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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그리고 '또 하나의 기둥' 전

'갈등' 그리고 '또 하나의 기둥' 전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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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정·홍범 두 작가의 회화·설치작업 작업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5월 27일까지 열려

▲ 홍범, 기억들의 광장, 2017, 호두나무, LED,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 구동 장치, 320x80x80cm(each)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 기획 <또 하나의 기둥>전이 5월 27일까지 열린다.

개인의 내면에는 무수한 고민과 모순된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종종 고립되어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개개인의 감정이 외부로 드러날 때 때때로 타인과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우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한 개인의 내면에서 혹은 대중 속의 한 개인으로서 대립하기도 하고 연대하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을 '기둥'이라는 은유적 공간의 안과 밖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장치했다.

 

 

▲ 샌정, untitled, 2017, 혼합매체, 가변크기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그럴 때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나온다. 우리는 분수가 터지고 밝은 햇빛 아래 뭇 꽃이 피고 영웅과 신들의 동상으로 치장이 된 광장에서 바다처럼 우람한 합창에 한몫 끼기를 원하며 그와 똑 같은 진실로 개인의 일기장과 저녁에 벗어놓은 채 새벽에 잊고 간 애인의 장갑이 얹힌 침대에 걸터앉아서 광장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
                                                                                       
- 최인훈의 <광장> 중

나는 너인 줄 알았다.
너는 우리인 줄 알았다.
우리는 광장인 줄 알았다.
광장은 우리인 줄 알았다.
우리는 광장에서 하나인 줄 알았지만 개별의 나이고 너이다.

▲ 샌정, untitled, 2017, 혼합매체, 가변크기(세부이미지)

 

전시장 안에는 일곱 개의 기둥이 있다. 두 개의 흰 사각 기둥은 원래 공간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며 그 내부에는 또 다른 공간이 있고, 그 안에는 작가 샌정의 작은 그림이 걸려 있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고 고립된 공간 안에서 그림을 만나는 경험은 관객에게 작가의 세계를 뚫고 들어가 그 내면을 마주하게 하는 일종의 장치다.

샌정은 회화의 근본적인 의미를 탐구하며 개인의 오랜 사유의 시간을 그림에 담아 왔다. 생각의 흔적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직 만나지 않은 다른 세계를 담는 틀인 회화를 통해 시간을 초월한 대화를 가능케 한다.

갤러리 외부에 설치된 그의 벽화와 그림은 전시장 안의 흰 사각 기둥에 대응하는 윈도우 공간 안에서 보다 입체적이고 확장된 형태로 그의 내밀한 내면의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 다섯 개의 기둥은 각각 다른 모양과 소리·빛을 발산하며 두 개의 사각 기둥의 주변을 배회하며 관객을 조우한다. <기억들의 광장>(2017)이라고 붙여진 이 움직이는 기둥들은 작가 홍범이 표류하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기억을 담은 설치작품으로, 개인의 기억과 사회의 기억이 혼재돼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거리를 두면서 관계를 만든다.

홍범은 공간과 장소에 대한 기억에 대해 드로잉·영상·설치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의 다섯 개의 움직이는 기둥들은 관객에게 놀라움과 흥미로움, 낯섦, 혹은 불편함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관객을 그 기둥들의 관계 속으로 끌어 들인다. 결국 기둥의 안과 밖을 오가는 관객은 전시장 안에서 또 하나의 기둥이 된다.

이번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 기획시리즈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에 걸쳐 사회학과 인문학 등 각 분야의 강연자들을 초청해 주제와 연결된 강연·공연·전시·영화상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를 시작해 2014년 '불신시대', 2015년 '예외(例外)', 2016년 '모험'을 지나 올해는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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