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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완화의료, 시행 앞두고 지침은 '깜깜'

호스피스·완화의료, 시행 앞두고 지침은 '깜깜'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12.0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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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부터 호스피스까지, 연속성 고려한 통합모델 필요
비암성질환자의 서비스 시기 결정...미국도 "어렵다"

▲ 말기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모형과 진료-호스피스간 연계 요청이 나왔던 국제심포지엄. ⓒ의협신문 박소영
연명의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세부 지침 마련은 걸음마 단계다. 병원 관계자들은 진료부터 호스피스까지 하나로 연계된 다양한 통합 모델을 주문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적용 대상이 비암성질환으로도 확대되며 대한의학회가 최근 기준(안)을 내놨지만, 이에 대한 논란을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입·퇴원을 반복하는 비암성질환자에게 과연 언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가 관건이며, 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만성간경화로 한정하는 게 적절한지도 판단해야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선진국인 미국과 대만도 현장의 고민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비암성환자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는 시기 문제가 특히 그렇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국제 심포지엄을 7일 서울스탠포드 호텔에서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호주·미국·대만·영국·국제호스피스완화의료협회의 현황 및 제도 방향성을 살펴보고,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의 정착 방안을 모색했다.

미국에서는 연간 166만명이 호스피스 케어를 받아 하루 평균 79명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2015년 미국 호스피스완화의료협회). 사망 전 3일 이상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 비율은 암이 43%, 치매가 34%였다.

활발히 운영되는 미국도 서비스 제공 시기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암성질환자는 호전과 악화가 반복돼 예후 예측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휴(텍사스대학교 MD앤더슨 암센터) 부교수는 "환자 생존에 대한 예측은 종종 과대평가되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적합 조건은 과소평가된다. 진단 후 호스피스 케어가 시작되기까지는 평균 17.4일로 상당히 지연된다"며 "임상과 교육, 연구와 행정간 통합체계적 고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상질환 범위 설정을 논하기 위해서는 대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만은 말기암 및 말기운동신경질환자 외 8개 비암성질환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노년기, 초로기 기질성 정신장애 ▲기타 뇌기능 저하 ▲만성폐쇄성 폐질환 ▲상세불명의 급성 신부전 ▲기타 폐질환 ▲만성간질환 혹은 간병변 ▲심부전 ▲상세불명의 만성신부전과 신부전이다.

환자에게 호스피스 이용을 권유하는 '암 진단에 대한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을 2014년 도입하고 운영병원에 보조금을 줌으로써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데니얼 푸-샹 싸이 교수(대만국립의과대학)는 "환자에게 암의 진행 상태를 설명하는 '진실 말하기'는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중단하고 말기 질환자의 존엄성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라며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바라보는 인식과 이용률 향상을 위해서는'진실 말하기'가 선행돼야 한다. 모든 말기질환 환자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제도 운영 결과, 2015년 기준 대만 호스피스 입원 병동은 126병동이며 생애 마지막 해에 서비스를 받는 암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2000년 전체 암환자의 7%(2341명)에 그쳤던 이용률은 2012년 50.6%(2만 2090명)로 뛰었다. 대만은 2018년까지 6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 "진료와 호스피스 연계한 다양한 통합모델" 요청 
아직 호스피스·완화의료의 구체적인 세부 지침이 없는 지금, 국내 임상현장의 요청은 '말기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모형과 진료-호스피스간 연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라정란 교수(서울성모병원)는 "국내 암환자의 3분의 1을 빅5가 치료하고 있지만 서울성모병원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한다. 말기 암환자들은 암치료가 끝난 후 적절한 호스피스 기관으로 의뢰되기보다 '해줄 게 없으니 그만 가세요'란 말을 듣기 일쑤"라며 "암환자-호스피스간 통합모델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자 상태에 따라 입원형과 가정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말기환자 자침을 마련할 것과 방문시스템은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별 분배를 위한 연계 시스템 운영도 촉구했다.

허진원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는 "중환자실과 호스피스간 중간과정이 없다. 중환자실은 비인간적인 면이 많이 이틀 내 호전이 없으면 보호자들도 심폐소생술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 모든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치료 연속성을 고려한 모형을 요청했다. 

최윤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 역시 다양한 모형과 함께 적극적인 정부지원을 요구했다.

최 이사장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란 법 취지를 살리려면 기반 확대가 중요한데, 이는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달려있다"며 "질환과 중증도, 상황에 따른 다양한 모형이 필요하다. 진료과정에서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연계돼야 환자가 원하는 임종기 돌봄으로 정착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 대한 배려나 응급상황 대처 메뉴얼이 없다면 가정용 호스피스 확대는 현실적이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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