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영장 청구 철회해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영장 청구 철회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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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구체적 증거 없이 구속영장 청구"
"의료진 처벌보다 감염 원인 찾아내 재발 방지해야"
바른의료연구소
바른의료연구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즉각 철회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진을 처벌하기 보다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내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모든 책임을 일선에 있는 의료진에게만 떠넘겨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벌한다면, 이러한 환경에서 일할 의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열악한 신생아중환자실의 치료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더욱 빈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은 질병관리본부의 감염경로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패혈증 원인은 2017년 12월 15일 중심정맥관을 통해 투여된 지질영양제(스모프리피드)가 오염되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오염이 역학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의료진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은 "지질영양제 오염이 지질영양제 자체가 아니라 용기(바이알)에 담긴 약제가 수액세트·쓰리웨이·주사기·필터를 거쳐 신생아들에게 투여되는 준비 단계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잘못된 관행을 묵인·방치해 지도·감독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경찰의 주장은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이 단순히 역학적 개연성에만 의존하고 있다"면서 "만약 의료진이 손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아 지질영양제가 오염됐다면 여러 균이 동시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시트로박터균만 혈액배양검사에서 검출됐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질영양제 원병 또는 수액 세트가 이미 오염됐을 가능성과 지질영양제 이외의 다른 주사제에 의한 오염 가능성, 중심정맥관에 자라던 균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 등도 있다"면서 "하지만 신생아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제 원병은 이미 폐기돼 균 오염 여부를 증명할 수 없고,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은 경찰이 다녀간 후 사건현장이 보존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시행해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지난 3월 대한의학회지에 게재한 실험실 연구에서 "80분 사이에 4명의 신생아가 연속적으로 사망한 것을 시트로박터 패혈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신생아 급사의 원인으로 전격성 패혈증(fulminant sepsis) 외에 폐색전증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 점에 주목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서울대병원 실험실 연구는 신생아 사망의 원인이 아직 과학적으로도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미국 FDA는 이번 사건의 지질영양제인 스모프리피드가 그 자체로도 폐색전증을 일으켜 미숙아의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시트로박터균을 감염시킴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오염이 역학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의료진들을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경찰의 끼워 맞추기식의 과잉수사"라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영국과 미국에서 발생한 신생아중환자실 패혈증 집단발병 사례의 경우 의료진 처벌보다는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한 점에 주목했다.

2011년 12월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 위치한 Altnagelvin병원 신생아실에서는 3명이 녹농균에 감염, 1명이 사망한 데 이어 2012년 1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병원에서 녹농균에 의한 집단감염으로 3명의 신생아가 사망했다.

당시 북아일랜드 보건사회부 장관은 '규제 및 질향상 기관(RQIA)'에 사건을 조사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RQIA는 두 달간 영국 전역의 전문가들을 동원,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했다.

RQIA는 중간보고서를 통해 신생아실에서 녹농균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기저귀를 갈면서 신생아를 씻는데 사용한 수돗물이 녹농균에 오염돼 발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얼린 모유를 녹이기 위해 사용한 수돗물도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RQIA는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신생아를 닦을 경우 멸균수만을 사용할 것과 얼린 모유를 녹이는 과정에 수돗물을 사용하지 말 것 등 15개 권고안을 제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북아일랜드 사건에서도 병원 의료진의 감염 및 위생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지적됐지만 의료진을 처벌했다는 얘기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17년 4월 미국 UC 어바인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8개월간 10명의 신생아가 메티실린 저항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감염된 사건도 소개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보건부는 "집단감염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산모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외 사례들을 보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단감염 사건이 발생할 때 의료진을 처벌하기 보다는 감염발생의 근본원인을 찾아 재발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의료진의 지도·감독 의무 위반이 신생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의 신생아 집단감염은 아무리 감염 및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형사처벌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수사당국이 감염 및 위생관리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 위반으로 처벌하고자 한다면, 환자진료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정도인 의료진이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방관한 이대목동병원 이사장과 병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단감염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적·제도적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도 무게를 실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바이알 주사제의 분할투여를  인정했으며, 질병관리본부는 경찰에 2017년 8월 연구용역보고서에서 1인당 1바이알 사용을 권고했다고 회신했으나 실제로는 2018년 2월에야 의료기관에 배포했다"며 의료진 개인에 책임을 묻기보다 보험심사와 질병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서도 "미국 FDA는 지질영양제가 폐색전증을 유발하여 미숙아의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문을 대문짝만하게 공지하고 있는데 반해 전혀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신생아에 대해 1회 분량 투여가 가능하도록 극소용량 지질영양제 생산을 제조업체에 요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감염과 위생관리를 평가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인증한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기관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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