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논문 '공짜저자',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의학논문 '공짜저자',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6.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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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 버젓이 논문 명예저자 이름 올리는 관행 여전
홍성태 교수, "삐뚤어진 문화·관행 없애려면 '저자실명제' 도입해야"
▲ 홍성태 교수

우리나라 의학논문이 SCI급 학술지에 등재되는 수가 늘어나고 세계적으로 연구성과를 인정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지만, 논문 작성에 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이 버젓이 명예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명예저자로 당연히 이름을 올리는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연구 및 출판윤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저자실명제'를 확대 실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성태 대한의학회 간행이사(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는 최근 대한의학회서 발행하는 <e-뉴스레터> 5월호 '논문 저자실명제를 합시다'라는 글을 통해 많은 연구자들이 출판윤리를 지킬 것을 강조했다.

국제기준 맞지 않게 저자 기입…'저자됨' 위반에 해당
홍성태 이사는 "연구와 출판에서 편집인, 전문가심사자, 저자 등 관계되는 당사자 모두 요구되는 윤리 사항을 잘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그 중에서 저자가 지켜야 하는 출판윤리에 여러 항목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저자됨(authorship)"이라고 밝혔다.

홍 이사에 따르면 '저자됨'이란 연구와 논문작성에 관여한 연구자 중에서 저자로 명기하는 기준에 합당한 사람이 저자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와 논문작성에 기여는 했으나 저자 기준에 합당하지 않는 사람은 '기여자(contributor)'로 구분해 기록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모든 의학학술지는 국제편집인위원회(ICMJE)에서 정한 지침을 따라 이러한 저자와 기여자를 구분해 기록하고 있다.

또 국제편집인위원회는 저자의 기준으로 ▲연구의 주제 선정과 상당한 지적 기여나 연구결과의 직접 생산 ▲논문의 작성 또는 수정 ▲최종 원고 검토 및 투고 동의 ▲전체 연구내용에 대한 공동 책임 등 4가지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즉, 4가지 기준에 맞지 않게 저자를 기입하면 저자됨 위반(inappropriate authorship)이 된다는 것.

자신의 이름이 논문에 올랐는지 모르는 저자 수두룩
홍 이사는 "저자됨 위반에는 명예저자(honorary author, 또는 선물저자 gift author), 유령저자(ghost author), 교환저자(swab author), 도용저자(theft author) 유형이 있다"며 "이 유형들 중 우리나라는 명예저자가 가장 흔해 국내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만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예저자와 관련 홍 이사는 "우리 스승, 주임교수, 과장, 또는 연구팀장이니까 공저자로 모셔야 한다. 연구재료에 포함된 환자의 진료 또는 수술을 하신 분이다. 저 분을 공저자로 모시면 우리에게 유리하다. 우리 팀은 전원 모든 연구논문에 다 공저로 참여하는 것이 관례로 전통적인 미덕이다 등 여러 이유로 전혀 거리낌없이 아무런 역할이 없는 연구자 이름을 저자에 올리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논문의 내용은 고사하고 자신의 이름이 어디에 올라 있는지도 모르는 저자도 있다"며 "이런 일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고 덧붙였다.

교환저자·도용저자, 모두 사실과 다른 기록 출판윤리 저촉
유령저자, 교환저자, 도용저자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홍 이사는 "유령저자는 실제 연구에 기여한 연구자가 막상 출판될 때 저자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말한다"며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연구 외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유령저자 국내 사례 중 하나는 법정분쟁으로 이어져 책임저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 이사는 "미국에서는 제약사가 주도하는 임상시험 논문에서 실제로 연구를 주도하고 논문을 쓰는 사람은 제약사 소속 연구원이고 막상 논문은 임상연구에 참여한 저명한 임상의가 저자로 기재하는 것을 지칭하는 경우로 흔히 사용된다"며 "여기서는 제약사 연구원 유령이 된 경우"라고 소개했다.

또 "교환저자는 두 연구자가 합의 하에 서로 각자 논문에 기여 없이 공저자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논문업적이 쉽게 배가되는 매우 유혹적인 방법이고, 도용저자는 알리지도 않고 특정인의 이름을 일방적으로 공저자로 기입하는 것으로, 두 가지 유형은 모두 사실과 다른 기록이므로 출판윤리상 저촉되는 저자됨"이라고 덧붙였다.

공짜로 이름 올리니 좋은가? 희박한 윤리의식 버려
홍 이사는 "저자는 연구논문 내용에 책임을 지며 동시에 논문 출판에 의해서 생기는 이익을 취한다"며 "명예저자가 만연하는 경우 우선 저자됨에 대한 윤리의식이 흐려지면서 자칫 출판윤리 전반에 대한 경시 태도가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저자됨은 개인적인 일이므로, 편집인이나 독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태도로 발전하면서 심각한 윤리 문제로 이어지고, 학술지에 공개하는 논문은 연구내용 뿐 아니라 연구자와 연구 수행기관까지 모두 사실에 근거해 기록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이사는 "명예저자 본인 입장에서는 공짜로 출판물이 생기니 좋을 것이고 자신의 연구기록에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학술적으로 기여한 바가 전혀 없는 논문으로 개인의 연구업적이 늘어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한다"며 명예저자의 희박한 윤리의식 문제를 직접 겨냥했다.

이밖에 "연구업적 환산 방식에 따라서는 열심히 연구하는 젊은 주저자의 연구업적 환산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며 "학계에 명예저자가 많아지면 연구업적 지표(research metrics)에도 거품을 만들어 여러 연구관련 지표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걱정했다.

또 "국내에서는 명예저자가 과거부터 만연했고 우리 유교문화 전통에 따라서 스승이나 선배를 공경하는 미덕으로 간주되기도 했으나, 우리가 학술적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면서 경쟁할 목표를 가진다면 이런 관행은 이제 정리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국내 대학들이 여러 평가에서 세계 상위권 몇 위의 대학이라고 내세울 마음이 있다면 이것부터 바로 잡아야 하며, 자칫 웃음거리나 조롱거리가 되어 추락하거나 일부 사례를 빌미로 국내 연구자 모두가 도매급으로 비윤리적인 연구자로 낙인찍힐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자됨 위반 중대한 연구윤리 위반…저자실명제로 해결
홍 이사는 실제로 저자 수 실태를 파악하고자 국내 종합의학학술지인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와 <Yonsei Medical Journal(YMJ)>의 저자수를 5년 단위 연도별로 전수조사로 집계해 미국의사협회 학술지인 <JAMA> 자료와 비교했다.

그 결과, 단일기관 연구 논문만 따로 환산하면 국내 학술지는 평균 저자수가 6∼7명인데 JAMA는 2.2명으로,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이사는 "2006년 황우석 사태 이후 우리나라도 연구윤리와 출판윤리를 준수하는 등 연구부정행위(논문 날조, 변조, 표절, 중복출판, 연구윤리심의 위반 등)가 크게 감소했다"며 "저자됨 위반도 중대한 연구윤리 위반으로 문제삼을 근거가 충분하므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책임저자(교신저자) 가운데서도 투고하는 원고의 내용을 상세히 모르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며 "책임저자도 명예저자인 셈이므로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이사는 "내용도 모른 채 책임저자로 기록되고 연구와 출판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1저자인 젊은 연구자가 모두 감당하는 삐뚤어진 우리나라 의학연구 문화와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저자실명제'를 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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