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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간호사 이직률 38.6%...법적 책임 두려움 커
신규 간호사 이직률 38.6%...법적 책임 두려움 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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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역량 부족한데다 법적 책임 가중, 스트레스 키워
대한스트레스학회 학술대회 '보건의료 종사자 스트레스' 조명
이용규 고대 안산병원 외래간호팀장
이용규 고대 안산병원 외래간호팀장

신규 간호사들이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한 채 중도에 사직하는 원인은 업무 능력에 비해 업무량이 많고, 경험 부족으로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용규 고대 안산병원 외래간호팀장은 4월 29일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열린 대한스트레스학회 2018 춘계학술대회에서 '신규 간호사 현장 적응 현황과 대책' 주제발표를 통해 "전체 간호사 이직률은 13.8%지만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이 38.6%에 달한다"면서 "대부분 병원에서 법정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 능력과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신규 간호사들에게 많은 업무량을 부여하는 데다 자신의 잘못으로 환자가 잘못될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규 간호사들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이직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짚었다.

이 팀장은 "선배 간호사는 물론 환자·보호자·의사와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실패와 역경을 회복해 본 경험이 없어 좌절에 힘들어 하기도 하고, 간호직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간호철학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현장의 빠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 교육과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으로 관찰 중심의 실습교육이 이뤄지면서 실기능력이 떨어지는 점도 신규 간호사들의 업무 적응력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소로 손꼽혔다.

이 팀장은 신규 간호사의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최근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간호사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과 함께 학교 교육 측면에서 ▲다양한 현장 재현형 시뮬레이션 실습 제공 ▲복합적 요구를 가진 환자 대면 시뮬레이션 ▲의사소통 기법(SBAR)을 비롯해 돌발적인 사직(카톡 사직)을 방지하기 위한 간호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 측면에서는 임상과별 노티 프로토콜 제작·정맥주사 및 전산 교육 강화 등 신규 간호사의 실무 능력 향상을 위한 업무 체계를 개선하고, 교육 전담간호사 배치·프리셉터 및 프리셉티의 성격 분석을 통한 같은 유형 맺어주기 및 정기적 만남 주선·신규 간호사와 관리자의 주기적 면담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신규 간호사 개인적 측면에서는 ▲의사 소통 능력 향상 ▲본인의 성향 파악 ▲명확한 간호철학 정립 ▲삶의 깊이·인간에 대한 치열한 고민 등을 통해 스트레스 요인을 사전에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김병수 원장(서울시 서초구·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4월 29일 열린 대한스트레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보건의료 종사자의 감정노동 스트레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심포지엄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병수 원장(서울시 서초구·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4월 29일 열린 대한스트레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보건의료 종사자의 감정노동 스트레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심포지엄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병수 원장(서울시 서초구·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보건의료 종사자의 감정노동 스트레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심포지엄 주제발표를 통해 "비용 절감을 통한 이윤 추구와 정서적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효율만 강조하는 무한 생존경쟁이 대한민국을 잠식하면서 자존감과 가치관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면서 "심심함을 허락하지 않고, 보살핌이 결여된 사회 구조가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구조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보건의료 종사자는 성장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과 낮은 직무 만족감·자기 효능감·업무에 대한 자신감 등으로 인해 자존감과 가치관의 위기를 겪게 된다"고 진단한 김 원장은 "이로 인해 자아 고갈·자기 비난·공허·무의미·번아웃(냉소주의·비효율·탈진)·정신병리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가치 있는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회복 탄력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관계 맺기와 소속과 위로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자신의 일에 숭고한 가치를 발굴해 부여함으로써 동기와 활력 시스템을 정상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춘계학술대회 주제강연을 맡은 이향만 가톨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는 '헬스케어 영성의 인문사회학적 고찰'을 통해 "병원은 의례의 공간이고, 상호 배려와 고백과 경청의 공간이자 생명의 신비를 체험하고 나누는 장소"라면서 "삶의 아름다운이 펼쳐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체험하는 생명문화의 산실이자 영성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강좌에서는 ▲비만과 스트레스(김주영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스트레스와 당뇨(황희진 가톨릭관동의대 교수·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금단 스트레스를 줄이는 금연 약물치료(유태호 원장·서울배내과) 등의 강의가 이어졌다.

세미나에서는 권성준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외과)가 '스트레스가 일상인 외과의사로 살아가며'를 통해 스트레스가 일상화된 외과 의사로서 겪게 되는 극심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등산·유학·여행 등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극복한 자신의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워크숍에서는 ▲내 삶의 의미를 찾아서-로고테라피의 이론과 실제(김미라·한국로고테라피연구소)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바디워크(조옥경·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심신통합치유학과) 등이 선보였다.

양윤준 대한스트레스학회장(인제의대 교수·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은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와 관리는 개인과 사회의 행복과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영역의 하나"라면서 "다양한 직역이 공존하는 보건의료현장에서는 반드시 스트레스 관리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고, 환자와 일반인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과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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