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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기왕증' 의학회 구원투수 나서야

말 많은 '기왕증' 의학회 구원투수 나서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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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증 이유로 보험금 삭감·지급 거부...소비자 갈등 첨예
의학회서 판정기준 만들고 전문 심의기관서 심의해야 납득

▲ 국회 입법조사처

보험금 삭감과 지급 거부를 둘러싼 다툼의 주된 원인인 '기왕증(旣往症·anamnesis)'과 '기여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관점에서 기왕증 및 기여도 판단을 위한 판정기준을 만들어야 하며, 전문적인 심의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창호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경제학박사)은 <이슈와 논점> 최근호에 발표한 '민간보험 기왕증 평가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통해 "현재 국내에서는 어떻게 기왕증을 확정하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의료계의 정립된 이론이나 학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법원에서 법원이 지정한 신체감정의사를 통해 기왕증이라고 판단했더라도 기왕증 기여도 판정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명확한 의학적 기준이 없이 법관이 법률적 판결로 판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대한의학회가 의학적 판정기준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기왕증(기왕력)'은 환자가 과거에 경험한 질병 또는 지금까지 걸렸던 질병이나 외상 등 진찰을 받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병력을 말한다.

'기여도(관여도)'는 외상과 기존의 질환이나 체질적 소인이 손해라는 결과의 원인으로 경합할 때 각 원인이 결과에 영향이 미친 정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왕증 판단 및 기여도 인정비율에 관한 공식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보험사들은 명백한 외상에 의한 사고라 하더라도 자체 자문의사에게 환자의 의무기록을 송부해 서류상으로 기왕증 자문결과를 받아 피해자의 기왕증 및 기여도 판정을 반박하고 있다.

또 환자와 보험회사 간에 기왕증 및 기여도 판정의 논란이 발생할 경우, 양측이 인정하는 제3의 의료기관 의사에게 기왕증 및 기여도 판정에 자문을 다시 요청하고 재판정을 통해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지급을 거부함으로써 가입자와 첨예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은 "기왕증의 후유증 전체에 대한 기여도를 정함에 있어 반드시 의학적으로 정확히 판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변론에 나타난 기왕증의 원인과 정도, 후유증과의 상관관계, 피해자의 연령, 직업, 건강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94다1517)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는 대법원 판례(98다50586) 등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입법조사관은 "법원 역시 판결 전 법원에서 정한 의료기관의 감정의사에게 의무기록을 송부해 기왕증 및 기여도 판정을 받는 절차는 보험사의 판정과정과 동일하다"면서 "기왕증 및 기여도에 대한 피해자의 불만과 민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대한 다툼이 법원소송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법원 역시 의학적 기준 없이 사법적 잣대만을 가지고 판결을 내리다 보니 법관들의 기왕증 판단을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기왕증 판례의 법적 안정성과 객관적인 기왕증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사법지원실 산하에 감정제도 개선을 위한 TF팀을 만들고, 연구용역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한국형 장해평가기준을 만들었다"고 밝힌 김 입법조사관은 "대한의학회를 주축으로 산하 개별 학회에서 장기간에 걸친 연구와 토론을 토대로 '한국형 기왕증 및 기여도 산정기준'을 만들어 법원판례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법원에서 법원 신체감정의사를 통한 신체감정촉탁이나 사실조회에 의해 기왕증이라고 판단됐다 하더라도 기여도 판정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명확한 기준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의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기왕증 및 기여도 판단을 위한 판정기준을 만들고 이러한 기왕증 및 기여도 판단기준을 심의할 전문적인 심의기관의 설립이나 위탁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왕증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사유 또는 원인인 '가령성(加齡性)'에 대해서도 "나이에 따른 변화 그 자체를 기왕증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병력이 있는 경우 또는 나이에 비해 퇴행성변화가 훨씬 빨리 온 경우에 한해 기왕증으로 참작함이 옳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기왕증 및 기여도 판단 중 나이가 듦에 따른 퇴행성, 즉 가령성 소인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의학적으로 명백한 판단기준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의 감독규정과 보험회사의 보험약관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문도 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보험 상품의 보장내용인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금 지급기준은 매우 엄격하고 투명한 기준에 입각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처리해야 하는데 기왕증 및 기여도에 대한 분명하고 명백한 판단기준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회사는 의학에 기초해 관련 감독규정과 보험약관을 정비하고 보험소비자가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기왕증 및 기여도 판정기준을 만들어 보험금 지급심사의 기준을 투명하게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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