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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많은 연명의료법..."왜 걱정부터 하나?"
우려 많은 연명의료법..."왜 걱정부터 하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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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법 취지 먼저 생각해야"
익숙치 않아 불편해도 새로운 죽음에 대한 문화정착 기대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5일 '의협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2월 4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일부에서 불필요하게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취지를 생각하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5일 '의협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2월 4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일부에서 불필요하게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취지를 생각하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은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324곳 가운데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기관이 59곳(1.8%) 밖에 되지 않아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모든 의료기관이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

그리고 서식 작성 등 번거로운 일들이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이고, 그리고 법 제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쓸데 없는 걱정 때문이라는 것.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을 맡고 있는 이윤성 교수(서울대병원 법의학교실)는 5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은 새로운 죽음에 대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령·시행규칙에서 정하는 서식이 많고,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기존에 하던 패턴에 변화를 줘야 하는 문제는 있지만, 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해 중단 여부를 환자 스스로가 결정할 때 존중해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성숙하기까지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성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이슈별로 정리했다.

3개월 간 시범사업 결과…환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지난 3개월 동안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9336건, 연명의료계획서 107건이 접수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9000건이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연명의료계획서도 107건에 이르는 등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연명의료중단에 관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서식 등 때문에 부정적인 고민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환자들의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만 대상…자기결정권 존중이 핵심
의사들은 기존의 방식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연명의료결정법으로 인해 새로운 환경을 경험해야 한다. 서식도 새로 작성해야 하고, 환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도 직접 관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법이 의사의 판단을 간섭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연명의료결정법은 의사들의 요구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라매병원 사건이 촉발돼 연명의료결정법이 만들어졌는데, 보라매병원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라매병원 사건의 본질은 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떼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의사가 살인 방조죄를 적용받았다. 그런데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아니라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또 김 할머니 사건의 경우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떼라고 법원이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의사들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경우 연명의료결정 중단을 할 때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런데 법을 만들면서 형식이 들어가고, 까다로워지고, 요구하는 서식들이 많고, 처벌조항도 포함되다 보니 불만이 생긴 것 같다.
다시 강조하지만,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하면 된다.

연명의료중단결정 이행…의학적 판단을 존중한다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2∼3개월 무의미하게 더 삶을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2∼3일이라도 가족들이 있는 공간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을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일부에서는 사망하는 사람들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단적으로 요양병원의 경우를 보자. 요양병원은 연명의료를 할 시설이 없거나 부족하다. 그런데 연명의료를 유지하거나 중단할 규모가 안되는 곳에서 연명의료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물론 요양병원 등에서 갑자기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럴 때는 환자가 요양병원을 찾을 때 미리 받아두었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의료진이 의학적 판단을 내리면 된다.

또 가족 등의 반대가 있으면 위탁을 해 놓은 기관의 윤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면 된다. 연명의료를 희망하는 경우 연명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면 된다.

모든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윤리위원회에서 판단하지 않는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윤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 여건이 되지 않는 기관은 이행기관으로서 윤리위원회가 구성된 기관에 심의 등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일부에서는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윤리위원회에서 모두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연명의료중단 결정에 대한 조건이 충족됐으면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현장에서 내리면 된다. 다만, 환자 가족 등의 반대로 갈등이 있을 때 윤리위원회에 자문하고 결정을 논의할 수 있다.

또 윤리위원회를 갖추고 있지 않은 기관의 경우 애초부터 연명의료중단결정 이행기관으로서의 조건을 갖춰 놓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서식이 많은게 사실…가족관계 증명 문제될 것 없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면 과도한 서식이 많은 게 사실이다. 각각의 상황에 대해 별도의 서식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현장에서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서식에 대한 별도의 수가가 책정됐다는 것이다.

서식 때문에 의사들이 일일이 서명을 해야 하고, 행정업무를 봐야 하는 직원들이 서식을 보고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 가족의 동의를 구하도록 했지만, 가족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그리고 연락이 되지 않는 가족이 있을 때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리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법을 만들 때 이런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법에서 일일이 가족관계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가족의 역할을 누가 했는지가 증명되면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요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가족이 아닌 사람이 관여했다. 현행 법으로라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가족이 아닌 사람이 관여한 것에 대해 문제로 삼지 않았다.

환자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중지를 하려고 할 때 가족들이 반대하더라도 의사는 연명의료를 중단해도 된다. 법에서 보호하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중단을 해도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족들의 반대가 있을 경우 의사들이 중단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공호흡기를 뗀다고 해서 가족들이 의사를 고소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걱정이 많다면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산하 연명의료관리센터에 법 해석을 받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확신 서면 임종기 구분 어렵지 않다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경우 임종기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도 논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당연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회생 가능성이 있다가도 없는 경우는 중환자실에서 치료해야 하는 부분에 속한다. 완전히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확신이 섰을 때 담당 의사는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하면 된다.

이것이 우려된다고 걱정부터 하는 것은 안된다. 다만, 내가 진료하는 환자가 삶을 마감할 단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마지막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했으면 한다.

DNR을 통해 환자에게 의사를 묻는 것은 부정적 시각이 크다
의료현장에서는 심폐소생술금지동의서(DNR)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법을 만들 때 이것을 인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환자가 의사결정이 안될 때 가족 등으로부터 충분히 설명하고 DNR 서명을 받을 수 있지만, 의식이 있는 환자의 경우 DNR에 동의하는 것을 거의 대부분이 꺼렸다. 그래서 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받아두면 되고, DNR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 등으로부터 동의를 받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가족 등 몇 사람이 동의했는지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1명이 동의를 했거나, 2명이 동의를 했거나 당시 상황이 합리적이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문화가 새롭게 정착돼 연명의료결정법이 쓸모없는 법이 되길 바란다.

법이 시행된지 1일 지났다. 당장에 어떤 결과물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시범사업 기간 동안 1만여 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자기 죽음에 대해 의사를 표현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환자들이 사전에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밝히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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