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3 17:54 (화)
법원 "희귀난치성질환 후유증 '불가항력'"

법원 "희귀난치성질환 후유증 '불가항력'"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02 21:4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급성기 프로피온산혈증, 정신지체·발달장애 후유증 70% 달해
중앙지법 "의료진 의무 다해...부모도 최선" 손해배상 소송 기각

▲ 서울중앙지방법원
급성기 증상이 나타나면 70% 이상에서 정신지체와 발달장애 후유증이 나타나는 희귀난치성질환인 프로피온산혈증의 경우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이원)는 프로피온산혈증으로 인해 정신지체와 발달장애 후유증을 앓고 있는 A신생아와 부모 B·C씨가 D의료법인 병원을 상대로 낸 7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가합564264)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는 2010년 10월 14일 오후 9시 33분경 A신생아를 출산했다. 출산 당시 A의 아프가점수는 1분 6점, 5분 9점이었고, 몸무게는 3.415kg이었으며, 10월 17일까지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었다.
 
D병원 의료진은 10월 17일 A에 대해 신생아 선천성 대상이상 선별검사(1차 검사)를 실시했다. 10월 18일 아실카르니틴 C3 농도 값이 18.1(참고지 6.06)로 나오자 재검사를 위한 채혈을 실시하고, B씨에게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의료진은 즉시 말초동맥혈액 가수 분석을 비롯해 혈액검사·공복시 혈당·산소포화도 검사를 시행했으나 특별한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빌리루빈 수치(14.5mg/dL) 감소를 위한 광선치료를 시행하면서 정상적으로 수유를 하도록 했다.
 
10월 19일 오전 10시경 2차 검사 결과를 확인한 의료진은 A신생아를 퇴원시키자고 말했다. 빌리루빈 수치는 10월 19일 9.7mg/dL, 10월 20일 11.4mg/dL로 일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진은 10월 20일 오후 2시 아실카르니틴 C3 농도값이 1차 검사와 동일하게 18.1로 나오고 프로피온산혈증·메칠람로닌산혈증 소견을 보이며, 아미노산 중 류신도 참고치보다 높게 나오자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 10월 26일 E대학병원 외래 예약을 해 준 뒤 A를 퇴원하도록 했다.
 
퇴원 당시 A는 1, 2차 검사 결과를 제외하고는 활력징후·배설 양상·수유량 등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의료진은 모유나 분유 수유 방법 이외에 프로피온산혈증과 관련해 특별한 수유 방법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B씨는 퇴원 후 산후조리원에서 A를 돌봤는데 모유나 분유를 이전보다 잘 먹지 않으려 했고, 하루 평균 400cc 정도의 수유량을 유지했다.
 
A의 부모는 10월 23일 D병원에 내원, 소아청소년과 외래진료를 받았다. 당시 A의 빌리루빈 수치는 14.0mg/dL로 퇴원 때에 비해 증가한 상태였다. 병원 의료진은 황달 증상에 관해 추적 관찰키로 했다.
 
A는 10월 24일 활동량이 떨어져 무기력 상태를 보이고, 팔·다리가 노랗게 되자 10월 24일 오후 4시 E대학병원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E대학병원 의료진은 패혈증·대사장애·신생아 황달로 의심, 금식을 시켰다.
 
입원 당시 A의 혈중 암모니아 수치는 235mg/dL, 10월 25일 오전 8시경 1086mg/dL, 10시 30분경 1280mg/dL로 계속 증가했다(정상 100mg/dL)으며, 소변검사 결과 케톤증도 보였다.
 
E대학병원 의료진은 고암모니아혈증 및 대사성 산증으로 진단, 오후 3시 50분경부터 투석을 시행하고, 특수 분유인 MPA 분유 섭취·L-카르니틴·비타민 B12 등을 투여했다.
 
6시간 동안 투석한 결과 A의 혈중 암모니아 수치는 350mg/dL로 감소하고, 10월 27일 95mg/dL까지 감소하면서 무기력 상태가 없어지고 상태가 점차 호전됐다.
 
10월 29일 소변 검사에서 케톤증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수유량도 증가했으나 11월 6일 1분에 한 번 정도 다리를 떠는 증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E대학병원 의료진은 뇌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뇌초음파 검사·뇌MRI 검사를 시행했으나 명확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며, 3∼5개월 후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템덤매스법을 비롯한 각종 검사를 통해 프로피온산혈증으로 잠정 진단했다.
 
11월 8일부터 떨림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상태가 호전되자 2010년 11월 12일 E대학병원에서 퇴원했다.
 
A는 퇴원 이후 F대학병원·G대학병원 발달장애아동센터 등에서 발달 지연 치료를 받았으며, 2013년 4월 26일 상세 불명의 아미노산 장애로 인한 지적 장애 진단을 받았다. 
 
A는 2015년 5월 18일 H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실시한 신체검사 결과, 삼킴 곤란과 신경인지 및 운동 발달지체·언어발달지연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A와 부모는 D병원 의료진이 진단·치료 과정에서 프로피온산혈증을 충분히 의심하고 있었음에도 필수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식이요법과 전원을 하지 않아 후유증이 발생했다며 기왕치료비·향후 치료비·일실 수익·개호비·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프로피온산혈증과 같은 유전성 대사질환은 영아기 뿐만 아니라 유·소아기 또는 청년기에도 증상이 발현될 수도 있고, 급성기에 해당하는 임상증상이 발생한 것도 아닌 이상 확진을 위한 검사·치료나 상급병원으로 전원이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퇴원 당시 각종 활력징후·배설 양상·수유량이나 다른 검사 결과상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D병원 외래 내원 당시 급성기 증상인 기면·근긴장도 저하·발작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을 꼽았다.
 
프로피온산혈증은 1991∼2000년 사이에 진단받은 환자가 13명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히 희귀한 질환이고, 확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병원도 극소수인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프로피온산혈증의 급성기를 의심할 만한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진료를 의뢰한 상황에서 확진을 위한 검사를 추가적으로 직접 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임상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규범적 의료수준에 비추어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을 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D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이상 프로피온산혈증의 원인·임상증상·진단방법·합병증·식이요법을 비롯한 치료방법 및 요양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과실이라고 하기 어렵다"면서 "지도설명 의무의 이행 여부와 A에게 발생한 후유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프로피온산혈증 환자의 70% 이상에서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가 나타났다는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로 상당히 높은 확률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만성 합병증"이라고 지적한 재판부는 "A의 부모는 급성기 증상이 나타난 10월 24일 곧바로 E대학병원에 입원시켜 적절한 치료를 받게 했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를 조기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했다거나 후유증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주의의무를 다한 의료진과 증세가 나타난 직후 신속히 치료를 받기 위해 애쓴 부모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