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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내과 첫 여성 전문의, 학회를 이끈다
심장내과 첫 여성 전문의, 학회를 이끈다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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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완주 신임 대한심장학회장(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첫 여성 심장내과 전문의, 어려운 점 있었지만 이득도 많아"

심장내과의 첫 여성 전문의가 대한심장학회를 이끄는 회장이 됐다. 심완주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의 이야기다.

지난해 말 열린 제61차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심완주 교수를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1957년 창립한 대한심장학회 최초의 여성 회장이다.

심완주 교수는 고려대학교 병원 최초의 여성 내과 전문의이자 국내 최초의 여성 심장내과 전문의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내 심장영상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의협신문>이 심완주 교수를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우선 대한심장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듣고 싶다.

학생 때부터 심장이나 심혈관에 관심이 많았고 운 좋게 그 일을 할 수 있었다. 수십 년을 그냥 그 일을 한 것에 대한 심장학회의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심장학회에서 여성이고 하다 보니 어찌 보면 소수자였다. 의견을 피력하기 쉽지 않았다.

심장학회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여성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장학회에서 모자라는 점이 있다고 본다. 심장학회는 굉장히 앞서나갔지만 기반이 부실하다는 느낌이 있다. 홍보자료의 대중 접근성이나 늘어나는 여성 의사의 롤모델 제시 등이 부족했다. 이를 더 단단하게 하겠다.

심장학회의 인정에 보람을 느낀다. 내가 하던 일을 하는 것이고 번외로 심장학회 전체를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모자란 부분에 대해 신경써보겠다.

심장을 연구하는 의사들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내 심장 연구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인의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고혈압, 비만 등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데이터를 환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과연 외국 데이터가 한국 환자들에게도 맞느냐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맞는 가이드라인과 약물 투여 기준 등이 필요하다. 이를 개발하고 검증하는 것은 환자 맞춤형 의료에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된다. 우리나라는 계층이나 지역에 따라 환자 질병 분포가 다르다. 세분화한 데이터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숙제고 이어가야 할 과제다.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할 일인 것 같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연구회를 만들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5년 세트업 해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회장자리는 내려놓았다.

여성심장 질환은 남성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여성은 매달 사이클이 있다. 또 이 사이클이 끝나는 폐경이 있다. 그사이에 임신·출산도 한다. 여자한테 더 안 좋은 질환이 있고 남성에 비해 덜 생기는 질환도 있다. 폐경 전후에 따라 질병 분포가 다르다.

여자들은 특징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데이터는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30%에 불과한 데이터도 그대로 적용한다. 외국 여성과 한국 여성이 또 다르다.

그 부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7∼8개 논문도 발표됐다. 흉통으로 내원한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같은 병도 남성과 여자가 다르다. 진단율이 다르고 진단했을 때 모습이 다르다.

현재 50여 명 활동하고 있는데 모이는 것보다 데이터화하는게 중요하다. 7개 병원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심장내과 최초의 여성 전문의로서 30년간의 소회를 듣고 싶다.

나는 굉장히 행운아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고 굉장히 좋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과 분위기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여자라고 소외시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 하는 일로 판단하는 분위기에서 의사 일을 해왔다.

첫 여성 전문의라 어려웠지 않느냐라고 많이들 묻는다. 물음에 이득도 만만치 않았다고 답하곤 한다. 알게 모르게 받은 이득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아쉬운 점은 좀 더 목표를 높게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마음만 먹으면 달려갈 수 있다. 지나가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웃음).

후배들에게 조언하자면?

막말로 하면 할 수 있을 때 최대로 하라는 게 조언이다. 전력을 다해라. 비행기도 전력을 다해 가다가 뜬다. 대개는 주저앉는다. 하지만 한 번 뜨는 느낌을 알면 다음번에 또 뜨려고 한다.

여성 의사들에게 특별히 할 얘기는 당신의 커리어를 지키라는 말이다. 여성이라 불이익받지 않으려면 '집에 가서 애나 보지 뭐' 같은 소리 하면 안 된다.

지금은 아주 여성스러워 졌지만 예전에는 무섭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중성적으로 행동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여성스러운 것은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에서는 여성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배려도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로 불이익도 받아드리지 않았다.

내 주위부터 고치겠다가 전략이었다. 뚜벅이 정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남녀차별에 대해 정면돌파 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심장 영상진단 분야 발전에 혁혁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심장내과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떤가?

진료 분야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정점이라고 본다.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한다. 정밀의료와 유전자의 분자 단위 연구가 합쳐진 치료가 될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치료 또한 큰 흐름이 예방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운동이나 고혈압 치료, 다이어트 등이다. 외국은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 이쪽으로 근거자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보험회사에서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유전자와 환경이 얼마나 이 질환을 예방하느냐에 대한 데이터다. 우리도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똑같은 것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건강하고 어떤 사람은 아닌 경우가 있다.

국내 의료시스템의 방향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국내 의료시스템은 경험을 보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쓸데없는 검사를 많이 하고 의료가 이상해진다. 경험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똑같은 검사를 한다면 처음 하는 의사와 경험 많은 의사의 가격이 똑같다. 말이 안 된다.

또 한 가지 해야 하는 것은 의료와 서비스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미니멈 테라피는 누구에게나 해야겠지만 더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용을 더 지불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의료를 서비스로 보는 것이 문제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서비스는 비용을 내야 한다고 본다. 구분이 안 돼 있다. 동일한 메디컬 케어를 해야겠지만 서비스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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