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후유증...법원 "치료비는 내야"
예상치 못한 후유증...법원 "치료비는 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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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결과라도 주의의무 다했다면 지불해야...결과채무 아닌 수단채무
중앙지법, 상당인과관계 인정되는 책임비율 따라 치료비 지불 판결
의료진의 과실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비율에 따라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김선경 기자 photo@kma.org]ⓒ의협신문
의료진의 과실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비율에 따라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김선경 기자 photo@kma.org]ⓒ의협신문

수술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후유증이 발생한 경우 환자의 수술비와 치료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법원은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치료 결과가 나쁘더라도 환자측이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의료진의 과실과 회복 불가능한 손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경우에는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행위에 대한 비용은 받을 수 없다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의료진의 과실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비율에 따라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씨가 B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1억 6151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본소)에서 2852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동시에 B대학병원이 A씨를 상대로 낸 1219만 원대 치료비 소송(반소)에서는 손해배상 책임비율을 50%로 인정, 절반인 609만 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해 70%는 A씨가, 나머지는 B대학병원이 부담하라고 정리했다.

사건은 A씨가 2013년 8월 19일경 자궁 근종으로 인한 과다 월경과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 B대학병원에 입원, 8월 20일 산부인과 의료진에게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8월 23일 복부 CT검사에서 상부 자궁 후벽 결손 과 직장 천공으로 인한 범발성 복막염 소견이 의심되자 대장항문외과 의료진에게 협진을 요청했다.

대장항문외과 의료진은 8월 23일 직장절제술 및 장류수술을 시행했다. A씨는 두 달 이상 입원 후 2013년 11월 퇴원했으나 퇴원 이후에도 구토·설사·장폐색증 증세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A씨는 수술 중 직장을 손상하고, 천공 진단과 치료를 지연했으며, 응급 수술 중 직장을 절제한 과실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장천공이나 복막염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자궁근종 절제술 과정에서 직장 천공 및 범발성 복막염 합병증은 당연히 발생하는 합병증이라거나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합병증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응급수술 중 직장을 절제한 데 대해 가급적 조직을 보존하고, 불필요하게 직장을 절제하지 않아야 함에도 이를 간과해 원고의 증상이 악화된 원인이 됐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천공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지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모든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침해를 수반하고, 모든 주의를 다한다 하더라도 예상 밖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한 행위"라면서 "원고의 내원 경위·상태·수술 목적·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모든 손해를 피고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뒤 배상책임의 범위를 50%로 제한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재판부는 "의료진이 수술에 앞서 합병증·후유증으로 수액 과다·저나트륨혈증·저삼투압·자궁천공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부작용 등에 관해 충분히 설명한 이상 장 천공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 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지 않은 1219만 원의 치료비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를(대법원92다15031 판결, 1993년 7월 27일 선고/2002다70945 판결, 2003년 4월 25일 선고) 인용,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료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그 진료 결과 질병이 치료되지 않았더라도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될 경우 그로인한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행위는, 당해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그 수술비 내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13년 8월 19일부터 2013년 11월 8일까지 치료를 했고, 그 비용으로 1219만 원이 소요됐다"면서 "치료비 채무의 발생에 있어서 의료진의 과실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책임비율은 50%이므로 이를 넘어서는 609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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