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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실적 대책만이 재난으로부터 국민 구한다
[기고] 현실적 대책만이 재난으로부터 국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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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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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병 대한재난의학회 홍보이사(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

김인병 대한재난의학회 홍보이사
2016년 9월 12일. 경주지역에서의 지진 발생으로 대한민국은 지진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울산 태화강에서는 수만 마리의 숭어 떼가 이동했고, 지렁이 떼, 개미 떼가 나타났다. 구름모양이 이상해 지진 운이라고 이야기하고 원인모를 가스냄새에 불안과 괴담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요즘이다.

지진 관련 전문가들은 연일 앞 다퉈 지진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예측은커녕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에 국민들은 더욱더 불안에 떨고 지진에 대해 준비가 전혀 안된 사회적 실상에 당황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도 그랬다. 그리고 세월호, 메르스에 이어 이번 지진에 이르기까지 여러 재난들을 겪으면서 나아진 것은 없고 국민들 스스로가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만약 이번 경주·울산 부근의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재난의학을 전공하는 의학자로서 현재의 우리나라 재난의료를 되짚어 보고 현주소에 대해 말하려 한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라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사망 10명을 포함해 2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지역의 재난응급의료지원단(DMAT,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이 출동해 현장에서의 사상자에 대한 재난의료 활동을 했다.

2015년 세월호 사태 때도 DMAT이 현장에 출동해 활동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2015년 7월부터 국립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학 전문의를 중심으로한 24시간 재난의료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재난의료상황실은 일선 소방기관으로부터 올라오는 다수 사상자 발생 초기 단계에서부터 재난의료제공을 위한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현장 재난의료 지침서를 제작 배포했으며, 재난의료관계자를 대상으로 전문가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권역 응급의료센터를 재난 거점병원으로 지정 운영해 재난의료 지역화를 위해 지역별 재난의료책임자와 관리자를 두어 재난의료에 대한 활동도 하고 있다.

이렇듯 재난 의료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재난현장에서의 재난의료 활동은 괄목할 만한 성과와 함께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으나 이러한 시도 및 제도의 정착이 아직은 시작단계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재난 의학적 측면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DMAT 출동은 24시간 운영되고 있는 재난응급의료상황실뿐만 아니라 지역의 의료진이 자율적으로 출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체계를 병용해야 한다.

2014년 이후 국가적으로도 재난관리 주관 기관으로 국민안전처 신설을 비롯해 201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으로 재난응급의료체계 개선에 많은 노력이 이루어졌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이하 중앙센터) 내에 24시간 운영되는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설치로 출동 결정과정이 개선돼 소방본부로부터 직접 사고 발생 현황 정보를 공유하면서 사고 인지과정이 개선됐다.

그러나 출동 결정의 경우 DMAT이 소방본부 상황실 및 관할 소방서로부터 직접 상황을 전파 받을 경우 DMAT 출동 결정권한을 직접 의료진이 가져야 하며, 보건복지부, 중앙 센터 및 지역 의료행정은 이를 사후 추인하는 형식도 도입해야 한다.

재난응급의료상황실보다 현장 상황 파악이 더 용이할 수 있어 출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응급의료상황실뿐 아니라 DMAT 이 자율적으로 출동을 결정할 수 있는 두 가지 체계를 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DMAT와 현장응급의료소에 대한 개념과 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

아직 권역응급의료센터(이하 권역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DMAT과 현장응급의료소의 역할이 혼동돼 사용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과 같은 나라와는 달리 재해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상황에선 DMAT의 역할은 신속히 현장에 도착해 중증도 분류와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여러 병원으로 분산 이송을 지시하는 팀이어야 한다.

셋째, 현재 운영하고 있는 41개의 재난거점병원과 DMAT 출동병원을 분리하고, DMAT 출동병원을 전체 응급의료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

재난 거점병원은 평상시에는 식당·주차장 용도에서 산소공급장치·흡입기 등의 설치로 재난 시의 예비병상과 생화학재난 등의 독극물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제염제독시설을 갖추고, 응급의료정보센터를 보유해 지역 내 응급의료 자원을 포함한 정보를 관리하고 중증 환자를 수용하는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 DMAT 출동병원은 응급의료기관 중 DMAT 을 조직하고 의료팀을 신속하게 현장에 파견할 수 있는 병원을 지정해 신속 이송 지원 시스템으로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

넷째, 현장응급의료소에서의 보건소의 역할을 기존의 현장 의료대응 중심에서 행정과 물류 업무 중심으로 수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건소 의료진은 재난의료 대응역량이 부족하며, 고난이도 현장응급처치는 불가능하다. 이에 보건소는 신속대응반을 편성하되 행정과 물류 업무 중심으로 인력을 구성하고, 사상자 현황 정보 수집, 현장응급의료소 의료행정 지원, 물류 조달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섯째, 현장 구급대원의 역량을 향상 시켜야 한다. 재난 시 DMAT의 현장 도착 전까지 초기 구급대원에 의해 환자의 중증도 분류, 응급처치, 환자 분산 이송이 이루어진다.

이에 현장 구급대원의 재난의료 대응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재난의료 교육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기 현장대응팀에 재난의료 교육을 이수한 1급 응급구조사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여섯째, 지역별 재난의료협의체를 실질적으로 구성·운영해야 한다. 지역 내에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소방-보건소-의료기관이 재난의료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실제상황을 가정한 불시의 훈련 및 평가, 개선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며 유관기관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위한 장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2∼3년 사이 국내적으로 많은 국민이 희생되는 재난사고가 발생했다. 9.12 지진처럼 재난은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한 대비를 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할 수는 있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재난시스템, 특히 재난응급의료시스템은 많은 발전을 이뤘음에도 아직까지는 초기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선진형 재난의료시스템을 배우고 우리만의 재난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 번의 반짝하는 관심보다는 위에 언급한 제안에 대한 지속적인 국가의 행정·재정 지원과,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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