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충분" vs "부족" 논쟁은 '평행성' 여전
"인력기준 개편·수가인상·예산 확보 필수" 공감
그러나 의사인력 등 보건의료인력이 충분하거나 충분하지 않거나 의료인력의 지역 편중과 대형병원 쏠림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의료인력 재편을 위한 해결책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력 기준 개선과 적절한 보상을 위한 수가 인상, 그리고 수가 인상을 위한 재원 확보 등이 제시됐다.
28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보건복지위원)과 대한병원협회 공동 주최로 '보건의료인력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정책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재국 동양대학교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의사인력 양극화 해결을 위해선 정부의 관련 정책에 대한 신회 회복과 관련 단체들의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다만, 의료 분야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한 데에는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는데, OECD 의사 평균 임금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제대로 처우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조 교수는 우선 "의료취약지 근무 의사 확보를 위한 법 제정안(지난 7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국립보건의대 설립법 제정안 발의)이 발의됐다.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 등에 따른 입원환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시범사업 시행 중이며,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는 주로 외과계 전공의 인력 대체로 활용하고 있고, 전공의 정원은 전공의 정원을 실제 가용인원(인턴수료자 등)을 고려해 감축하고 있는 중"이라고 상기시켰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전제하에 시행되고 있는 보완책들을 먼저 짚은 것이다.
이어 "현행 직종별 인력 기준은 관련 법적 근거에 따라 기관별로 일정 요건 이상의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향후 의료기관의 인력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한 적정 인력 기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관련 법적 근거 개선도 수반될 필요가 있으며, 중소병원(종별, 병상 규모 등)을 고려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호스피탈리스트(입원전담전문의)는 일부 대학병원의 내과를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공급자 주관으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데, 입원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으나 의사 근무환경과 처우 수준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PA 역시 일부 대학병원의 전공의 부족 전문과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데, 어느 정도의 논의도 진행됐으므로 이 제도를 반대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참작하고 수렴해 미흡한 점을 보완해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PA 양성화에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지방 중소병원에 일정 기간 근무하게 되면 공무원이나 대학교수 임명 시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전공의 배정의 우선권 부여하고, 공보의 우선 파견 등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 수 부족? 분포 양극화 따른 착시현상"
김태형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국립보건의대가 설립돼 의사가 배출되는 10년 후에는 의사 수가 필요한 수를 초과하게 돼 의사 공급과잉 상태에 처할 수 있다"면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의 분포 편중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자들이 대도시 대형병원 이용을 선호함에 따라 의료이용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라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접근성은 낮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 수 늘리는 것은 의료인력 양극화 해결책 아니다. 의료취약지에 대한 수가 인상을 통해 의료이용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의료인 기피 지역의 수가 가산이 유인책이 될 수 있으며, 의료전달체계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닥터 쇼핑) 등을 해결하는 것이 의료인력을 포함한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저수가로 인한 의료인의 만족도 저하는 의료사고 발생 증가와 의료의 질 저하를 유발한다. 일례로, 지역외상센터 및 권역외상센터의 설치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유지를 위한 지원도 하는 것이 해당 의료기관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PA 양성화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PA 제도화는 전공의 수급 불균형을 고착화하고 불법의료행위를 만연시킴과 동시에 의료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해 결국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제도 현실화와 수가인상이 해결책"
환자단체는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법·제도는 마련됐지만 법·제도의 실현 가능성이 작고, 법·제도 실현을 위한 수가 인상 등 지원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메르스 사태 이후 환자안전법과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의료기관이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법·제도 장치는 마련됐는데, 의료 질 향상의 핵심인 의료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같이 근무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라면 내가 의사라고 하더라도 지방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교적 안전한 병원이라고 판단되는 병원조차 법정 인적구조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법적 인적구조를 현실성 있게 다시 정립하고,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높은 기준을 맞추기 힘든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의료인력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수가 등 다른 문제들도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립보건의대 설립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의료계에서 반대하는 의대 신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신 공공장학의사제도를 다시 시행해 기존 의대의 정원외 특례 입학을 허용하고 장학금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기존 시설, 장비 중심의 지원의 정책 방향이 인력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료인력 기준 실효성 제고 ▲수가 인상 ▲재정 확보 방안 마련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의료인력 재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력 기준을 실효성 있게 개선하고, 그에 맞는 수가 인상이 필요하며, 수가 인상을 지원할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정부와 의료계가 2차 상대가치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데,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열악한 임금체계와 근로조건 개선을 수가와 연동해서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수가를 만들어야 하며, 다른 나라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되는 의료 예산을 늘리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을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예산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국회의 시각에서 보면, 대한병원협회는 병원이 만날 힘들다고 하는데 병원들은 정작 진짜로 필요한 곳에는 투자하지 않고, 의협은 의사가 많다고 주장하는 데 꼭 필요한 의사는 부족한 것 같다. 정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예산을 쓰지 않으면서 대체수단만으로 숨통을 틔우려고 했으며, 국회는 눈치만 보면서 보건의료단체들을 정치적 동원 수단만으로 활용하려고 했다"면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만 강조하면서 보건의료인의 기여에 대한 보상에는 인색한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설과 장비 투자에만 집중하면서 수익률만 높이려고 하면서 의료인력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는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를 통제해야 한다. 다만, 입원환자 중심으로 운영해도 큰 손해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성질환자 급증 등 동네의원의 역할 증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기능을 부여하지 않은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비급여 통제도 병행돼야 한다"면서 "필요한 비급여는 과감하게 급여화해 수용하고 불필요한 비급여는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획기적인 지불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개입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공공의료에 투자는 하지 않고 민간의료에 책임만 부여하면 왜곡된 의료패턴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의료를 위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 공공의료인력 양성 초기 단계부터 배치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료인력 실태 조사 중...국회가 예산 확보 도와주길"
이스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내년 1월까지 의사 등 5개 보건의료 직종의 수급실태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현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5개 직종에 대한 수급실태조사를 진행 중인데, 1월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며, 각 직역의 수가 부족한지 아닌지에 대해 먼저 파악한 후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면서 "결과를 보고, 공공의료 또는 전체 의료인력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인력의 편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는 것과 함께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현재 의료취약지 지원 관련 예산이 100억원도 안 된다. 턱없이 부족하다. 공공의 양성을 위한 장학제도 운영만 해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상대가치를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예산 확보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