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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 태아사망 의사 금고형...항소심 쟁점은?
자궁내 태아사망 의사 금고형...항소심 쟁점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6.1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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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제왕절개 했다면 사망하지 않았다는 사실 입증해야"
▲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 항소심(2017노1333) 첫 공판이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렸다.
9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 항소심(2017노1333)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제왕절개를 했더라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이 인과 관계 입증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 것. 
 
피고측은 수사와 1심 재판 진행 과정에서 대한산부인과학회나 대한의사협회 등이 아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만 중복해서 두 번이나 감정을 의뢰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1심(2016고단2288) 재판부는 A산부인과 의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해 자궁 내 태아가 사망했다며 과실치사죄를 적용, 금고 8월형을 선고했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독일인 산모 B씨는 11월 24일 오후 10시경 분만을 위해 A산부인과의원에 입원했다. 
 
2014년 11월 25일 오전 6시 15분부터 오전 9시 6분 사이에 5차례나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증세가 발생했으나 A산부인과 의료진의 대처로 다시 안정을 찾았다.
 
B산모는 오후 2시 30분경 진통을 시작했다. A의사는 오후 4시 25분경 통증을 완화하는 무통주사액을 투여하고, 오후 4시 30분경 태아의 심박동수를 검사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A의사는 태아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를 찬 채 20시간 가량 진료를 받다 지친 산모가 감지기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외면하지 못했다.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6시경 무통주사의 약효가 떨어져 다시 통증을 호소하는 B씨와 태아를 살피는 과정에서 태아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천지법 1심 재판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와 수사보고를 토대로 "태아 심박동수 감소가 5차례 발생한 이후 자연 진통에 의한 자궁수축이 있었고, 이 경우 다시 태아심장박동수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출산이 완료될 때까지 산모 상태와 태아의 심박동수에 대해 보다 세밀한 관찰이 요구된다"면서 "태아 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를 제거 이후 의료진을 통한 지속적이고 빈번한 상태 체크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정상임산부의 경우 진통 1기에 적어도 30분 간격으로 태아심박동을 측정할 것이 의학적으로 권고되고, 무통주사 투여 이후 1시간 30분 가량이나 산모의 상태내지 심장박동수를 검사하는 등 의료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밝힌 재판부는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했다면 빠른 제왕절개 수술 등으로 태아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면서 "산모 및 피해자를 방치한 과실이 인정되고, 과실과 태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항소심에서 피고측은 수사기관과 1심 재판부가 복수의 기관에 감정을 의뢰하지 않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한 곳에만 중복 의뢰했다며 감정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A산부인과 의사는 "자동감지기가 됐든, 심음청취 검사가 됐든 한 번 심박동이 떨어졌다고 해서 바로 제왕절개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재원 감정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의학적 의문이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면서 "실질적으로 30분 단위의 태아심음청취를 하는 것이 권고사항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감정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 대해 추가 감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측 변호인은 "잠깐 사이에 태아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 사건도 부검을 안해 원인을 알 수 없다"면서 "자궁내 태아 사망은 부검을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인과관계는 원인을 알아야 따질 수 있는데 원인 불명이다. 원인 불명이면 인과관계를 따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추가 감정 요구에 재판부는 "중재원 감정 내용이 모순되거나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한 것은 채택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과관계 부분에 있어 1심에서는 즉시 제왕절개를 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제대로 검사를 했다면 아이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볼 수 있는지를 검사 측에서 증명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항소심 공판에 앞서 하루 전인 8일 선처를 호소하는 5025명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산의회는 "태아 심박수 감소는 태아의 상태를 절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면서 "산모가 불편을 호소해 1시간 남짓 동안 모니터링을 하지 못한 사이에 태아가 사망했다고 감옥에 가야한다면 앞으로 진통관리를 하지 않고 모두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의회는 "총 분만과정 20시간 중 산모가 많이 힘들어해 단지 1시간 30분 동안 태아 모니터링을 할 수 없었고, 불행히도 그 사이 태아가 사망했다"면서 "태아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이뤄지는 가정분만·자연분만·조산원 분만에서 태아가 사망하면 모두 의사의 과실이냐"고 반문했다.
 
김동석 산의회장은 "자궁내 태아 이상이나 사망은 검사에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도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태아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위험하고 힘든 분만을 누가 하려 들겠냐?"고 지적했다.
 
태아사망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양하고,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이번 태아 사망 사건의 경우 부검을 하지 않아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산부인과학교실팀이 대한주산의학회에 보고한 '자궁내 태아사망의 임상적 특성'에 따르면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27.5%로 가장 많았다.
 
제태연령 20주 이상인 자궁내 태아사망 269예를 대상으로 후향적 단면조사 결과, 자궁내 태아성장부전(13.8%)·제대 원인(13.0%)·임신 중독증(11.5%)·태아 기형(10.4%)·태반 조기박리(7.8%)·산모의 질환(5.6%)·태반 관련 질환(4.5%)·감염(2.6%) 등으로 조사됐다.
 
산의회는 이번 판결이 진료현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김 회장은 "판결이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나올 경우 태아의 심장박동이 한 번이라도 떨어지면 정상분만을 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산부인과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의사들이 좌절해 분만 인프라 마저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막기 위해 분만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뇌성마비나 사망 사고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 김 회장은 "의사의 고의나 과실이 아닌 경우 형사처벌을 면하도록 하는 의료사고 특례법도 제정해야 한다"면서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고, 불의의 사고를 입은 산모와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7월 21일 오후 2시 45분 인천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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