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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난임치료 검증 없이 시민 혈세 쓸 수 있나?
한방 난임치료 검증 없이 시민 혈세 쓸 수 있나?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2.0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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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사회 "자연임신인지, 한방치료 효과인지 불분명"
실험·대조군 연구조차 없어...한방 난임치료 근거 제시해야

▲ 부산시 한방난임 및 한방치매관리 2016년 평가대회와 2017년 설명회가 7일 오후 2시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비즈니스호텔에서 열렸다. 부산광역시의사회 양만석 회장과 추교용 정책이사를 비롯한 부산시의사회 임원진은 이날 설명회 현장을 방문, '2014·2015 한방난임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하며 한방난임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한방 난임치료사업을 하려면 과학적 검증을 통해 효과가 있다는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광역시의사회는 7일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가 주관한 '2016년 한방 치매관리 및 난임사업 결과 보고회' 및 '2017년 한방치매사업 및 난임사업 업무 협약식'이 열린  부산비즈니스호텔을 방문,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맞춰 난임 여성의 출산율을 높이고 치매를 조기에 진단·치료한다며 2014년부터 한방난임사업을 특화사업으로 추진했다.

부산시한의사회가 밝힌 '2015년도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2015년 3∼10월까지 8개월간 부산시에 거주하는 소득률 150% 이하 가정에서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은 44세 이하의 여성 219명(최초대상자 261명)을 대상으로 한의약 난임치료를 시행했다.

지원 대상은 1972년 2월 1일 이후 출생자 가운데 1년 이상 불임(난임)이 지속된 난임여성으로 한약·침·뜸 등에 대해 알러지 반응이나 심리적 거부감이 없고, 주 2회 이상 내원이 가능한 경우로 제한했다.

사업 참여자에게는 4개월간 한약·약침·침구치료를 지원하고, 이후 6개월간 임신여부를 확인했다. 6개월 중 처음 3개월은 의학적 시술을 금지하고, 이후 3개월은 시술을 허용했다.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에 참여한 최초대상자는 261명으로 부산시한의사회가 지정한 한의원에서 15일분의 한약을 총 6회(3개월분)이 투여했으며, 침 시술은 한약투여기간 중에는 주 2회, 한약투여 후에는 격주로 1회 이뤄졌다.

중도 탈락한 42명을 제외한 219명의 난임여성 중 21.5%(47명)가 임신에 성공했으며, 임신을 유지한 난임여성은 19.2%(42명)라고 덧붙였다.

부산시의사회는 "'2014, 2015년도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를 살피기 위해서는 침·한약·뜸 등 한방치료를 실시한 실험군과 한방치료를 하지 않은 대조군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기본적인 설계부터 잘못돼 있다. 한방치료의 효과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험군과 대조군은 다른 요소에 의한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나이·과거력·임신경험·유산경험 등 임신에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는 분포를 보이도록 설계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사회는 "출산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난임으로 판정할 수 없다"면서 "대상자 기준에서 출산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의계가 밝힌 한방난임치료 임신성공률에 대해서도 "기존의 인공수정 성공률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성공률"이라며 "대조군이 없으므로 한방치료에 의한 효과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추교용 부산시의사회 정책이사는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 결과보고서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신 성공의 유무는 임신이나 출산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유의하게 높았다"면서 "정확한 통계적 해석은 한방 치료 이전에 임신한 적이 없는 사람에서 임신가능성을 유의하게 높여주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 양만석 부산광역시의사회장
양만석 부산시의사회장은 "부산시가 시민의 혈세로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의 타당성과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면서 "기본적인 연구설계부터 잘못됐고, 치료효과를 검증하지도 않은 채 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배덕수)는 '한방난임치료 건강보험 적용 주장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을 주장하기 전에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무작위 대조 연구·메타분석·계통적 문헌고찰 등과 같이 잘 계획되고 수행된 연구결과를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한방난임치료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의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표준적 진료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설명과 충분한 의학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난임 여성 21만 명...10년 새 24% 증가

만혼의 영향으로 난임 부부가 늘고 있다.

국내 난임 진단자 수는 2006년 17만 3650명에서 2015년 21만 4588명으로 10년 새 24% 증가했다.

저출산 문제와 난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여성의 나이가 44세 이하이면서, 월평균 소득 150% 미만인 경우 신선배아 체외수정 시술 시 회당 190만 원 내에서 총 3회를 지원하고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300만 원 범위 내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동결배아 체외수정 시술 시 회당 60만 원 내에서 총 3회까지 지원하며, 신선배아 체외수정 시술 시 4회까지 지원한다.

인공수정의 경우 3회(1회당 최고 50만 원)의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횟수 제한을 넘는 시술비는 개인이 비급여로 부담해야 한다.

시·군·구 및 보건소를 방문, 상담을 받고 서비스를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인공수정 시술'은 배란기에 남편의 정액을 받아 정액내의 불순물·백혈구·죽은 정자 등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정자의 활동성은 더욱 강화시킨 후 여성의 자궁내로 직접 주입해 주는 방법이다. 시간적으로도 오래 걸리지 않고 통증도 없으며 시술비도 10∼20만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

인공수정 시술 임신율은 의료기관 마다 다양하다. A대학병원의 임신율은 3개월 내 50%, 6개월 내 90%로 보고됐다.

'체외인공수정 시술'(시험관아기)은 양측 난관이 없거나 막혀 있어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위한 치료법. 체외인공수정 시술은 대개 과배란유도를 통해 여러개의 난자가 성장하도록 한 후 질식초음파를 보면서 여성의 난자를 채취, 체외로 꺼낸 후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 후 3∼5일간 배양시켜 어느 정도 성장한 배아를 여성의 자궁내로 넣어주는 치료법이다.

체외수정 시술 성공률 역시 의료기관마다 다르다. B병원의 경우 2016년 30대 초반 54.4%, 38∼40세 31.2∼41.1%, 43세 17% 등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보건복지부의 2014년 난임 부부 지원사업 및 연도별 난임 시술기관의 시술 성공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공수정 시술 임신율은 18.2%, 체외수정 시술 임신율은 39.8%로 파악됐다.

20만 여명의 난임진단 여성 가운데 5만 여명이 인공수정·체외수정 시술을 받고 있으며, 이 중 40%가 임신에 성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 이후 10만 여 명의 아기가 현대의학의 힘으로 탄생했다.

국회 '난임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발의

▲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가 벌이고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 포스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주요 선진국의 난임 상담프로그램 운영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책임연구자 황나미 선임연구위원)를 살펴보면 2014년 정부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으로 체외수정 시술을 받은 난임 여성 10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1.9%는 비용 부담 때문에 체외수정 시술에 따른 정신적·심리적 고통 정도가 심각(매우 심각 포함)하다고 응답했다.

조사대상자들의 45.8%는 '불안·비정상적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했으며, 두통(27.9%)·소화불량 등 소화기계 질환(25%)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53.3%는 일상생활의 무력감에 힘들어 했으며, 43%는 대인관계에서 위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4.4%는 시댁 부모 또는 가족의 편견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난임 여성의 59.6%는 '정신적 고통·고립감·우울감' 등을 호소했지만 의료기관을 찾아 난임 상담 또는 진료를 받는다는 응답은 5.4%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지난 1월 23일 '난임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난임치료 지원법)을 대표 발의했다.

난임치료 지원법에는 난임부부의 난임치료 지원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 보건복지부 장관이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에 난임부부 지원 계획을 포함하도록 했다.

난임부부 심리치료 지원·난임관련 상담·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난임전문상담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내용도 담았다.

여성의 연령이 만 49세 이하이고, 가구별 소득기준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경우 보조생식술을 지원하는 내용도 있다.

지원대상 보조생식술의 종류는 체외수정시술·인공수정시술을 비롯해 그 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시술이며, 지원 횟수 및 금액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설·장비 및 인력 등의 기준이 적합한 경우 난임시술 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고, 3년마다 지정기준 및 제공 의료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이를 공개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인재근 의원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2060년에는 노인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데도 정작 이들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 않고 있다"며 "난임부부의 건강하고 안전한 임신·출산을 도모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했다"고 난임치료 지원법을 대표발의한 배경을 밝혔다.

지자체 개별 지원사업 객관적 평가·검증해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국가 위기 상황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정부는 2017년 10월부터 난임시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너무 높은 본인부담금(30∼50%)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술 비용뿐 아니라 주사비·초음파 진단비 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아 선별 기술과 착상 전 유전진단 기술 등 임신·출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첨단 의료기술에 대해서도 인정비급여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한방 난임지원사업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난임부부 지원사업(의학·한의학)을 펼치고 있는 광주광역시 서구청이 자체 집계한 임신성공률(2015년 기준)은 의학 28.3%(208명 중 59명), 한의학 15%(20명 중 3명)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신 성공자 1인을 기준으로 지자체 예산은 의학 396만 원, 한의학 500만 원으로 한의학 난임치료에 104만 원을 더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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