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의사회 "부모 고통에 눈곱 만큼의 공감 능력 없어"
당뇨병을 앓는 아들을 위해 해외에서 혈당측정기를 구입했다가 식약처로부터 고발당할 처지에 놓인 김 모 씨 사연이 알려지자 의사들이 분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9살 아이의 엄마 김 모씨를 세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하고, 조만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형 당뇨병은 면역기능 이상으로 스스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매일 20회 이상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 아들의 고통을 보다 못해 해외 사이트를 뒤져 24시간 연속혈당측정기를 찾아냈다.
김 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소아 당뇨 가족들의 부탁을 받아 혈당측정기를 구매해주고 본인이 직접 개발한 스마트폰 앱도 제공했다.
문제는 24시간 연속혈당측정기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은 받았지만, 국내 허가는 없는 제품이라는 것. 식약처는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 판매(의료기기법 26조 1항 위반)와 광고(의료기기법 24조 위반) 혐의로 김 씨를 조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는 2일 "아이들의 고통을 보듬고 부모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법이라는 허울 좋은 잣대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하고 있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고통에 눈꼽 만큼의 공감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근본 이유는 환아의 질병 투병과정에 대해 몰이해와 배려심 부족, 보신을 위한 책임 면피에 있다"면서 "법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일 뿐이지, 법을 위해 사람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또 "식약처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이와 엄마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진솔하게 사과하라"며 "해당 의료기기가 긴급 수입되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의 고통을 줄여주도록 조치하고 미비한 제도와 법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