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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제언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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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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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학대대책분과위원장)
▲ 신의진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학대대책분과위원장)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아동학대 범죄 근절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정부는 아동·노인·장애인 학대에 대한 신고의무제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모든 의사들은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등에서 규정된 학대범죄를 줄이기 위한 취지에 공감하며 신고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학대예방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 등을 통해 학대범죄 근절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동학대 미신고시 의사의 면허 자격정지를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의료인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아동·노인·장애인 학대 범죄를 알았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기관 등에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던 과태료 500만원을 6개월 이내 면허자격 정지로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법안발의 취지는 '의료인은 직무수행 과정에서 아동·노인·장애인의 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과태료 부과대상일 뿐 제재처분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아 범죄신고율이 저조하므로 개정안을 통해 범죄 신고를 유도하고, 의료인의 업무상 책임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의료인에 대한 처벌은 현행 법률에서도 조항이 이미 각각의 해당 법률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아동 학대 신고 의무 직업군 중 유독 의료인의 처벌만 강화하려는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에 비해 신고의무자들의 아동학대 신고율이 아직은 저조하므로 신고율을 높이고자 하는 방향은 옳다. 하지만 왜 신고율이 저조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이 처벌만 강화한다고 신고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은 비논리성을 넘어 법 남용에 따른 부작용까지 낳을 수 있다. 더구나 의료인들이 신고를 하지 않아서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주장은 쉽게 납득을 할 수가 없다.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아동학대 신고는 2014년 1만 7791건에서 2016년 2만 9669건으로 66.8% 증가했고, 노인학대 신고는 2013년 1만 162건에서 2015년 1만 1905건으로 17.2% 증가했다. 의료인의 범죄 신고율이 매우 저조한 수준에 그쳐 아동학대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실제 의료인들에게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질문을 해보면, 아동학대 신고시 경직된 수사관행, 가해자로 지목된 자에 의한 폭언 등으로 곤혹을 치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학대 사건으로 밝혀져 아동이 부모로부터 분리가 된 이후 아동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보호가 미흡한 현실에서 부족한 부모라도 잘 교육시켜 함께 살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고민도 든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신고 안하면 의료인 면허정지를 외치기 전에 제대로 된 수사방안, 제대로 된 아동 보호 시스템을 먼저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 입안자들은 일본이 우리에 비해 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70배가 넘는지 먼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진정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아동학대가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갖도록 사회 캠페인이 전개돼야 하고, 이와 함께 부모·예비부모·사회 전반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관련 교육을 상시 진행하고, 신고의무자 비밀유지, 면책규정 등 보호 규정을 만들어 각종 학대범죄에 의심만 가지고도 부담 없이 신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 신고율 증가 방안도 미신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보다는 신고율을 제고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아동학대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신고의무자가 신고에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신고절차 개선과 함께 신고자 표준조사 양식이 필요하다.

신고의무자로서 의료인이 아동학대 등 범죄의심 내용을 수사기관에 신고할 경우 해당 의료인은 참고인으로 처우해야 함에도 마치 피의자인양 부적합한 질문 등 중복 또는 과잉 조사를 받아 진료에 차질이 생기는 등 신고의무자의 책임에 따른 불이익이 크게 작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신고자 신변보호도 중요하며, 의료기관에서 기관 명의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표준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둘째, 영유아검진 항목에 아동보호 문항을 추가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 드러난 학대는 아니라 하더라도 영유아 검진 시 아이에게 제대로 된 양육이 제공되는지에 대한 기본적 자료가 쌓이면, 후일 학대가 의심될 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모 심리 및 아동복장 상태 등 피검대상자나 의료인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항목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의료인 신고의무자 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재 아동복지법 제 26조에 의거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소속된 기관의 장은 소속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게 신고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제출하도록 해야 하지만 관련 교육 자료 및 경험이 부족해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교육이수 부분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수교육 수행기관의 협조를 얻어 학술 세미나와 보수교육 과정에 아동학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넷째, 피해아동 사후관리 강화방안이다. 학대피해 아동의 치유, 가정의 회복을 국가적인 프로그램이 현재 매우 취약하므로 돌봄이 필요한 아동 돌봄 서비스를 체계화하고 예산과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기를 기대한다.

아동학대 근절은 신고의무자 처벌강화가 아닌 전국민이 함께 노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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