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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밝힌 한의사 초음파 허용해선 안되는 이유
법원이 밝힌 한의사 초음파 허용해선 안되는 이유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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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보건 '위해(危害)' 발생...현대의료기기 허용 신중히 고려해야"
서울중앙지법 "한의학 발전이나 한의사·환자 편의성만 따져선 안돼"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 재판부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 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밝혔다.
법원이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지난 6일 초음파를 사용한 A한의사(2016노817)가 제기한 의료법 위반 형사사건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2월 16일 열린 1심에서는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해 환자의 자궁내막을 진단한 행위에 대해 "한의사의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라며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해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된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2010도10352 판결, 2014년 2월 13일 선고)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당해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당해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판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 초음파 진단기 개발·제작 원리→서양의학 기초
2심 재판부는 대법원 가이드라인에 입각, "초음파 진단기는 서양의학에서 활용될 것을 예정하고 개발·제작한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고, 초음파 검사는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서양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므로, 초음파 진단기는 판독에 있어 서양의학의 원리가 적용될 것을 전제로 개발·제작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초음파 진단기는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해 개발·제작된 것이지 단순히 물리학적 원리에 기초해서만 개발·제작됐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 초음파, 한의학 이론·원리 응용·적용→아니다
재판부는 C환자에게 2년 동안 68회에 걸쳐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면서 자궁내막의 두께를 관찰한 데 대해 산부인과에서 전형적으로 행하는 초음파 검사방법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한의학적인 진단방법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초음파 영상의 음영 등에 따라 병을 진단하는 한의학적 방법으로 초음파 검사를 했다"는 A한의사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초음파로 자궁내막의 두께를 측정했다고 진술했다가 원심에서 한의학적 방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말을 바꾼 점, C환자도 검사 당시 A한의사에게 산부인과에서 보는 초음파와 동일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늘날 다양한 기술을 이용한 진단기기가 발명됨으로써 이론과 기술이 갈수록 복잡화·전문화됨에 따라 서양의학의 전문진료과목으로 영상의학과가 별도로 존재하기까지 한다"며 "이러한 의료행위에 있어 진단의 중요성이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진단에 있어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방법으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이상 치료방법으로 침이나 한약 등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 보건위생상의 위해(危害)→자궁내막암 진단 못해
재판부는 A한의사가 자궁내막증식증을 자궁내막암 2기로 악화될까지 진단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사 과정이나 그에 대한 판독에 오류가 있을 경우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치료로 나아갈 수 있어 국민에 대한 공중보건상 위해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면서 "의료기기의 사용으로 인한 보건위상상 위해의 우려는 기기 자체의 위험성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의료인이 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초음파 진단기는 비교적 간단하기는 하지만 안압측정기·청력측정지 등과 달리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탐촉자의 방향 등에 따라 허상이 발생하며,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검사가 이루어지는 등의 주요한 특징이 있다"며 "정확한 초음파 검사를 위해서는 신체 장기의 형태·조직의 구성·환부의 특징·다른 장기의 위치와 상태·환자의 과거 병력 등과 같은 초음파 영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해 검사 및 판독을 할 수 있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필수불가결하다. 따라서 초음파 검사는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 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경우 CT·MRI·조직검사 등의 추가적인 검사를 동원해야 하는데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게 허용할 경우에는 의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추가적인 검사가 실행되지 아니하거나 지연되어 실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그에 따라 치명적인 오진이나 적정한 치료시기를 놓침으로 국민 보건 위생상의 위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대에서 방사선학·진단학과 같은 서양의학 과목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해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그 배경이 되는 철학·인체·질병·진단·치료에 대한 이해 및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다르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 등을 사용하기 위해 방사선과·진단학 등을 피상적으로 배운다고 하더라도 서양의학의 기본개념이나 해당 진료과목의 서양의학적 전문지식을 습득하지 않는 이상 초음파 진단이 가능한 전문지식을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의사가 한의학적 방법으로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반인으로서는 한의사도 의사와 동일한 목적과 방법으로 초음파 검사를 한다고 오인할 가능성이 많고, 그러한 오해 때문에 의사에 의한 서양의학적 방법에 따른 진단과 치료를 도외시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C씨는 D대학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 진단을 받았으나 OOOO한의원이 자궁난소 치료 전문병원이라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A한의사를 찾았다.

A한의사는 2010년 3월 2일부터 2012년 6월 18일까지 총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기(GE헬스케어 LOGIQ P5)를 이용해 C씨를 진단하면서 한방 치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2년이 넘도록 한방 치료에 매달렸으나 진전이 없자 D종합병원을 방문, 조직검사에서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환자 C씨가 피고인이 초음파 검사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과 피고인이 피력한 산부인과 의사에 의한 서양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신뢰함으로써, 자궁내막암의 발견 및 치료가 늦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다양한 현대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방법이 도입되고 있으나 한의사에게 그와 같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는 국민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가능성을 중심으로 하여 신중하게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재판부는 "한의학 발전이나 한의사와 환자의 편의성만을 따져 허용할 것은 아니다"면서 "이미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들에 의해 초음파 진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보건위생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의사에게 한의학적 보조 수단으로로써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 내지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진료행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0헌마109(2012년 2월 23일) ▲2009헌마633(2012년 2월 23일) ▲2011헌바398(2013년 2월 28일) 등을 통해 한의사로서 면허를 받은 범위 밖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면허 외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대부분 벌금형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보니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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