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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불가능한 정신보건법 개정안, 전면 수정해야"
"실행 불가능한 정신보건법 개정안, 전면 수정해야"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7.02.0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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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 전문의에게 2차 진단 맡기는 건 본래 취지 훼손
개정안 그대로 시행되면 혼란 초래...모든 책임은 정부에

"도저히 실행 불가능한 법안이다. 환자 인권을 이유로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건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시행 3개월을 앞둔 정신보건법 개정안의 재개정을 요구했다. 재개정이 어렵다면 '강제입원 및 비자발적 입원 조건 강화' 조항을 신속히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5월 국회는 비자발적 입원이라도 2주간 입원 후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 입원병원과 다른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소견이 일치하면 입원지속을 가능하게 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환자입원 조항도 강화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경우'의 두 요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만이 비자발적 입원을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법 대책 TFT위원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은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건 물론 본래 취지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법 대책 TFT위원장 ⓒ의협신문 박소영
권 위원장에 따르면 2주 후 환자의 치료입원 진단이 가능한 정신과 전문의, 즉 국립병원(5개소) 근무 전문의는 61명, 공립병원(14개소) 근무 전문의는 79명으로 총 140명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인력 부족을 우려해 민간병원 근무 전문의를 활용할 계획인데, 이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정된 법의 취지를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권 위원장은 "비자발적 입원은 연간 17만건이다. 법 개정으로 이 가운데 일부가 동의 혹은 자의입원으로 전환된다 해도 연간 최소 10만건의 비자발적 입원이 예상된다"며 개정안으로는 현실적으로 치료입원 진단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소극적 행보도 비판했다. 현재 복지부는 국립정신의료기관에 추가적으로 인원 요청을 한 상태지만 정부라는 조직 특성상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만일 민간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가 치료입원 진단을 하게 된다면 이는 법 취지를 훼손하는 자가당착적 행동이다. 국·공립병원 인력 충원에 따라 동원되는 민간기관 전문의 수는 달라지겠지만, 민간 전문의 수백 명을 강제로 동원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운영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저수가로 진료에 전념하기도 어려운 민간병원 전문의를 동원함으로써 정작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입원환자에 소홀하게 되고, 이는 의료 질 저하를 불러올 게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김창윤 교수(아산병원)는 "입원 2주 시점에 다른 병원 전문의에게 치료입원을 진단하도록 시키는 나라는 외국 어디에도 없다. 복지부는 국·공립의사가 부족하니 민간에게 떠넘기려고 한다"며 "타 병원 전문의 2명이 진단한다고 하니 그럴듯해 보이는데, 2주는 긴 기간이다. 환자가 상당히 호전돼 퇴원을 고려할 수도 있다. 만일 환자를 퇴원시킨다면 그 기준은 무엇을 할 건가"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환자 입원요건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와 '자신과 타인의 안전에 해를 미칠 수 있는 경우' 모두를 충족하도록 개정된 점도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최근 정신과 치료의 대세는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로 뇌손상을 방지하고 만성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개정안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건 물론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민간병원 전문의 참여는 반대다. 만일 개정안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시행된다면 학회는 원칙대로, 법대로 할 것이다. 개정안은 굉장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회는 오는 16일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 주최로 국회 공청회를 열고 개정안 수정을 적극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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