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교수·간호사 구속에 의료계 '경악'
이대목동병원 교수·간호사 구속에 의료계 '경악'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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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등 의료계 단체, 사법부 결정 강도 높은 비판
"비합리적 마녀사냥 당장 멈추라" 촉구
3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구속영장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인ⓒ의협신문 김선경
3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구속영장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인ⓒ의협신문 김선경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관련 의료진 3명이 끝내 구속되자 의료계가 충격에 빠졌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의료진이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했다는 좌절감에 휩싸였다. 

의료진 구속 소식이 알려진 4일 오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이 잇따라 입장을 발표하고 법원의 구속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제40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인수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진 구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법원은 끝내 의료진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의료계는 충격에 빠졌으며 4월 4일을 치욕의 날로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결정은 이 땅 곳곳에서 중환자를 돌보는 의료인 전체가 구속된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더이상 의사로 살아갈 수 있을지 자문한다. 이 일의 파장이 얼마나 심대할지 온 국민이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향해 법에서 정하는 구속 요건에 부합하는지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수위는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가량 지났고 수사도 종결되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며 "인멸할 증거가 있다면 그 수개월 동안 하고도 남았다. 의료진 중 한 명은 암으로 투병 중이기까지 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인권의 문턱이 왜 의료인에게 유독 높은 것인가, 의료인에게는 법 이상의 국민 정서라는 잣대까지 들이대 심판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진짜 범인은 뒤에 숨어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의료인을 희생양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진 처벌만으로는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수위는 "열악한 의료환경과 불합리한 의료제도, 기형적 의료시스템, 그 대전제가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라면 이 같은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한다면 보건복지부와 병원장까지 구속해야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을 의료인에게 떠넘긴다면 아무도 의료현장을 지킬 수 없다"며 "최선의 진료를 다하고도 불행한 상황이 일어나는 곳이 의료현장이다. 의료진에 대한 비합리적 마녀사냥을 당장 멈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소명절차가 진행된 법원 앞에서 (왼쪽부터)안치현 대전협 회장, 임현택 소청과의사회 회장, 이성희 변호사가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소명절차가 진행된 법원 앞에서 (왼쪽부터)안치현 대전협 회장, 임현택 소청과의사회 회장, 이성희 변호사가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성명을 내어 "법원의 판단은 존중해야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에서 원내감염의 원인에 대해 이미 조사했고 의료진 8명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했는데, 단순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의료진을 구속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진 구속사태로 인한 진료공백으로 다른 환자들에 대한 2차 피해와 일선 의료진의 극심한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학회·의사회 사법부 향한 강도 높은 규탄 목소리

구속영장 발부에 전문과목 학회·의사회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소아과학회는 의료진 구속을 '충격과 경악'으로 표현했다.

소아과학회는 성명을 통해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의 중대함을 누구보다도 깊게 인식하고 의료인으로서 연대적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며 "소아과학회는 수사 당국 및 보건 당국이 이러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고 기다려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 당국 및 보건 당국은 정확한 감염 경로 및 사태의 발생 원인 규명보다 의료진의 의료행위와 관련된 감염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그에 따른 관리 감독 책임을 물어 그중 3명을 구속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에 "소아과학회는 형언할 수 없는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고, 해당 의료진들이 받은 부당한 처우에 강력하게 항의한다"며 "이러한 수사 행태로 인해 사명감으로 환자 곁을 지키던 많은 의료인이 위기감을 느껴 진료 현장을 떠남에 따라 중환자 의료의 공백이 발생한다면 이는 모두 수사 당국 및 보건 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 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사법부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번 구속 결정을 "사법부가 마녀사냥에 동조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들은 "구속영장 발부는 공정함을 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시해야 할 사법당국이 명확한 원인에 대한 인과관계를 전혀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게 뒤집어씌운 조잡하기 그지없는 영장청구 내용을 맹목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료진 구속을 결정한 서울남부지법 이환승 영장전담 판사를 향해 "이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권위·공정함·선입견 없음의 가치에 기반한 올바른 판단이 맞는가?, 이 어처구니없는 결정으로 우리나라 신생아 중환자 진료체계가 그 근본부터 허물어져 상상도 못할 피해를 가져오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데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소청과의사회는 의료체계를 말살하는 터무니없는 결정을 한 서울남부지법 이환승 판사가 결정한 파국의 결과로 인해 초래될 끔찍한 재난 사태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개원의 단체도 나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신생아 중환자실 감염관리를 소홀히 해 신생아 4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만으로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상황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결정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번 사건의 증거는 이미 수사 기관에서 확보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의대 교수는 일반적인 의료인도 아니고 대학에 소속되어 근무하며 신원이 그 누구보다 확실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는 피의자를 왜 구속 수사해야 했는지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만 가지고 단지 감염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된 법원의 판단은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충격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역시 이날 "환자를 위해 헌신한 의료인을 도주 및 증거인멸 가능성이 큰 범죄자로 취급한 사법당국에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의사회는 "이번 사건은 의도적인 감염 유발 행위가 아니라 잘못된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재앙적 결과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함에도 미숙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한 의료진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일 청와대 앞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전공의들ⓒ의협신문 김선경
2일 청와대 앞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안치현 대전협 회장(오른쪽 셋째)ⓒ의협신문 김선경

교수협의회·전공의 반발 "사법부 판단 충격적"

의과대학 교수들도 사법부의 결정을 질타하고 나섰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한 조치가 향후 의료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구속은 묵묵히 진료해오던 의료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단지 의료진 처벌로 여론을 얼버무리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에서 어렵고 위험한 의료 행위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의료 인력 부족을 지속적으로 호소했지만,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도록 강제한 병원장과 재단 이사장은 형사 처벌 대상"이라며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사태 방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없이 단지 개별 의료진의 탓으로 때우려는 의료진 구속 수사는 법리에 맞지 않는 여론만을 의식한 판단"이라고 질타했다.

전공의들은 의사로서 앞날에 대해 좌절하는 분위기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련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되겠다고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3일 법원 앞에서 느낀 것은 적어도 대전협의 주장과 유가족의 입장이 절대 다른 부분이 아닌데 마치 의료계의 '제 편 감싸기'처럼 호도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의료진 구속으로 환자가 죽고 사는 곳에 있는 의사들이 현실에서 꿈이 좌절됐다. 또한 지금까지 죽어가는 환자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수련받고 살릴 수 있는 의사가 되고자 했지만 사회에서 우리 의사들을 정말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한 번 더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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