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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展' 사진과 명화이야기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展' 사진과 명화이야기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6.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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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6월 23일∼10월 7일까지
잡지 <보그>의 아카이브서 엄선한 작품 120여점 선보여
▲ Patrick Demarchelier_Swept Away, 2011_ⓒ Patrick Demarchelier

패션사진과 명화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하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6월 23∼10월 7일까지 선보이는 사진과 명화이야기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展'이 그 화제의 전시….

카라바조에서 잭슨 폴락까지, 세기의 명화에서 영감을 받은 색다른 사진의 향연을 펼치는 이 전시는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의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사진작가들의 오리지널 프린트 100여 점,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오브제 7점, 영화 감독 및 포토그래퍼들의 멀티미디어 영상 6점 등 총 120여 점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세계 3대 패션 사진 작가로 알려진 파울로 로베르시·피터 린드버그·어빙 펜…. 이들은 베르메르의 대표작인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거나 카라바조·르누아르·고흐·달리·클림트 등 서양회화사를 수놓은 세기의 작가들의 걸작을 사진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을 선보인다.

스페인 황금 세기의 회화나 네덜란드의 초상화에서부터 모네의 인상주의 풍경화를 거쳐 잭슨 폴락의 추상표현주의에 이르기까지 서양예술사에 있어 한 사조를 이끌어낸 명화들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풀어낸다. 21세기를 사는 관객들은 고전 회화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적 맛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이번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展'은 프라도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과 함께 스페인의 3대 미술관으로 평가 받는 마드리드의 티센-보르네미차 미술관에서 지난 2015년 선보인 전시다.

수많은 스타들뿐만 아니라 대중의 극찬을 받으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는 이 전시는 7∼8월 한 달에 가까운 기나긴 바캉스시즌 텅텅 비어버린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약 3개월간 38만명에 이르는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등 티센-보르네미차 미술관 역사상 최고의 흥행 전시로 화제가 됐다. 이번 한국전에서는 보그 코리아 작품 20점을 포함한 총 60여점의 작품이 새롭게 추가됐다.

 

▲ Cecil Beaton_Charles James gowns French & Company, 1948_ⓒ Conde Nast Archive

카라바조에서 잭슨 폴락까지 세기의 명화에서 영감
이번 전시는 교과서나 미술관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명화를 렌즈 뒤에 숨어있는 예술가라 불리는 포토그래퍼의 눈을 통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시간이 멈춘듯한 분위기'라는 하나의 공통 분모를 가진 이 사진들은 고전적인 회화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모든 작업에 임할 때, 회화적인 느낌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 팀 워커를 비롯해 전시에 참여한 포토그래퍼들은 어떤 식으로든 연극과 같은 설정, 조각에서 주로 쓰이는 양각 기법, 극적인 명암법으로 표현한 빛, 세심한 구도, 형태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포즈와 장식을 통해 화가들이 회화작품을 그릴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장치들을 패션 사진에 그대로 반영했다.

이번 전시는 '사진과 명화이야기'라는 콘셉트로 사진의 대상이나 기술·구성 면에서 피카소의 입체파 회화부터 앤디 워홀의 팝 아트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여러 시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전통적인 방식의 회화에서 시작해 각 작품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고 관람객들에게 예술과 패션을 가르는 가느다란 경계선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패션계 전설 파울로 로베르시·피터 린드버그 등 한 자리에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진들은 고전적인 패션 사진에서 최고로 평가 받는 포토그래퍼들과 함께 지난 십 년간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 받은 포토그래퍼들에 의해 탄생했다.

순수한 선과 우아한 이미지로 뉴욕 사진계의 거장으로 남은 어빙 펜, 유명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 전설의 포토그래퍼 애니 레보비츠, 세계 3대 패션 포토그래퍼 파울로 로베르시, 흑백으로 이뤄낸 극적 효과의 대가 피터 린드버그, 몽환적인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팀 워커, 순수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닉 나이트, 스티브 잡스의 프로필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알버트 왓슨 등 세계 사진계를 이끄는 거장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매력적인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또 회화에서 영감을 얻은 발렌티노와 빅토르 앤 롤프의 오뜨 꾸뛰르 드레스와 프라다 컬렉션과 더불어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감독으로 유명한 샘 테일러 존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들의 영상들도 함께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배우 송혜교·틸다 스윈튼 등 톱스타와 <보그>의 콜라보
클라우디아 쉬퍼·케이트 모스·카르멘 카스·젬마 워드·릴리 콜 등 패션계의 전설로 남은 모델들뿐 아니라 우마 서먼·커스틴 던스트·루니 마라 같은 영화배우들이 거장의 카메라 앞에 섰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파울로 로베르시와 협업한 배우 송혜교의 화보, 한국을 대표하는 포토그래퍼 홍장현과 배우 틸다 스윈튼의 콜라보레이션 등 이색적인 포토그래퍼와 모델의 만남 역시 눈길을 끈다.

▲ Mert Alas & Marcus Piggot_Ophelia, Hever Castle, Kent, 2011_ⓒ Mert Alas and Marcus Piggott

전시는 크게 여섯가지의 컨셉트로 구성됐다.

▲초상화 Portrait / 첫 번째 섹션에서는 초상화가 패션 사진에 미친 영향을 탐구해본다. 초기 르네상스에서 시작해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를 거쳐 20세기 초반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운동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역사 안에서 발전해온 다양한 시기의 초상화에서 영감을 얻은 이미지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정물화 Still Life / 정물화는 도시화가 가속화 되던 네덜란드의 바로크 시대에 회화의 한 장르로 출현했다. 예술가들은 빛과 형태를 연구하기 위해 정물화를 그렸지만, 어떤 예술가들은 정물화가 지닌 상징주의에 매료돼 이를 통해 만물의 본질적인 퇴락과 덧없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을 추구했다. 이번 섹션에서 소개하는 사진들은 얀 브뢰헬·암브로시우스 보스샤르트·빈센트 반 고흐·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앙리 팡탱라투르·폴 세잔 등 정물화에서 두각을 나타낸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로코코 Rococo / 로코코 양식이 패션 사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높은 채도의 파스텔과 골드 계열 색조를 사용해 젊음과 사랑을 주된 소재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진 로코코 양식의 이미지에는 패션이라는 장르가 추구하는 영원한 젊음, 목가적인 풍경과 상황이 형상화돼 있다. 이번 섹션에서 선보이는 사진들에서 엿볼 수 있는 조금은 과한 실내장식, 파스텔톤의 메이크업과 스타일은 관람객들을 루이 16세 시대 베르사유의 살롱으로 인도하거나, 당대 유행을 선도하며 루이 15세와 염문을 뿌리던 퐁파두르 부인을 떠올리게 한다. 또 로코코 시대의 대표적인 초상 화가인 장 마르크 나티에와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사진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풍경화 Landscape / 이번 전시의 포토그래퍼들은 때로는 암묵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풍경화의 기술이나 구성 혹은 모티프에서 영감을 받았다. 어떤 포토그래퍼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누군가는 프랑스의 풍속화가인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전원 풍경을, 또 다른 이들은 변함없이 라파엘전파의 장식용 회화나 인상주의 대가로 알려진 에두아르 마네·호아킨 소로야의 풍경화, 혹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표현주의 풍경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아방가르드에서 팝 아트까지 / 격변의 시기라 불렸던 20세기 예술의 흐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사진들은 패션이라는 장르가 지니고 있는 예술적 특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남았다. 초현실주의·입체파·바우하우스 운동·추상표현주의·아메리칸 모더니즘·팝 아트와 같은 다양한 20세기 예술의 장르는 이러한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데 있어 시작점을 제공했지만 이를 독창적인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든 것은 카메라를 자신의 붓으로 삼은 포토그래퍼들의 영감과 기술이었다.

▲보그 코리아 VOGUE Korea / 한국만의 색을 담아내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엿볼수 있는 섹션이다. 조선 시대 전통 한복과 한옥, 우리 나라 근·현대사의 다양한 상징은 동시대 하이패션과 뒤섞여 독특한 미장센을 만들어 낸다. 이번 섹션에서는 서양화와는 또 다른 동양적 미학이 가미된 패션 이미지를 볼 수 있으며 전통 수묵화의 절제미와 여백의 미뿐 아니라 한국인의 친근한 유머 감각 또한 느낄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이자 보그 스페인의 뉴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은 데브라 스미스는 전시 오픈을 앞두고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展'전은 지난 125년간 전세계 보그의 아카이브가 소중히 보관해온 수 많은 작품 중 100여점의 이미지를 엄선했다.

한국의 관람객들이 보그라는 하나의 역사 속에 예술이 스며들어 있는 마법 같은 순간을 엿볼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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