 조기 발견되는 경우가 60∼70%에 이른다.

일본의 경우, 위장조영술을 통해 위식도 접합부 선암(GEJ) 위주로 검사가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위암 전체 생존율은 70%대에 육박하는 반면, 서구권은 약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완치가 안 되는 4기 위암에서 항암치료 기간의 연장은 생명 연장을 의미한다.
서양은 병이 많이 진행되고 전신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많아서 항암치료를 2차 이상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암 치료 성적 향상에 있어 4기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재발 또는 전이성 환자의 치료에 있어 약물치료 외에도 보존적 치료가 잘 관리되고 있다. 필요 시 스텐트 삽입, 출혈 시 적절한 처치, 복수 관리나 방사선을 진행한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타로 사토 교수: 동의한다. 이 밖에 한국과 일본 의료진의 위암 치료 경험이 많은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환자들의 진단 시기,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도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라선영 교수 ⓒ의협신문
라선영 교수 ⓒ의협신문

위암치료제 개발이 다른 암종에 비해 더뎠다. 두 국가의 위암 2차 치료의 비율과 사이람자 이전의 2차 치료에 대해 설명해달라.

타로 사토 교수: 일본은 10∼15년 전까지만 해도 2차 치료로 넘어가는 비율이 75∼80%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2차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2차 치료 비율이 90%까지 높아졌다. 2차 치료 결과가 향상됨에 따라 치료의 연속성 측면에서 3차 치료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라선영 교수: 한국에서는 70∼75%의 환자가 2차 치료를 받는다. 사이람자 이전의 2차 치료제로는 파클리탁셀, 이리노테칸 등이 있었으나 주로 아시아에서 소규모로 진행되어 임상시험에 의한 근거가 다소 부족했다. 또한 아시아와 서양의 환자 상태도 다르기 때문에 세계적인 공통의 치료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사이람자는 한국, 일본을 포함한 다국가에서 대규모 글로벌 임상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근거 수준이 높아 신뢰할 만하다. 특히 RAINBOW 임상연구 결과를 통해 사이람자는 위암의 2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과 의학적 근거가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표적치료제인 사이람자가 등장하기 전에만 해도 위암 2차 치료에 있어서 전신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환자들은 치료가 어렵고, 삶의 질도 낮았다. 

한국과 달리 사이람자는 일본에서 2015년 허가 후 바로 급여가 됐다. 일본의 급여기준과 급여 전후 위암치료 패턴 변화가 궁금하다. 

타로 사토 교수: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급여가 원활하게 적용되는 국가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2005년에 대장암 치료제 옥살리플라틴이 한국에서는 급여가 되었지만, 일본에서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Drug-lag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환자들의 약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학계가 협업했다. 그 결과, 지금은 임상 3상에 일본인 환자가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고, 긍정적인 임상 연구 결과가 확인될 경우, 신속히 허가와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도 이러한 절차를 거쳐 허가와 거의 동일한 시점에 신속히 급여 승인을 받았다. 급여승인 이후,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 처방률이 1년 내에 65∼70%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의료계에서의 적극적인 신약 사용도 처방률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다. 한편, 사이람자 단독요법 사용 비율은 약 10%로, 파클리탁셀로 인해 탈모, 신경독성과 같은 이상반응을 우려하는 환자들에게는 단독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라선영 교수: 한국의 경우 약제에 대한 허가는 대체로 신속히 승인되나 급여 속도는 매우 늦다. 사이람자는 3년 전인 2015년에 시판승인을 받았지만, 올해 5월에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따라서 지난 3년 동안은 2차 치료가 필요한 환자 중 약 5%에게만 사이람자를 처방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사이람자가 비급여 상태였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충분한 임상적 근거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급여도 적용됐기 때문에 2차 치료가 가능한 환자에게는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을 100% 처방한다.

만일 사이람자가 여러 이상작용을 야기하는 세포독성 항암제였다면 환자들에게 사이람자를 처방 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람자는 이상반응이 증가하지 않으면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치료 상승효과를 보이고, 무엇보다 가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낮아졌기 때문에 의료진이 처방하기에 용이해졌다.

두 분은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사이람자에 대한 리얼월드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에 대해 소개해달라.

라선영 교수: 리얼월드 연구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전향적 연구와 후향적 연구가 있는데, 사이람자의 연구는 그 중간 단계로, 비급여 단계에서 제약회사가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약을 제공하는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EAP)을 통해 진행됐다. 

한국항암요법연구회(KCSG)는 사이람자의 승인 후 1년간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 다수 의료 기관에서 약에 대한 결과를 수집·분석했다. 전향적으로 약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여 265명의 환자 데이터를 수집했다. 참여 환자 중 약 14% 정도가 단독요법을, 나머지 86%의 환자가 병용요법을 처방받았다.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효과는 글로벌 임상연구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의 경우, 글로벌 임상은 4.4개월인 반면 국내 리얼월드 연구에서는 3.8개월의 연장이 관찰됐다. 임상연구에서는 전신수행상태가 양호한 환자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 시 결과가 유사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상반응의 경우 동일한 기전의 기타 치료제에서 관찰된 위장관 천공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실제 결과는 265명 중 3%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에서는 진행성 위암 환자의 치료 비율이 높은데, 암으로 인해 위가 막힌 경우 식사를 돕기 위해 스텐트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길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천공 발생 위험이 다소 증가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리얼월드 연구를 통해 알게 됐다.

요약하면 치료 효과는 글로벌 임상연구와 비슷했고, 이상반응은 심각하지 않았으며 일부 스텐트 삽입 환자에게는 주의해서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HER2 양성 환자에 대한 결과에도 주목해야 한다. 1차 치료에서 트라스투주맙으로 치료를 받은 HER2 양성 환자에게 처방 가능한 2차 치료제에 대한 국내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265명의 환자의 14%가 HER2 양성 환자였으며, HER2 양성 환자와 음성 환자의 데이터가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HER2 양성인 환자도 HER2 음성인 환자와 동일하게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가 글로벌 임상, 외국 논문이 아니라 국내 환자에게서 실제로 확인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타로 사토 교수: 일본의 리얼월드 연구에서는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을 2차 치료에서 사용 시 무진행생존기간이 최대 7개월까지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응률도 40% 이상으로 높게 보고 되었다. 특히 전신상태가 좋은 환자에서는 1차 치료와 유사한 결과가 확인되어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이 위암 치료에 있어 긍정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에서도 HER2 음성/양성 여부에 관계없이 2차 치료에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1차 치료에서 진행된 HER2 양성 환자에게 사이람자 이외에 파클리탁셀과 트라스투주맙 병용요법 혹은 파클리탁셀과 다른 세포독성항암요법 병용요법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으나 현재까지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지 않았다. 

타로 사토 교수 ⓒ의협신문
타로 사토 교수 ⓒ의협신문

타 암종의 획기적인 항암제와 비교했을 때 위암에서 사이람자가 보인 중앙생존 기간 2.2 개월의 연장 효과가 적다는 의견도 있다.

라선영 교수: 암종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위암은 4기에 첫 진단 시, 평균 18∼20개월 생존 가능하다. 이 18개월은 다양한 약물치료로써 2∼3개월이 연장된 것이 더해진 결과다.

이제까지 2차 치료제 개발에서 생존 기간 2.2개월 이상 연장에 성공한 약은 없었다. 그만큼 2.2개월을 연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생존기간이 16개월에서 18개월, 20개월에서 22개월로 늘어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결과다. 

타로 사토 교수: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밖에도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은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큰 강점이 있다. RAINBOW 연구에서 삶의 질 척도를 측정했는데, 설사 외 다른 지표에서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 치료군의 데이터가 더 좋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을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 즉, 이상반응은 악화되지 않으면서 2.2개월의 생존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환자들에게 매우 고무적이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사이람자의 급여는 파클리탁셀과의 병용에서만 적용된다. 향후 사이람자 단독요법에 대해서도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라선영 교수: 필요하다. 1차 치료에서 2차 치료로 넘어가는 환자 비중은 약 70∼75%다. 치료를 받지 못하는 25∼30% 환자 중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전신상태가 악화돼 항암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약 5-10%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사이람자 단독요법으로 치료를 하면 보다 예후가 좋아지고, 위암 생존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에서는 사이람자 단독요법에도 급여가 적용되므로 일본의 진료현황을 통해 단독요법의 혜택을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앞서 타로 사토 교수에게 일본은 약 10%의 환자가 사이람자 단독요법을 사용한다고 전해 들었다. 이는 사이람자 단독요법을 급여 시 2차 치료 비율이 10%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70~75%의 치료율이 80~85%까지 증가할 수 있다면 그만큼 환자들이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타로 사토 교수: 2017년 개정된 일본 위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이람자 단독요법은 탈모를 원치 않거나 신경독성을 우려하는 환자 등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라선영 교수는) 대한위암학회 가이드라인 개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발표하는 위암 치료 가이드라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게 되는가?

라선영 교수: 우리나라는NCCN, ESMO 가이드라인을 주로 참조하지만, 일본에서는 자국 내 위암 가이드라인이 잘 구축되어 있어 임상의들에게 도움이 된다. 대한위암학회도 2019년에 '위암 치료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많은 연구결과들이 축적되어 수술 전·후 항암요법 등을 총망라해 그간 발표된 데이터들을 토대로 전체적인 업데이트가 있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전이성 또는 재발성 위암 2차 치료에 있어서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이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사이람자 단독요법도 비급여 상황이지만, 객관적인 임상연구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 포함될 것이다.

향후 전이성 또는 재발성 위암 치료의 미래를 전망하자면?

타로 사토 교수: 파클리탁셀과 사이람자 병용요법으로 위암 3차 치료를 받은 뒤 질환이 다시 진행된 환자에게 이리노테칸 단독요법, 혹은 이리노테칸과 사이람자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연구자 주도 임상에서 비교 분석하고 있다.

400명의 환자 모집을 목표로 임상연구를 시작했는데 현재 120명까지 모집됐다. 결과는 약 3년 후에 나올 예정이다. 데이터가 나오기까지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라선영 교수: 최근 등장한 치료제 중 면역항암제가 있다. 혈관 생성과 관련된 암종의 경우, '혈관내피세포생성인자(VEGF)'가 주변의 면역을 억제하기 때문에 VEGF 억제제인 사이람자를 면역항암제와 병용으로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므로, 기전적으로 합리적인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위암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위암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한 의료계의 이해도 깊어졌으며 제약업계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사이람자와 같은 혁신적인 신약이 개발되거나,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위암은 치료가 쉽지 않은 암종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겠으나, 치료환경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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