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15:39 (금)
청진기 도자기에 빠지다

청진기 도자기에 빠지다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07 10:59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 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안 깨지고 튼튼한 그릇을 선호하던 내가 중년을 넘어서면서 도자기 그릇에 시선에 두기 시작했다. 도자기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면서 아름다운 유럽 도자기에 다가가게 됐다. 세계 각지의 도자기의 사진을 보고 조금씩 도자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마이센과 세브르 도자기와 처음 만나던 날의 기분은 짜릿하기까지 했다.

흙을 빚어 만드는 도자기는 신석기시대에 토기의 형태로 최초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흙으로 용기를 구워서 음식을 담아 보관했지만, 인간은 도자기에 실용성 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입히기 위해 색과 디자인을 더했다. 유럽보다 훨씬 앞서 발전했던 중국의 백색 도자기는 13세기경부터 중국에서 유럽으로 배를 통해 운송되면서 유럽의 귀족들을 매료시켰다.

중국도자기를 수입하는데 돈을 많이 써야했던 당시 유럽의 귀족들은 어떻게 하면 백색 도자기를 직접 만들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독일 작센 지역의 왕이었던 아우구스트 2세는 연금술사였던 뵈트거에게 도자기 연구를 위한 공방을 제공했고, 뵈트거는 1710년 유럽 최초로 백색 도자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독일 도자기 <마이센>의 시작이다. 마이센은 지금까지 유럽 도자기의 발전을 선도해왔고 세련되고 우아한 색채의 대명사가 됐다. 유럽 도자기로는 마이센과 더불어 프랑스의 세브르가 유럽의 도자기의 양대산맥을 이끌어왔다.

마이센은 정교함 속에 질리지 않는 세련됨을 가지고 있다. 마이센의 모든 프린팅 과정은 공방 기술자들의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마이센 커피잔에 등장하는 꽃은 손으로 그린 꽃잎이 수줍게 피어오르며 서로를 받치고 있고 기하학이 연상되는 물결무늬의 맞물림으로 화려하면서도 세련됨을 잃지 않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나무와 새, 곤충이 등장하는 그릇은 음식을 담기 보다는 전시하기 위한 캐비넷 플레이트인데 부러질 듯한 나뭇가지는 사이좋게 새 두 마리를 받들고 있고, 붉은색·황색·푸른색의 새가 요염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접시의 가장자리를 가늘게 둘러진 황금선은 마이센의 세련됨을 내비치고 그 안쪽으로 세밀하게 그려진 곤충들이 중앙의 새를 바라보고 있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세브르 도자기는 1757년 프랑스 루이 15세 시대에 발전했는데 세브르는 마이센과 비교해 조금 더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세브르 도자기만의 특유한 푸른색 계열의 그릇은 넓은 공간에 단 한 개를 전시해도 그 품위를 숨길 수 없는 귀족의 자태가 있다. 이들 도자기의 세밀하고 매력적인 그림을 숨 한번 내쉬지 않고 손으로 그렸을 그 시대의 도공들. 그들은 세상을 달관하고 그만의 정신세계를 도자기에 쏟아부었을 것이다.

유럽의 도자기들은 그 명성만큼 모조품이 많아 진품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마이센의 경우 도자기의 바닥에 마이센을 뜻하는 쌍검마크가 핸드프린팅 되어 있는데 1710년부터 현재까지 시대별로 그 마크의 형태가 조금씩 다르고 고유 번호가 새겨져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마이센의 쌍검 마크 형태를 보면 진품의 여부와 만들어진 시대의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어떤 도자기 모조품들은 오래된 도자기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모조품에 때를 입히거나 거칠게 흠집을 내기도 한다. 나에게도 도자기와 처음 만나던 시기에 진품인 줄 알고 구입했던 모조품 도자기 인형들이 있다. 지금 보면 마크가 부실하고 마감이 조잡하면서 마이센 특유의 섬세한 색조가 떨어져 보인다. 그래도 처음 만났던 도자기여서 정도 가고 소중하다.

나는 도자기를 수집하면서 삭막하던 진료실에 작은 도자기를 한 개씩 가져다 놓게 됐다. 몸이 아파 진료실 문을 열었던 환자들은 진료실 창가 선반에 놓인 매력적인 도자기에 시선을 주고는 미소를 짓는다. 도자기도 그 스스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도자기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고 차분하게 이끈다. 호연은 <도자기>라는 책에서 도자기를 '마음을 담은 그릇'이라고 말했다. 도자기를 배우고 알아가면서 위로 받고 여백의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 작은 행복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