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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인공지능 '왓슨' 최대의 적은 '심평원'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 최대의 적은 '심평원'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8.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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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유방암, 왓슨-의료진 의견 일치율 50% 안팎
최적 치료법 권고해도 급여기준에 걸려 '삭감'

IBM의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과 의료진의 치료법 일치율이 50% 안팎에 머물러 효용성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이 작년 12월 대장암 환자 118명을 분석한 결과, 의료진과 왓슨의 치료법 일치율은 55.9%였다. 4기 위암 환자에 대한 일치율은 40%에 불과했다. 지난해 3월 왓슨을 도입한 건양대병원이 4월 17일 공개한 유방암 환자 100명에 대한 연구에서도 일치율은 48%에 머물렀다.

ⓒ의협신문
권성욱 건양대병원 외과 교수

인공지능이 권고하는 치료법이 '인간'의 그것과 반만 맞고 반은 다르다면, 왓슨의 결정은 참고 수준조차 되기 어렵다는 게 의사들의 견해다.

왓슨과 의료진의 의견 불일치 원인에 대해 건양의대 권성욱 교수는 나라별 암 환자 진료 가이드라인의 차이를 꼽았다.

권 교수는 "국가별로 상황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때문에, 항암제의 종류와 사용 수술의 필요 여부 등 세부방식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인종별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인에 맞게 개발된 왓슨이 아시아인 환자의 인종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종 간 암 발생 원인 유전자의 구성이나 발현 정도가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른 항암제에 대한 반응과 부작용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별로 인허가받은 약제의 차이 또한 불일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FDA 승인을 받아 판매되는 약이지만 한국에서는 허가를 받지 못해 사용할 수 없는 약제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특히 왓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기준과 무관한 최적의 치료법을 권고안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권 교수는 "왓슨이 하루에 수백 편씩 쏟아지는 최신 연구에 맞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하더라도, 해당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를 적용받지 못하거나 심평원이 삭감해버린다면 국내에서는 사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왓슨은 아직 정확성과 의학적 효용이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다. 기존 발표는 모두 특정 국가에서 특정 병원 의료진의 판단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분석하는 정도"라며 "이런 일치율을 보는 것이 왓슨의 정확성과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지표가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의 판단과 일치한다고 왓슨의 치료법이 정확하다고 할 수 없으며, 반대로 불일치하다고 해서 왓슨의 권고가 부정확하다고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의사의 판단이 최선일 수도 있지만, 아니거나 아예 잘못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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