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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관련 형사사건을 대하는 자세
의료 관련 형사사건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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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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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4]
▲ 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인천지방법원에서 분만 중 태아사망사건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사건이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 및 이로 인해 태아가 사망했는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이 있었는지 및 해당 판결 판단의 의학적 적절성에 대해 이미 많은 의사단체에서 성명서 등을 통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보다 치열한 학문적·법리적 다툼을 통해 항소심에서 올바른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보이는 사고에 대해 환자 측의 고소에 따라 수사기관에 의한 조사가 개시되고,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주도 하에 수사가 진행되고 의료인에게 공소가 제기되는 구조가 의료인에게 너무나도 불리하다는 점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환자의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됐음에도 자동조정개시조항을 통해 환자에게 일방적인 주도권을 부여하고 있고, 분쟁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형사사건에 대해 어떤 조항도 마련해 놓고 있지 않다.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실질적인 조항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보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기는 하나, 대상 사고는 분만과 관련해 발생한 신생아의 뇌성마비 및 산모와 태아의 사망에 한정되며 보상금액은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하다.

보상제도의 운영을 위해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분담금을 징수하면서도 형사사건에서 의사를 보호할 장치는 전혀 없고, 환자 입장에서도 보상금 한도가 턱없이 적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서 의료인의 형사 책임에 대한 특별법규는 응급의료법뿐이며, 해당 내용은 불가피한 응급의료행위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 없이 발생한 사상(死傷)에 대해 형벌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해 다양하게 발생하는 분쟁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여지가 없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가해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중과실이 없으며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없는 경우 형사처벌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는 의료인을 운전자보다도 가혹하게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도 의료인의 처우 개선을 위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고, 의료인을 보호하는 제도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의료인은 형사처벌의 위험성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형사절차에 문외한인 의료인이 수사를 받는 경우 초기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의료인은 '나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 조사를 통해 수사기관이 내 입장을 이해하고 사건이 종결될 것'이라는 태도로 수사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료사건을 전담하는 수사기관은 다양한 유도질문을 통해 의료인의 과실을 어떻게든 특정하려 한다. 별다른 생각 없이 수정한 진료기록부로 인해 궁지에 몰리기도 하며, 이로 인해 추가적인 형사처벌을 받기도 한다.

이같은 위험을 방지하고 수사 초기 단계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사건 전반에 대해 상담을 받고 수사기관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과실을 예측하고 방어 전략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의료행위가 완료된 이후 진료기록부를 수정하거나 추가기재를 해도 되는지,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지, 합의를 통해 사건을 조기에 종결지을 필요성이 있는지, 환자 측에서 공격적으로 나오는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에 대한 진단과 함께 향후 사건의 진행 방향을 예측해야 한다.

이후 필요한 경우 모든 조사에 변호사를 입회시키고, 수사기관의 의도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의견을 제출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의료분쟁에 따른 수사과정에서 대개 민사소송이 함께 진행되고,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은 필연적으로 상호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의료 관련 분쟁은 항상 장기화되며, 분쟁이 발생한 후 수사 개시·기소·민사 및 형사 판결 선고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모되기도 한다. 전문가의 지원이 없이 의료인이 이를 홀로 맞서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다.

적절한 대응에 따른 무혐의 또는 무죄 사례가 축적돼야 의료인의 형사책임 감면에 대한 공론화가 가능하고 제도 개선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이다.

<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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