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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명 당 1~2명 희귀병 의심 못한 개원의 "의료과실"
100만 명 당 1~2명 희귀병 의심 못한 개원의 "의료과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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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비인후과, 8천만 원 배상 판결
재판부 "두드러기·발적·발열 발생했을 때 의심했어야"

▲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원이 100만 인명 중 1∼2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질환을 의심하지 못한 개원의사에게 약물을 계속 투여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으로 각막혼탁이 발생, 좌안 0.02(시효율 0%)·우안 0.1(시효율 57%) 상태인 A씨와 가족이 B이비인후과의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4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5가합534727)에서 20%의 책임을 인정, 805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2년 5월 31일 발열·설사 등의 증상으로 B의원에 내원했다. B의원장은 급성 인후두염과 상세 불명의 위장염·결장염·위궤양·알레르기비염 진단과 함께 린코마이신을 주사투여하고, 타이레놀·캐롤에프·스맥타현탁액·페니라민·큐란 2일분을 처방했다.

A씨는 6월 1일 두르러기·재채기·콧물·가래 등의 증상으로 2차 내원했다. B의원장은 만성비염·알레르기성비염·기관지염·위궤양 진단과 함께 린코마이신을 주사투여하고, 타이레놀·시네츄라시럽·큐란·에바스텔·코데날·소론도 2일치를 처방했다.

B의원 진료 후 A씨는 눈의 이물감·충혈·통증 등의 증상으로 C안과의원에 내원, 결막염 진단과 함께 톨론점안액·레보스타점안액을 처방받았다.

A씨는 6월 2일 오전 5시 40분경 호흡곤란 증상과 함께 두드러기·목과 피부 발적·39도 이상 발열·발한·두통·연하통 등의 증상으로 D대학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 이비인후과·내과 진료를 받았으며, 6월 3일 새벽 무렵 호흡곤란이 심해져 중환자실로 전실, 기관삽관을 받았다. 이후 두드러기가 얼굴, 상반신 전체, 하지로 퍼지면서 수포가 발생하자 D대학병원 의료진은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으로 진단했다.

6월 5일 피부 괴사가 전신 표피 면적의 35% 가량 진행됐으며, 구강·혀·인두·후두·각결막까지 진행, 독성표피괴사용해증으로 악화됐다.

A씨는 상처 부위 치료와 패혈증 치료 등을 받은 후 7월 19일 퇴원했다.

A씨는 현재 얼굴과 등부위에 과색소 침착 및 반흔 추상장애와 양안 중심부 각막혼탁으로 교정시력 기준 좌안 0.02(시효율 0%)·우안 0.1(시효율 57%) 상태다.

원고측은 처방 당시 약 복용상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2차 진료 당시 약물 부작용을 의심해 약물 투여를 중단하지 않았으며,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상급병원에 내원하도록 지도설명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아 장해에 이르렀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국내 의약품 허가사항에 의하면 1차 처방의 타이레놀·캐롤에프·큐란·린코마이신은 두드러기·발진·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이 경우 투여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면서 "1차 처방약이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지만 발병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발병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이 사건 이전에도 피고로부터 타이레놀·캐롤에프 등을 처방받아 문제없이 복용한 점, 당시 원고의 증상 등에 비추어 1차 처방이 부적절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2차 진료 당시 1차 진료 후 24시간 만에 눈이 충혈된 상태로 얼굴·목 부위의 두드러기 증상을 호소한 것은 1차 진료 때 진단한 병증의 진행 경과에 따른 증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차 진료 당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을 의심하거나 그에 대한 진단·처치를 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1차 처방에 두드러기·발진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이 다수 포함돼 있고, 갑작스럽게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났으므로 약물 부작용을 의심했어야 함에도 1차 처방약을 중단하거나 약물 부작용 감별 진단을 하지 않은 채 음식물에 의한 과민반응으로 판단, 1차 처방과 동일하게 타이레놀·큐란·린코마이신을 처방했다"면서 "약물 부작용을 의심하지 못해 검사나 처치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2차 처방약 투약 후 불과 12시간 이내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내원한 점,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 독성표치괴사용해증으로 악화된 점 등에 비추어 2차 처방이 원고의 증상이나 예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과실과 장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의 발생에 대한 직접적인 과실이 없는 점, 환자의 체질적 소인도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발병과 관련이 있는 점, 2차 처방을 하지 않고 투약을 중단했더라도 이미 발생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의 진행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장해가 남는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피고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배상책임의 범위를 20%로 제한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불복한 피고측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2017나2000092),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스티븐슨-존슨 증후군과 관련해 의학계는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아직까지 발병원인과 병리학적 특징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절반 이상은 약물에 의한 부작용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결핵·디프테리아·장티푸스·폐렴 등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균 또는 기생충, 알레르기성 피부접촉물, 악성 종양에 대한 방사선치료 등이 유발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약물복용 후 증상 발현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도 "약물 복용 후 보통 1주 이내에 증상이 발현하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8∼14일이나 2개월 이내 등 다양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누리당 류지영·더불어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발의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지난 2014년 12월 19일 약사법 개정안으로 결실을 맺어 시행되고 있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제도 도입에 따라 의사·약사·소비자 등이 적절한 처방·조제·투약 등 정상으로 의약품을 사용했음에도 부작용으로 사망·장애·질병이 발생한 경우 사망 일시 보상금·장애 일시 보상금·장례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진료비 본인부담금까지 지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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