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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초음파·카복시 한의사 '불허' 재확인
법원, 초음파·카복시 한의사 '불허' 재확인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0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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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한의사 2인 벌금형 1심 판결 유지
"초음파 진단은 한의사 아닌 의사의 업무영역"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초음파·카복시 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이 초음파와 카복시는 국민 보건과 안전을 위해 한의사에게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6일 초음파를 사용한 A한의사(2016노817)와 카복시를 이용해 지방분해 행위를 한 B한의사(2016노818)의 의료법 위반 형사 사건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 2월 16일 열린 1심에서는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해 환자의 자궁내막을 진단한 행위와 기복기를 이용해 카복시 시술을 한 행위에 대해 "한의사의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라며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한의사들은 1심 판결에 대해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를 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한의사들이 초음파 기기를 자궁내막을 진단하는데 사용하고, 비만치료를 위해 기복기를 사용한 것은 서양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진료행위를 반복적으로 시행한 것"이라며 "이 사건 진료행위는 한의학 진료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의학의 독자적인 발전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복기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서 시술상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초음파 진단과 검사는 서양의학에서도 고도의 전문적인 의료행위에 해당해 이를 잘못 사용할 경우 이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요한 진단을 하지 못하거나 오진을 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사와 한의사에게 가능한 의료행위의 범위를 설정하는 기준은 무엇보다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보건과 안전에 이익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고 밝힌 재판부는 "관련 의료법이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이원적 체계를 구분한 이유는 각자 독자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초음파 진단기나 기복기의 사용은 한의학의 고유 영역과 무관하고, 한의학적 의료 질 향상과는 관련이 없는 반면에 진료영역 확대를 위해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국민 보건의료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므로 관련 의료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허용할 수 없다"면서 "원심 판단은 정당하므로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C씨는 D대학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 진단을 받았으나 OOOO한의원이 자궁난소 치료 전문병원이라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A한의사를 찾았다.

A한의사는 2010년 3월 2일부터 2012년 6월 18일까지 총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기(GE헬스케어 LOGIQ P5)를 이용해 C씨를 진단하면서 한방 치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2년이 넘도록 한방 치료에 매달렸으나 진전이 없자 D종합병원을 방문, 조직검사에서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았다.

A한의사는 "초음파기기의 경우 비침습적 진단기기로 사용에 따른 위험성이 없고 안전하며, 한의학 교육과정에서도 초음파기기 진단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진단은 한의학적 원리에 따른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한의과대학에 초음파 과목이 개설돼 있고, 장부형상학회를 통해 교육을 받고 있으므로 한의사도 사용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초음파는 2등급 의료기기로 사용 자체는 위험성이 크지 않지만,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인체의 정확한 구조·병변을 확인하고, 어떤 이상이 있거나 의심이 들 경우 검사자가 즉각적으로 결정해 추가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면서 정확히 판독하지 않으면 진단과 치료 방법에 오류가 생겨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풍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며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카복시를 이용해 지방분해 비만관리를 한 한의사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이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한편, B한의사는 2013년 1∼7월 2등급 의료기기인 카복시를 이용해 환자의 허벅지에 이산화탄소를 주입, 지방 분해 시술을 하다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적발됐다.

B한의사는 "기복기는 한의학적 '경피기주입술'과 의료기기를 합쳐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해 개발한 의료기기로서 경혈 피하에 기(氣)를 주입하는 한방 의료행위"라며 한의대에 정규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고, 현행 의료법에 금지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현행 의료체계는 의료와 한방의료의 이원적 의료체계로 구성돼 있으며, 면허의 종류도 의사와 한의사로 나누고 있다"면서 "현행법률 체계는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서로 다른 것으로 구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복기를 이용한 카복시 시술은 이산화탄소의 물리적 특성 및 이산화탄소에 반응하는 인체 조직의 생화학적 특성에 근거를 둔 것이므로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를 기초로 했다거나 이를 기초로 응용한 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한의사의 면허된 범위 내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기복기를 이용한 카복시 시술은 지방분해를 통한 비만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침습적인 의료행위에 해당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려는 의료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의약 육성법 제정안 제2조 정의(한의약이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와 한약사를 말한다)를 2011년 7월 14일 개정(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와 한약사를 말한다)한 취지와 관련,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 이론 및 한방의료행위를 기본 토대로 서양과학적인 원리를 접목해 진단·처치 등에 필요한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로 하지 않은 의료기기 등의 사용까지도 허용하는 것으로 확대해 해석하기는 어렵다"면서 선을 그었다.

이번 판결에 앞서 대법원은 2014년 2월 13일 선고한 2010도10352 판결을 통해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당해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당해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판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법원은 ▲IPL(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CT(서울고등법원 2006. 6. 30. 선고 2005누1758 판결) ▲X-RAY(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9도6980 판결) ▲초음파기기(2012. 2. 23. 선고 2009헌마62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정4277) ▲카복시 기기(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정4193) 등의 판례를 통해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에 해당하므로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의협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적극 대응"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의협은 이번 사건에 대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등 적극 대응해왔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료법의 원칙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한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추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보듯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임상 경험을 갖추지 못한 채 의료기기를 이용해 진단하거나 치료를 하면 오진과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다"며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잘못된 시술로 인한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향후에도 의사 면허와 관련된 그 어떠한 도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면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의협회장으로서 불법 의료행위와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온 몸을 던져 막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음에도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 특히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카복시나 초음파기기까지 사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의협은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 등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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