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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정신보건법 근거 WHO 권고문 해석 오류…"졸속 자인"
개정 정신보건법 근거 WHO 권고문 해석 오류…"졸속 자인"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7.02.0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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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일간지 보도 관련 보건복지부 해명 반박
국제 권고기준 무시·선진국 사례 외면 치료대상 제한 안돼
 

최근 한 일간지에서 보도한 <"가족관계증명서 먼저 떼오라" 한밤 중 돌려보내는 정신병원> 제하 기사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해명자료를 낸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반박성명문을 발표하고 복지부가 여전히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조속한 정신보건법 재개정과 올바른 법 시행을 위한 예산과 인력 확보를 촉구했다.

먼저 WHO의 정신보건법 제정 권고문에는 입원요건으로 치료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 중 하나(or)를 충족하거나 모두 충족하는 것(and) 중 선택하는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해명에 대해 학회는 WHO의 정신보건법 제정 권고문에 언급된 'and/or' 표현은 and일 경우와 or일 경우 한쪽만이라도 만족하면 해당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치료 필요성 또는 자·타해 위협'을 의미하면서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WHO 권고문에서 and와 or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어서 인권보호를 위해 and를 선택했다"는 주장은 영문해석의 오류이며, 개정 정신보건법의 핵심 조항이 잘못된 해석에 기인해 졸속으로 만들어졌음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질타했다. 또 UN MI원칙도 'or'로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인권리협약에는 비자의입원 기준을 자·타해 위험으로 제한하라는 언급이 없다고 덧붙였다.

입원 심사와 관련해서도 학회는 인권보호라는 중대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및 인력확보를 통한 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해명자료에서 계속입원 심사를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 것은 3개월 후 퇴원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계속입원 심사 기간을 줄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회는 "개정법에 따르면 3개월마다 서로 다른 기관에 근무하는 2인(1인은 공공기관 근무)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계속입원 판단을 받게 돼 있다"며, 약 8만 명에 이르는 입원환자가 3개월 마다 계속심사를 받게 됐을 경우 예상되는 심사건수 추계 및 대책과 공공기관 전문의 인력 확충방안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는 실현성이 의문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정신병원 입원 때 갖춰야 할 서류 미비로 인해 혼란이 초래상황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주문했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에서는 관련 서류를 '지체없이'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현장에서 "응급상황·야간·공휴일 등에 입원할 경우 예외적으로 입원 직후에 보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완가능한 시기는 전후사정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는 유권해석을 관계 기관에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학회는 복지부의 안이한 태도를 성토했다. 학회는 "행정지침이나 행정적인 유권해석이 법적 판단을 넘어설 수 없다"며 실제로 경기북부지역 정신과 전문의들이 유권해석에서 언급한 개별적 판단 문제로 기소돼 재판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적 보호장치가 전제되지 않은 현실에서 행정적인 해석은 무의미하며, 의료현장에서의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정신과 전문의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해당 처벌 조항도 너무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법대책TFT 위원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개정 정신보건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8만여 입원환자 중 수 만명이 아무런 준비없이 퇴원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시설과 인력 확충이 전혀 없는 현실에서 법이 시행되면 환자의 안전과 치료받을 권리는 물론 사회 안전망을 흔드는 큰 혼란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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