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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스케어 매각...제약은 왜 대기업의 무덤인가

CJ헬스케어 매각...제약은 왜 대기업의 무덤인가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11.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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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 버거운 해외 진출, 리베이트까지 암초
정밀한 지원책없으면 민간 잠재력 사라질 수도

▲ CJ헬스케어 본사

CJ그룹이 계열 제약사 CJ헬스케어를 공개매각하기로 3일 발표하면서 결정 배경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CJ그룹을 비롯해 한화와 아모레퍼시픽, 롯데 등 대기업 계열 제약사의 제약산업 탈출러시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도 나오고 있다.

CJ그룹을 비롯해 대기업이 제약계에서 버티지 못하고 퇴각결정을 내리는 배경으로는 신약 개발의 어려움과 '불확실성' 탓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역시 대기업 계열인 SK케미칼이 1999년 1호 국산 신약 '선플라'를 개발한 이후 올해 출시된 '인보사'까지 29개의 국산 신약이 빛을 봤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신약을 찾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그중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는 '글로벌 신약'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몇년 전부터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을 목표로 R&D 비중을 매출액의 9% 근처, 1000억원 수준까지 올렸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R&D 규모에 비하면 한마디로 상대가 안된다.

2016년 기준 글로벌 제약사 중 R&D 투자규모가 가장 컸던 로슈의 R&D가 13조원 수준이다. 국내 제약사 톱3의 매출액이 대략 1조원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톱 제약사 전체 매출액이 로슈 R&D 비중의 10%도 안된다.

한때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산업에 뛰어들면서 모기업인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의 R&D 투자액은 기존 국내 제약사보다 오히려 낮은 것이 현실이다.

2017년 상반기 기준 R&D 투자액이 많은 국내 제약사 '빅5'를 보면 녹십자와 대웅제약, 동아ST,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로 모두 기존 제약기업들이다. 빅5는 고사하고 대기업 계열 제약사는 10위 안에서도 찾을 수 없다.

불확실성이 크고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규제가 많은 것도 제약산업 활성화를 막는 원인이다. 대부분의 약값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지불되다보니 정부는 시장을 키우고 활성화하는 것보다 재정을 아껴쓰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두 차례의 대규모 약값 일괄인하 조치로 10여년째 전체 건보 재정 약제비 규모를 20조원 전후로 묶는데 성공(?)했다. 재정운영 당국으로서는 칭찬받을 일이지만 산업활성화 측면에서는 좀처럼 확대되지 않는 답답한 시장으로 인식될 수 있다.

몇해 전부터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까다로운 규제를 포함한 진입장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

틈틈이 터지는 리베이트 사건도 대기업들이 제약산업을 떠나는 이유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신약은 고사하고 국내용 신약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제네릭으로 제약산업을 헤쳐나가자니 리베이트 수수의 유혹에 늘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자칫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내릴 경우 모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모기업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CJ그룹은 그룹이미지가 중요한만큼 이런 리스크가 더욱 부담스러웠을 수 있어 보인다.

제약계는 CJ헬스케어를 비롯해 대기업의 제약산업 탈출현상에 대해 아쉬움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각종 규제와 글로벌 진출의 어려움 등 불확실성이 큰 제약산업의 특수성 탓에 대기업 제약사들이 사업을 접는 것 같다"며 "정부가 정밀한 지원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민간의 노력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제약산업의 성장잠재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 제약사 2곳과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 1곳, 사모펀드 등이 매물로 나온 CJ헬스케어를 인수할 후보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들은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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