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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위험 알기 싫은데요" "강제로 들으셔야..."
"수술 위험 알기 싫은데요" "강제로 들으셔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6.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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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중대한 수술·수혈·전신마취 때 환자 '동의서' 의무화
서면 동의 받아야...수술유형 1900개 동의서 어떡하나
▲ 설명의무법 시행에 따라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 시 환자에게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설명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또는 전자문서)에 서명 또는 기명 날인을 받아야 하며, 이를 2년 간 보존·관리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설명의무법'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 6월 21일부터 시행된다.

법안이 개정되지 않는 한 수술에 대한 공포 때문에 설명을 듣고 싶지 않은 환자도 의사에게 수술로 인한 위험성과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하지 않은 채 서둘러 마련한 졸속 법안이다보니 환자의 '모를 권리'와 의사의 '배려 의무'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설명의무법'의 골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 시 환자에게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설명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또는 전자문서)에 서명 또는 기명 날인을 받아야 하며, 이를 2년 간 보존·관리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해 수술등이 지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 지거나 심신상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설명의무를 면제했다.

지금까지 설명의무는 법원이나 의료분쟁조정기관에서 민사상 손해배상 시 적용했으나 '설명의무법' 시행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관여하는 행정처분(과태로)이 추가된 것. 행정기관은 설명의무 위반 시 과태료 부과를 위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을 조사하거나 보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악법도 법...'설명의무법' 대응 방안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제2차 상대가치 개편 작업을 하면서 분류한 수술 유형은 약 1900개에 달한다.

설명의무법이 정한 동의서에는 수술 방법 및 내용을 담아야 하므로 수술 종류가 많은 대학병원의 경우 각 진료과별 수술 유형에 맞춰 동의서 양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법 시행이 코 앞에 닥쳤음에도 보건복지부가 표준 동의서를 제시하지 못한 채 각 학회에 동의서 서식을 의뢰한 이유는 각 전문과 별로 방대한 수술 유형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

대한안과학회는 설명의무법 시행을 앞두고 '백내장 수술 동의서'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포했다. 외과계열 학회도 '동의서'를 만들기 위해 팔을 걷었으나 수술종류가 많아 난감해 하고 있다.

개원가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 7월 12일 보도자료(유령 수술 이제 그만, 수술 의사 변경할 땐 반드시 환자 동의 있어야)로 배포한 '개정 표준약관(동의서·기사 첨부파일)'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개정된 표준약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명의무법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을 동의서에 담아야 한다는 거다. 대법원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확립해 놓고 있다. 따라서 수술·수혈·전신마취로 인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거의 모든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동의서에 담지 않으면 설명의무법 위반을 피할 수 없다.

배준익 변호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는 "예측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발생했음에도 수술 전 이를 구체적으로 동의서에 명시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받는 것이 매우 억울할 수 있으나 이런 상황이 향후 벌어질 수 있음은 명약관화하다"면서 "발생 가능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의 질병에 대한 교과서를 복사해 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 변호사는 "최신 지견이 담긴 교과서를 복사해 이를 기초로 후유증을 설명하고, 복사본을 교부하고 이를 동의서에 기록해 두면 적어도 분쟁 발생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심은 피할 수 있고, 교과서에 없는 후유증은 임상수준에서 절대 예측할 수 없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듣고 싶지 않은 설명으로 오히려 건강 악화

설명의무법은 2016년 8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이후 전문가 공청회는 물론 기존 법리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은 채 3개월 만인 12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과잉처벌 및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반박,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형사처벌·자격정지 처분 등이 삭제됐지만 모호한 수술 범위와 기존 법리와의 관계 등을 덮어둔 채 통과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명의무법은 수술이나 후유증에 대한 공포 때문에 설명을 듣고 싶지 않은 '환자의 권리'와 '의사의 배려의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환자가 설명받기를 거부하거나 포기했음에도 설명을 하라는 것은 환자에 대한 '배려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법이 의사에게 모순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정확하고 상세한 설명이 오히려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러한 경우에는 설명의무를 면제 또는 축소하거나 환자 대신 보호자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명의무법이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현 변호사는 "설명의무에 대한 행정적 개입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를 흔들 수 있고, 결과와 상관없는 일률적인 설명의무의 강제는 의료분쟁 및 의료비용의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획일적인 설명 요구는 의사와 환자간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의사로 하여금 방어적이고 형식적으로 설명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숙희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는 생명윤리에서 시작한 개념"이라며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를 법으로 만들어 해결하려 고 한 것은 신뢰를 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부작용이나 악결과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과태료 처분을 하는데 대해서도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수술 범위가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로선 수술 범위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면서 "설명의무화 대상 수술 범위는 앞으로 발생하는 사례가 축척되면 사안별로 유권해석해 공개하는 형태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수술에 대한 위험성과 후유증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설명의무법으로 인해 환자가 중소 병의원에서 수술을 꺼리거나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교육·수련을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같은 설명의무를 놓고 법원의 입장과 설명의무법의 규정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대법원은 "부동문자로 인쇄된 수술승인서 용지에 서명 날인한 사실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94다35671)한 반면, 설명의무법에서는 설명 및 동의의 방식을 서면(전자문서)에 서명하거나 날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의서에 설명해야 할 내용을 누락한 경우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으로 깨알 같은 글자에 10~2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명 항목(수술·시술마취·진정·혈액제제·고위험약품 사용)과도 달라 업무 중복은 물론 행정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 관계가 깨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도덕적·윤리적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고, 끌고 가기는 힘들다"면서 "환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의사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에 대한 수가 신설을 통해 의사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환자의 자율성을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24조의 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①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이 조에서 '수술등'이라 한다)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 따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2.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3.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4.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5.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③ 환자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게 제1항에 따른 동의서 사본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1항에 따라 동의를 받은 사항 중 수술등의 방법 및 내용, 수술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⑤ 제1항 및 제4항에 따른 설명, 동의 및 고지의 방법·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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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시행령 제10조의8(의료행위에 관한 설명)-2017년 6월 21일 시행.
① 법 제24조의2제1항 본문에 따라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로부터 받는 동의서에는 해당 환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있어야 한다.
② 법 제24조의2제4항에 따라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수술ㆍ수혈 또는 전신마취의 방법ㆍ내용 등의 변경 사유 및 변경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는 경우 환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구두의 방식을 병행하여 설명할 수 있다.
③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법 제24조의2제1항 본문에 따른 서면의 경우에는 환자의 동의를 받은 날, 같은 조 제4항에 따른 서면은 환자에게 알린 날을 기준으로 각각 2년간 보존ㆍ관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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