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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 해결 의사·의협 나서야
'과잉진료' 해결 의사·의협 나서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1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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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환경·환자도 과잉 유발...환자 해악·직업전문성 손상
정유석 단국의대 교수, 의료윤리연구회 강연...윤리 강화

▲ 정유석 단국의대 교수(가정의학과) '무엇이 과잉진료를 부추기는가?' 주제강연을 통해 "과잉진료는 의료인으로 인한 요인은 물론 의료제도와 환경을 비롯해 환자로 인한 요인까지 다 함께 짚어야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과잉진료'는 이윤 추구에 급급한 의료인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제도와 환경은 물론 환자로 인한 요인까지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유석 단국의대 교수(가정의학과)는 10일 의료윤리연구회가 주최한 월례강연에서 '무엇이 과잉진료를 부추기는가?' 주제강연을 통해 "과잉진료는 환자의 이익보다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의사들로 인한 문제라는 단순한 도식만으로는 풀 수 없다"면서 "의료인으로 인한 요인은 물론 의료제도와 환경을 비롯해 환자로 인한 요인까지 다 함께 짚어야 과잉진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유형으로 ▲검사·치료가 더해질 때마다 이익이 더해지는 행위별수가제 ▲제약·의료기기 회사의 경쟁적 비즈니스 환경 ▲근거중심진료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더 많은 검사와 약물의 사용이 더 좋은 진료라고 믿는 환자와 보호자의 믿음 ▲환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의사들의 태도 ▲과잉 진단·치료의 경제적·윤리적 부담 등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비전문가적 태도 등을 손꼽은 정 교수는 "과잉진료는 환자에게 해악을 줄뿐만 아니라 의사의 직업전문성에 손상을 주는 만큼 의사와 의사단체가 주도적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행위별수가제는 적정한 수가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박리다매식으로 방문 횟수를 늘리거나 불필요한 의학적 검사와 서비스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인동기가 매운 강한 제도"라며 "의료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의 경우에는 과소진료가 나타날 수 있는만큼 적정 수가뿐 아니라 물가상승에 따른 연동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과급(인센티브) 제도에 대해 정 교수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준이 오로지 진료 실적이라는 점이 문제"라면서 "인센티브의 목표는 수익 증대가 아니라 의료의 질 향상에 맞춰야 한다"고 밝힌 뒤 "성과급의 기준을 진료의 양이 아닌 질로 바꾸거나 기본급에 비해 성과급 비율이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해 과잉진료의 동기부여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의 과잉진료 유발 문제도 짚었다.

정 교수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같은 보험료를 내고 안 타 먹으면 손해라는 생각으로 무리한 진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의료자원의 낭비와 분재의 정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손보험 보상 건수가 많아질수록 건강보험의 재정이 줄어든다"고 지적한 정 교수는 "민간보험 가입이 불필요할 정도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제약·의료기기 회사의 경쟁적 마케팅으로 인한 리베이트 역시 과잉진료를 유혹하는 온상"이라고 지적한 정 교수는  "의료계 내부에서 자율규제를 하지 못하는 사이에 쌍벌제와 김영란법이라는 외부 압박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진료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을 요구해야 하지만 리베이트를 거절할 수 있는 의사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 행위 주체에 따른 과잉진료의 원인과 대책

의료계에 대해서도 "근거중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적응증 늘리기와 패키지식 검진이 늘어나고 있고, 의료윤리와 직업전문성에 대한 무관심으로 진료행위를 자율 규제하지 못하거나 환자의 과잉진료 요구에 쉽게 편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윤리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사든 투약이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거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환자의 잘못된 믿음과 과잉진료 요구에 대해서도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판단을 돕는 방향으로 환자 교육에 나서야 한다"며 미국의사협회가 운영하는 현명한 선택을 위한 웹사이트(www.choosingwisely.org) 사례를 예로 들었다.

정 교수는 "이 웹사이트에는 근거중심 진료 정보를 기반으로 각 전문과목별 의료행위에 대해 안내하고 있으며, 각 전문학회의 진료지침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다듬어 수록했다"면서 "전문과목별 의료정보는 물론 대체의학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중심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효율적이고, 부적절하며,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될뿐 아니라 의사의 직업전문성에 손상을 주는 과잉진료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은 결국 의사와 의사단체일 수밖에 없다"고 밝힌 정 교수는 "제도와 시스템의 왜곡으로 인해 의사를 도둑으로 몰고 가는 현실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숙희 의료윤리연구회장(서울외과의원 부원장·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겸임교수)은 "의료제도와 정책에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환자의 이익"이라며 "의사와 환자가 함께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주영숙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서울 양천구·주안과의원)은 "검사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결한 이후 대부분 병원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를 처방하는 방어진료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 보고할 예정인 'KMA POLICY'에 적정 진료 가이드라인을 담아 법조계·정부·보험자 등이 참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잉진료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박석건 단국의대 교수와 함께 집필한 <무엇이 과잉진료를 부추기는가?-과잉진료의 원인 고찰과 대책>으로 2016년 제1회 박재현 생명윤리 논문상을 수상했다.

1990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전공의과정을 거쳐 1993년 전문의 자격을 받았다. 2001년 충북대 대학원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윤리적 고찰>로 박사학위를, 2002년 단행본  <의사파업의 윤리적 성찰>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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