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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각 다투는 응급실, 영상의학 전문의가 없다
촌각 다투는 응급실, 영상의학 전문의가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11.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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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영상검사·판독 필요하지만 정책지원 없어 전담인력 '부족"
환자 생명과 직결...응급실 상주 전담인력 수가 가산료 인정 절실
 

응급실에서 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한 영상 검사 및 판독(CT·MRI 촬영 및 판독)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 있지만, 응급실에 24시간 응급영상의학 전문의를 상주하도록 하는 제도는 없는 실정이다.

응급실의 영상의학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수가 가산료 인정을 비롯해 응급영상의학 전담의 24시간 상주 여부를 병원 질 평가 항목에 포함하는 등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응급영상의학(Emergency Radiology)'은 미국·유럽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도입된 개념으로 응급환자나 외상환자에 대한 영상의학 검사와 인터벤션 시술을 담당하는 영상의학의 한 분야를 말한다.

응급환자 생명과 직결된 응급영상의학 역할 확대
최근 국내에서도 응급실(응급센터)을 방문하는 환자수는 증가하고 있고, 환자들이 원하는 응급 진료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외상환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응급환자 진단과 치료방침 결정에 영상의학과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인터벤션 시술의 발달로 인해 진단 뿐 아니라 치료영역에서도 영상의학이 기여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응급영상의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미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병원 규모나 인력에 따라 자체 응급영상의학 전문의를 구성하거나 운영중에 있으며, 이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응급영상의학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병원과 응급실에서 주 7일, 하루 24시간 연속해서 영상의학과 진료가 필요하게 됐으며, 이는 병원의 기본적인 질 관리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응급영상의학(응급 영상 전담시스템)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현실적인 지원이 없어 활성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3개 병원서만 제한적 운영…실질적 정책지원 요구
<의협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급영상의학 개념을 도입한 곳은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뿐이다.

서울대병원은 2004년부터 응급영상의학 전담 전문의제도를 운영하고, 2006년부터는 새로운 응급실 전담 24시간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새로운 시스템에는 3년차 영상의학과 전공의가 응급실내에 위치한 응급 판독실에서 24시간 교대로 상주하면서 기본적인 영상의학 서비스를 담당하고, 필요할 경우 각 세부 분야를 전담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종 판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2011년부터 응급영상파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의사 5명(전문의 3명, 전공의 2명)이 응급영상파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전공의는 24시간 상주하며 진료하고 있고, 전문의도 저녁 10시까지 상주하면서 영상판독을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3년부터 응급영상파트가 중요하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처음 5명으로 시작했으나, 최근 병원 내부사정으로 2명의 전문의가 담당하고 있다.

최근 응급실 구조를 바꾼 세브란스병원도 응급영상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에서 환자가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판독을 빨리해 적정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빅4 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은 응급영상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음에도 응급 영상 전담시스템을 운영하지 못하고, 지방의 대학병원이나 중소병원은 응급영상의학을 전공한 전문의가 없어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현재 응급영상의학 시스템을 도입한 3곳의 병원들은 아무런 정책 지원(재정지원 등 포함) 없이 병원 자체적으로 응급영상의학 전문의를 상주시키면서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상황인 것.

따라서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응급영상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응급영상 전담 인력도 부족…수가 보전 등 뒤따라야
제환준 대한응급영상의학회장(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은 "일부 의사들의 개인적 희생을 통해 신속한 진료가 요구되는 응급환자들에 한해 응급영상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며 "응급영상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는 이유는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기존의 업무(외래나 입원환자 등)만으로도 업무량이 넘치고, 실질적으로 응급영상의학을 전담할 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제환준 회장은 "개인적 희생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24시간 영상의학과 진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병원 질 평가 항목에 응급영상의학 관련 항목 신설 등 정책적 지원은 물론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나 인력충원 등의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응급영상의학 시스템 운영은 각 병원마다 진료환경이나 인적자원의 구성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각 병원에 맞는 효과적인 응급영상의학 시스템을 찾아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관계자도 "각 교수들이 개인 판독실에서 PACS로 영상자료를 전달받아 판독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응급실 옆에서 상주하지 않다보니 응급한 정도, 그리고 응급한 검사가 무엇인지 알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현재는 대형병원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응급영상의학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제도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보니 지역 병원등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응급실 내에서 영상의학 전문의(전담의)가 CT, MRI 등에 대한 촬영은 물론 판독을 하려면 별도의 노력이 들어가는데, 응급영상 전담의에 대한 가산료도 수가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 질 높이는데 응급영상의학 시스템 꼭 필요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의료관련 법에서는 응급영상 전담의에 대해 언급된 조항이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응급영상의학이 왜 필요한지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하고 제도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진국에서는 각 분야별로 응급영상 전문의가 있는 병원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국에서 응급영상만 전담하는 인력이 1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학회를 중심으로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노력과 함께 각 병원에서 2∼3명의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협 대한영상의학회장(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도 "응급영상 전담의가 응급실에 상주하게 되면 빠른 판독에 따른 처치(인터벤션 시술 및 수술 등)가 이뤄지고, 이는 결국 응급실 과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응급실에서의 영상의학 판독은 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신속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이 모든 부담을 떠안고 운영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최근에는 환자들이 응급실에서의 정확한 영상검사에 대한 요구가 높고, 실제로 응급실에서는 영상검사를 통해 응급환자인지,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환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응급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꼭 필요한 응급영상의학 시스템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벤션

다양한 첨단 영상장비를 이용해 최소침습(작은 절개)으로 수술 없이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즉 MRI, CT, 투시장비, 초음파 등 영상 유도 장비를 이용하여 정확하게 병변을 파악한 뒤 혈관이나 조직의 공간에 주사바늘 정도로 작은 카테터를 삽입, 문제가 되는 부위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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